<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민경욱 의원 “4차 산업혁명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시급”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주최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소속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동력으로 빅데이터 산업이 급부상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들에 뒤쳐져 있어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데이터 표준화, 데이터 전문가 육성 등의 과제가 선결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주최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소속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각종 개인정보 관련 규제와 빅데이터 분석 및 활용 능력 부족 등으로 인해 국내 빅데이터 기술과 시장은 선진국에 비해 낮고, 추진력도 약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개회사에서 민 의원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제기된 ‘범부처 빅데이터 정책 컨트롤타워 설치’ 등이 더 이상 늦어지면 빅데이터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에서도 뒤처질 수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한국정보화진흥원, 한국데이터진흥원이 주관했으며 관계부처와 학계 및 업계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해 빅데이터 정책과 업계 개선방안 등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모아졌다.

토론회 좌장은 류관희 교수(충북대 빅데이터연구소장)가 맡았으며 토론에 앞서 류 교수와 KT빅데이터사업추진단 윤혜정 단장, 민간 빅데이터 전문회사 투이컨설팅의 김인현 대표가 발제자로 나서 각각 빅데이터 관련 정책과 적용 사례, 인력양성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지능정보사회 대비 빅데이터 정책방향’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류관희 교수는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인 동시에 기반 기술인만큼 주요 선진국과 데이터 기술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며 “프라이버시 침해 없이 데이터를 유통·활용해 활성화를 추진하고, 창업기업 및 중소기업 지원으로 4차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T 윤혜정 단장은 ‘빅데이터 활용 사회문제 해결 사례’ 발표에서 빅데이터를 이용해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방지 및 메르스 등 인간감염병 유입차단 사례를 소개했다. 윤 단장은 “대한민국의 개인정보 관련 법률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공공의 이익을 창출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빅데이터 전문업계를 대표해 ‘빅데이터 전문기업 및 인력양성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선 김인현 대표는 “국내 데이터 시장은 5년 정도 경험을 갖춘 전문 인력을 선호하지만 중견 및 중소기업은 전문 인력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인력 배출 대비 채용도 부진하다”며 해결 방안으로 △데이터 교육과정 지원 △데이터 전문가 지원 센터 설치 △데이터 전문가 육성 고도화를 제안했다.

지정토론에는 류관희 교수가 좌장으로 참여한 가운데 최대우 한국외대 통계학과 교수, 이재형 미래창조과학부 융합신산업과장, 권영일 한국정보화진흥원 빅데이터센터장, 이재진 한국데이터진흥원 유통사업실장, 이응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수석연구원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공공 데이터, 제조·관광 산업으로 확장성 커...“선진 정부라면 공공 데이터를 공개해야”

‘4차 산업혁명 및 지능정보사회 대비 빅데이터 정책 방향’에 대해 발제한 류관희 교수는 들어가는 말에서 “민관 공동 연구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빅데이터를 축적해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고, 이로 인해 다시 다양한 정보가 축적되는 그런 시대가 올 것이다”고 운을 뗐다.

류 교수는 “선진 정부에서는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가진 모든 데이터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이로써 국민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다는 것. 류 교수는 이에 발맞춰 차세대 데이터 포탈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영국 등 선진국은 행정자료를 상당수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류 교수는 “영국은 예산 공개 사이트를 운영해 세금으로 걷힌 돈이 각 분야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공개한다”며 “우리나라도 어떤 수준에서 국민들에게 행정 데이터를 공개할 것인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산업계가 빅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해도 쓸모 있는 데이터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과 제반이 준비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류 교수는 “쓸모 있는 데이터, 질 높은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며 “개인정보보호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데이터를 질 높게 쓸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한 화두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를 유지하면서 질 높은 데이터를 만드는 데는 정부와 기업이 모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 교수는 정부가 공개한 데이터가 제조 산업 현장에서 상당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 제품 하나를 만드는데 관련 데이터가 영상이 차지하는 용량을 제외하더라도 4기가에 이른다”며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구축해 서비스 하는 저장관리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빅데이터와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이 만나면 관광산업에도 활용할 수 있어 그 시너지가 무궁무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문화유적지 등 관련 빅데이터를 축적해 VR로 만든다면 실제 유적지를 방문하지 않아도 간 것처럼 체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류 교수는 “표준 데이터 저장법 모델 정립을 위해 공공기관과 정부가 나서야 하고, 인력 양성을 위한 빅데이터 아카데미를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주최로 열린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의원 및 기업, 학계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고비용 사회적 문제를 빅데이터로 해결...“메르스·AI 등 질병 확산 방지에 기여”

윤혜정 단장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이슈에 빅데이터를 접목해 해결할 것을 제안했다. 윤 단장 “KT가 지난 2014년 AI 사태 때 AI의 확산을 막아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을 한 것”이라며 “농장들을 왔다 갔다 하는 축산 차량이 확산의 주범이라 생각해 농장들을 기점으로 다음 AI 발생지를 추적했다”고 설명했다. KT가 축산차량이 확산의 주범이라는 가정을 기반으로 한 모델을 설정해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실제 AI발생과 비교해 70~80%의 적중률로 맞아떨어졌다.

