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중국인 객실 취소로 총매출 50% 떨어져”
노점상 “하루 12시간 일하고 5000원 벌어가”

지난 3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종훈 의원 주최로 ‘사드배치 강행에 따른 관광, 유통업계의 불황과 고용위기’ 토론회가 열렸다.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면세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왔으나 최근 중국의 한국 여행 제한 조치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그 안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이 걸려있다. 저 같은 약자들은 어떡하라는 건지 답을 듣고 싶다. 개성공단 폐쇄 때도 너무 갑작스럽게 폐쇄해서 아무런 대책 없이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아야 했던 것이지 않나.”

제주 한 면세점의 협력업체 직원인 정경숙 씨는 중국의 사드 경제 보복 조치로 인한 관광·유통업 불황으로 면세업 종사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종훈 의원과 국방위원회 소속 정의당 김종대 의원 주최로 열린 ‘사드배치 강행에 따른 관광, 유통업계의 불황과 고용위기’ 토론회에 참석한 관광 및 유통업 종사자들은 중국이 가하는 경제 보복으로 인해 타격을 받은 관광 및 유통업의 실태를 공유했다.

사회를 맡은 김종훈 의원은 “사드배치 강행에 따른 관광, 유통업계의 어려움은 엄청나게 얘기되고 있고, 업계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만 거기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생존권도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고민해봤으면 한다”고 토론회 취지를 밝혔다.

인사말에서 김종대 의원은 “한국에 대한 중국의 제한 조치가 총 10단계 중 4단계 정도 와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아직 반도체나 핵심무역은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자동차 분야에서는 40% 이상 판매율이 감소했고 다음으로 상품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민들인 중소기업, 중소상공업도 문제가 되지만 대기업도 그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조발언을 맡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이성종 정책실장은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다양한 보복 조치와 관련해 관광 및 유통업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어 “해당 업종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중소영세상인들이 삶을 이어갈 수 있을까가 문제”라며 고용 위기로 논의를 확장시켰다.

이 정책실장은 정치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노동자들의 고용문제까지 위협하고 있어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 면세점 매출 ‘반에 반토막’

제주도 한 면세점에서 부루벨코리아가 수입한 명품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하는 면세점 협력업체 직원 정경숙 씨는 2013년 이후로 요우커들이 점점 늘어나 매출이 세 자리수의 신장률로 오르던 때를 회상했다. 그러나 지난달 초 중국이 한국 여행상품 중단 지시를 내린 직후 매출이 반토박에 반토막을 거듭하며 떨어졌다.

정 씨는 “요우커들이 탄 10층 건물 같은 어마어마한 크루즈 선이 하루에도 한두 대씩 제주에 들어와 면세점을 돌면서 쇼핑했다”며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들어오다 보니 10시 정상 오픈보다도 두 시간 앞당겨 오픈하는 경우가 있어 지난해 13번 정도 그랬고, 3월 직전까지도 그런일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오는 6월까지 면세점을 방문할 중국인 관광객 단체들의 명단까지 이미 나와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중국의 한국 여행상품 지시를 언론을 통해 접했을 때만 해도 정 씨는 위기를 실감하지 못했다고 한다. 정 씨는 “약간 불안감이 있긴 했으나 그냥 매출이 떨어지겠다고만 생각했다”며 “그러나 3월 중순 이후로는 완전히 판매를 중단한 거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면세점은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정씨는 “관광객 한 사람당 3000불씩 소비했었지만, 지금은 200~300불도 안되게 매출이 떨어졌다”며 “국내 브랜드의 경우 전년대비 80% 정도 매출이 줄었고, 수입 브랜드는 작년 매출의 30~50% 수준밖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정규직이 아닌 직원들의 경우 바로 해고 수순을 밟는 일도 빈번해졌다. 정 씨는 “한 국내 화장품 브랜드 매장에서는 아르바이트를 바로 했고, 어떤 한 매장에서는 직원 5명중 정규직이 아니던 2명을 바로 해고시켰다”며 “3월까지는 매출 추이를 지켜보고 4월부터는 (해고가) 좀 더 본격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면세점 상황도 그렇지만 도민들 얘기를 들어보면 한 카지노의 주방에 있던 직원 5명 중 3명은 3월 15일 이후로 바로 해고가 됐고, 주차요금 징수 요원들도 해고될 뻔하다가 제주시에서 보류했다”고 덧붙였다.

