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기 호루라기재단 이사장 겸 법무법인 자연 변호사>
"과거사 정리못해 부패세력 온전, 공익제보 앞으로 상당기간 필요할 것“

현대.기아자동차의 제작결함 은폐 공익제보자인 김광호 전 부장의 법률자문 등을 진행한 호루라기재단의 이영기 이사장은 과거사를 해결하지 못해 부패세력이 온전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당기간 공익제보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손정호 기자)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우리나라는 과거사 등 역사 문제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서 부패세력이 온전한 채로 지금까지 흘러왔어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 공익제보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부패한 부분들을 다 도려낼 수는 없어도 주요한 부패 부위는 도려내는 정화기능은 꼭 필요한 것이죠.”

공익제보자 보호 및 지원활동을 해온 호루라기재단의 이영기 이사장은 30일 서울시 서초구 재단 사무실에 <일요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법무법인자연의 변호사인 이 이사장은 일제 독립 후 남북 분단과 독재정권 등 한국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부패세력이 계속 유지됐다며, 부정부패한 사람이 아부를 잘해서 더 승진을 잘하면 건강한 사람들의 근로의욕이 저하돼 생산성과 효율성이 하락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 이사장은 “유럽에서는 공익제보가 제도나 문화로 정착돼 있는데 금전적 보상도 크지 않다”며 “미국은 유럽보다 부패해서 금전적 보상을 많이 해주고,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더 부패했기 때문에 불이익 조치를 취하는 사람들을 더 강하게 처벌하고 공익제보자들을 더 강하게 보호하면서 더 많은 금전적 보상을 해주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그룹의 비자금을 폭로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김용철 변호사에 대해 김 변호사도 내부고발 후 삼성에서 외면당하고 오랫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며, 공익제보자들의 자정능력이 필요하지만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익제보자들은 우울증이나 조울증, 정신분열증 등 정신이 피폐해지는데 가정이 파괴되는 경우도 많다며, 가끔 공익제보자들이 찾아와 말이 안 되는 말을 하고 가면 자신도 힘들다가 슬퍼진다고 토로했다.

기업 등 조직 내부에서 동료들이 공익제보자들을 왕따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는, 동료들 스스로 공익제보자가 정말 싫어서 왕따를 시킨다기보다는 공익제보 대상인 고위 임원이나 대표가 불편해하기 때문에 눈치를 보고, 고위 임원이나 대표는 자신의 부하직원들에게 공익제보자와 어울리지 말라고 불이익을 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영기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공익제보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 경영이나 경제, 국가 안전 등을 훼손한다는 우려나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

▲ 공익제보는 항상 중요하다. 사회가 스스로 자정능력을 갖고 있으면 좋겠지만 어느 순간에도 부정부패는 존재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과거사 문제가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상태에서 부패세력이 온전된 채로 흘러왔다. 그러니까 누가 뭘 잘못해도 뭐라고 말을 못하는 것이다. 너도 부패했다는 것이다. 아까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분들이 있는 곳을 지나오다보니까 ‘뭐, 이 정도 갖고 구속까지 시키냐’는 주장이 있었다. 지금 세상이 그렇다. 자신들도 구린 데가 있는 것이다. 다 도려낼 수는 없다고 해도 적어도 주요 부분은 도려내고, 사회가 맑게 돌아가도록 하는 장치들이 있어야 한다. 그런 자체 정화기능이 있으면 공익제보가 크게 대두되지도 않을 것이다. 

유럽에서는 그런 문화나 제도가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유럽 같은 경우 공익제보자에 대해 금전적 보상을 그렇게 많이 하지도 않는다. 미국의 경우에는 조금 더 부패했기 때문에 공익제보자에 대해 큰 금전적 보상을 한다.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더 부패했기 때문에 불이익 조치를 하는 사람들을 더 강경하게 처벌하고, 공익제보는 더 강하게 보호하고 금전적 보상도 해줘야 한다. 모든 것을 다해줘야 한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부패, 적패부터 청산해야 한다고 했다. 적패를 청산하지 않은 사회에서 사람들이 무슨 희망을 갖고 살겠나. 그러면 경쟁력이 없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 전적으로 공감됐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서 성장을 논하기 전에 부정부패부터 없애면 성장은 상당부분 저절로 될 것이다. 사람들은 희망이 있어야 발로 뛰고 열심히 움직인다. 조직 내에서 부정부패한 사람이 아부를 잘해서 출세를 더 잘한다면 희망이 있겠나. 일하고 싶지 않아진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공익제보가 앞으로도 상당부분 계속 필요하다고 본다. 

- 공익제보라고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검사장 출신으로 삼성전자 구조조정본부에서 근무하다 비자금 등을 내부고발한 김용철 변호사를 떠올린다. 

▲ 우리나라 공익제보의 역사는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문옥 감사관이 감사실의 비리를 폭로한 때부터 시작된다. 물론 그 이전에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제도와 관련해서 대대적으로 문제를 지적한 것은 이문옥 감사관을 내부고발 1호라고 한다. 우리나라 공익제보의 대부 같은 분이다. 이분은 감사실의 감사가 엉망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분이 참여연대와 함께 부패방지법을 만들었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그룹 비자금을 문제를 터트렸다. 그 전후로 해서 여기저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부고발을 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내부고발을 더 많이 해야 한다. 내부고발이나 공익제보를 하면 불이익을 받을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는 분위기가 많다. 문화나 법제도 등 개선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다. 김용철 변호사도 폭로 후 삼성그룹에서는 매장당하고, 그 이후에도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은 아마 광주교육청 감사관으로 내려가 있을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의 인생에 있어서는 생각지도 못한 예상외의 삶이다. 