윤 단장은 “올해는 구제역이 발생했는데 데이터가 많이 없어서 향후 모델링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며 다만 “우리나라의 겨우 축산차량에 모두 GPS가 붙어있어 이미 정부 차원에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민간 감염병인 메르스가 한국에 발생했을 때 관광 산업이 직격탄을 받는 등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정부 보건당국은 오염국가 방문 이력을 확인하지 못해 초기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KT는 메르스 오염 지역에 방문한 사람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해, 발생지 뿐 아니라 환자가 어느 병원에 갔는지까지 동선도 추적될 수 있게 했다고 윤 단장은 설명했다.

특히 입국정보는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해 논란이 되기도 했으나 문제 발발 당시 미래창조과학부가 개인정보 공유가 상당히 시급하다고 판단, 통신사가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좋은 사례가 됐다고 말했다. 윤 단장은 “(감염병 등과 같은 문제는) 글로벌하게 협업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KT는 유동인구 통계정보를 활용해 지방자치단체에서 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책 수립을 지원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KT는 중국관광객 1000만명 유치 등 관광 산업 활성화를 위해 서울, 부산, 제주에 편중돼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지방으로 확산시킬 것을 중점 과제로 채택했다.

윤 단장은 “1100여개에 이르는 국내 축제에 대한 현황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며 “(자자체는) 우리 도에는 어떤 사람이 와서 어디에 갔고, 돈을 어디에 썼는지 파악해, 좀더 방문객의 지갑을 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 KT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빅데이터 처방으로 미세먼지 등 대기질/환경안전 프로젝트를 위해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통신주, 공중전화 부스 등을 활용한 국내 최대 통신인프라를 기반으로 전국 단위의 초고밀도 미세먼지 관측망을 구축하겠다는 것.

윤 단장은 “KT는 대한민국의 개인정보 관련 법률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공공의 이익을 창출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향후에도 다양한 공공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의)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은 빅데이터 기업 활성화...반면 우리나라는 엄청난 가능성 놓치고 있어

민간기업을 대표해 나온 김인현 대표는 “우리나라에 데이터와 관련해 일하는 회사는 많지만 현실은 일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미국은 다양한 데이터 기업이 1년간 약 1700조원에 가까운 가치를 생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 시장에는 데이터를 스크랩핑(Scrapping)해서 다른 데이터 사용 기업에 제공해주는 회사인 데이터 어그리게이터(Aggregator),  데이터를 사서 가공한 후 필요한 회사들에 되파는 데이터 브로커(Broker) 등 데이터 관련 기업들이 체계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지그나이트’라는 데이터 브로커 업체는 1000개가 넘는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데이터를 가공해 팔고, '블룸버그'나 '톰슨 로이터' 등 데이터 브로커는 연간 매출이 몇 십 조원에 이를 만큼 시장이 넓다. 김 대표는 “미국 전체 데이터 시장에서 1년간 약 1700조원, 2015년 한해 동안 67만 5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며 “우리나라는 왜 데이터 시장이 발달하지 못하는지 (아쉽다)”고 토로했다.

한편 우리나라 데이터 기업 중 많은 유형은 데이터 제공자가 ‘써도 좋다’고 허락한 것에 한해 데이터를 받아쓰고 있으며, 기업들은 이를 분석하거나 통합하기보다는 확고한 데이터를 배포하는 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의 경우 데이터 제공자로부터 받은 데이터 외로도 기업이 스스로의 노하우를 가지고 웹 등에서 획득한 다양한 무료 데이터를 수집해 가공 및 통합해 배포하는 유형의 기업이 많았다.

또한 외국 데이터 기업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B2B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었지만, 우리나라의 데이터 기업들은 B2C의 스타트업 기업들이 많았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데이터 기업은 미국보다 비즈니스 모델이 낙후돼 있고 서비스 방식도 뒤쳐져 있다”며 “우리나라 데이터 기업이 초등학교 수준이라면 미국의 데이터 기업은 대학생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데이터 산업 발전을 위한 인력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해도 데이터 엔지니어로서 공부를 한 건지 모르겠다”며 “우리나라 모든 교육 기관이 데이터 전문가 양성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기업 독점의 데이터 활용 세태를 탈피해 데이터를 갖추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도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4차+>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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