- 김용철 변호사, 김광호 전 부장 등 경제계의 내부고발이 해당 기업이나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보나. 

▲ 당연히 그런 분들의 내부고발이 한국 경제나 해당 기업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본다. 내부고발이 당장은 해당 기업에 약간 타격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한 번은 어쨌든 거쳐야 하는 일이다. 근본적으로는 없어져야 할 비리들이다. 내부비리나 부패가 없어지지 않아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무너진 것이다. 나중에 다 곪아서 터지는 것이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대처해 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 공익제보가 부조리를 수정하거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약자의 발언권 강화로 수평한 사회를 만든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차별 등 왜곡된 시선도 많다. 배신자라고 생각해서 회사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하나고 선생님 등 여러 선생님들도 그렇고, 김광호 전 부장도 그렇고 일단 왕따를 시킨다. 사실 동료들이 왕따를 시키는 게 아니다. 동료들은 눈치를 본다. 기업의 대표라든가 간부, 임원들은 이해관계에 따라서는 공익제보자들이 자신들의 비리를 고발한 셈이다. 자신들의 비리를 고발했기 때문에 상당히 불편해할 것이다. 그것을 덮기 위해서 자신 밑에 부하직원들에게 어울리지 말라면서 온갖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을 더 강화해서 불이익을 주려는 간부들, 기업의 대표들, 징계위원들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징역형으로 다스려야 한다. 모든 것을 형벌로 다스린다고 해서 모든 게 다 좋아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불이익을 줘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은 없애야 한다. 그런 식으로 불이익을 주는 사람들을 강하게 처벌할 수 있으면 위축될 것이다. 

동료들은 솔직히 같이 매일 밥 먹으러 다니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왕따를 시킬 이유는 없다. 상급 간부들이나 대표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그 사람들을 사실 분리시켜야 한다. 우리 문화가 왕따 문화가 있어서 그렇다고 접근하는 것은 맞지 않다. 한민족에게 왕따시키는 문화가 있지는 않다. 민족 자체가 끼리끼리 문화는 없다. 우리는 공동체 문화가 강하다. 그런데 힘 있는 사람들이 ‘저 사람과 어울리면 죽어’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그런다고 하면, 누가 나의 밥줄을 걸고 그 사람과 친하게 지내겠나. 약한 사람들, 착한 사람들끼리 어울리는데, 주먹을 쓰는 힘 있는 사람들이 ‘쟤랑 어울리지 마’라고 해서 왕따가 되는 것이다.

- 호루라기재단과 공익제보자 보호활동을 하면 가장 기뻤던 기억과 슬펐던 일은 무엇인가.

▲ 가장 기뻤던 기억은 김광호 전 부장 등이 우리 활동을 통해 보호조치 결정을 받고, 본인이 힘을 얻는 것이다. 계속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는 것에 대한 위로를 받는 게 보람이고 기쁨이다. 우리가 활동해서 복직 조치를 받아내면, 사회가 아직은 완전히 부패하지 않았고 그래도 굴러갈 수 있겠구나 하는 믿음과 희망을 갖게 된다. 

공익제보자들은 정신적으로 굉장히 피폐해진다. 2~3년 지나면 장사가 없다. 우선 가족이 무너지고 부부관계가 안 좋아진다. 정신적으로 굉장한 우울증이나 조울증, 심지어 정신분열증까지 발생한다. 어떨 때는 우리도 힘들다. 어떨 때는 우리에게 찾아와서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짜증이 나기도 하고 그러다가 슬프다. 그게 참 안타깝다.  

- 호루라기재단은 4월에 물푸레기금 수여식을 할 예정이다. 물푸레기금은 어떤 것이며, 어떤 분들이 이 기금을 받나.

▲ 물푸레기금은 물푸레나무에서 따온 말이다. 물푸레나무를 꺾어서 물에 담가놓으면 물에 푸름이 번진다. 공익제보자들은 사회를 맑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물푸레기금이라고 부르고 있다. 물푸레기금은 생계가 어려운 공익제보자들, 꼭 생계에 국한하지 않고 공익제보를 통해서 사회에 기여를 한 사람들에게 상과 상금을 줘서 격려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도 물푸레나무의 푸름 같은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기금을 만들었다. 

물푸레기금도 독지가가 약 1억 원을 내놓아서, 1년에 2000만원씩 사용하고 있다. 아주 훌륭한 독지가다.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연락을 해왔다. ‘공익제보자들에게 재정 지원이 필요하니까 기금을 내놓겠다’고 해서 물푸레기금을 만들게 됐다. 그래서 3년째 시행하고 있다. 2000만원이라는 돈은 크다면 크지만 많은 돈은 아니다. 공익제보자들은 다 생활이 어렵다. 그런데 모든 공익제보자들을 다 지원해줄 수는 없어서 심사할 때 참 힘들다. 그래서 선별할 때 공익성, 사회적 파급력, 경제적 어려움 등을 두루두루 따져서 심사하고, 몇 사람으로 압축한다. 올해는 5명 정도에게 물푸레기금을 주기로 했다. 2000만원 범위 내에서 한 사람에게 400~500만원 정도씩 지원한다. 한 사람에게 2000만원씩 지원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원래 이런 일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해줘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이런 일을 하지 못하니까 시민단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서 하고 있다. 독지가가 통 큰 기부를 해줬기 때문에 이런 상금도 주고 있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호루라기재단에는 몇 분들의 독지가들이 있다. 물푸레기금 독지가는 1명이고, 법률 지원 독지가는 또 다른 분이다. 통 크게 기부하는 분들이 몇 분 있고, 한 달에 1만원이나 2~3만원 정도씩 후원하는 개미 후원자들도 모집하고 있다.

<길+>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