정 씨는 “면세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그 안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이 걸려있다. 저 같은 약자들은 어떡하라는 건지 답을 듣고 싶다”며 “개성공단 폐쇄 때도 너무 갑작스럽게 폐쇄해서 아무런 대책 없이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아야 했던 것이지 않나”고 강조했다.

서울의 면세점들도 정직원, 협력업체 계약직 직원 너나할 것 없이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최근 서울 롯데면세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연차소진이나 강제 무급휴직을 권고 받았다.

서울 롯데면세점 노동조합 위원장 김금주 씨는 “(롯데라서) 기업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 안에 일하는 노동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똑같다”며 “협력업체도 마찬가지고 롯데면세점 직원도 마찬가지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는 중국 의존도를 낮춘 관광산업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데, 중국인들이 어제오늘에 와서 매출 올려놓은 게 아니라 10년 정도를 꾸준히 올려온 왔으며 근 3~4년 폭발적으로 늘린 것”이라며 “다른 쪽으로 사업에 눈을 돌리라고 하는데, 이때 기업은 유지할지 모르나 그 안에서 매출이 발생할 때까지는 노동자들이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인 관광객들은 여행 중 반한 감정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한국 여행 중단 조치가 내려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달 12일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탄 배가 제주항에 정박했지만 사람들이 내리지 않았고, 2톤에 가까운 쓰레기만 버리고 떠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롯데 면세점 앞에서는 유학생으로 추정되는 중국인들이 ‘롯데 반대한다’는 플랜카드를 펼치고 시위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은 후 사라질 정도로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이 극에 달한 것으로 보여진다.

면세점, 호텔 관계자들

◇면세점 화장품 판매원들 “언제 해고될까 불안”

서울시내 한 면세점의 수입 화장품 브랜드 코너에서 일하고 있는 최상미 씨는 해당 면세점의 협력업체 소속이다. 최 씨와 같은 약 300명의 계약직 직원들은 정규직 전환이 요원한 상태다. 기존에 문제가 없는 한 정규직 전환을 예정하고 있던 사람들이 계약 만료로 면세점에서 나가야 할 처지가 된 것.

최 씨의 경우 국내 화장품 브랜드에 소속돼 일하다 미국계 화장품 회사인 엘카코리아가 수입한 화장품을 판매하게 돼 주위 동료들로부터 비교적 고용이 안정적일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최 씨는 “우리는 면세점 협력업체에 고용된 상황으로 면세점 불황이 장기화 될 경우 (회사가) 한국을 버리고 떠날 것”이라며 “외국 화장품을 판매하는 우리는 (국내 브랜드에 비해) 안정적이라고는 하지만 유한회사에 지나지 않아 한국에서 매출이 빠지거나 하면 언제든지 철수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최 씨는 “국내 브랜드에 남아 일하는 친구가 말하길 이번 달에 10일을 강제로 쉬게 하고, 아르바이트들은 중국관광객이 오지 않게 된 시점부터 계약을 만료했다”며 “정규직 사람들도 그만둔다고 하면 얼른 나가라고 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호텔 취소 건 중 중국인이 ‘절반’, 매출은 ‘반토막’

중국이 한국 여행을 제한하면서 강북의 호텔은 객실 판매율이 20% 감소했다. 그중 절반은 중국인 여행객 취소 건이었다. 객실은 호텔 매출 중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객실 판매율이 20% 감소했다는 것은 매출에 있어서는 50% 정도 감소를 뜻한다. 실제로 총매출은 전년대비 50%로 떨어졌다.

밀레니엄서울 힐튼호텔의 서비스노동자 최대근 씨는 “중국 관련 객실 예약 취소 건이 10%라고 하지만 덩어리 자체가 커서 객실 매출 저하가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라며 “강남의 호텔들도 하루 새 8000객실 씩 취소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 씨는 카지노들도 호텔 못지않은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며 걱정했다. 카지노를 찾는 중국인 고객이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중국의 한국 여행 제한 조치 이후 이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

최 씨는 “한 카지노에는 중국, 일본, 미국 관련 마케터들이 총 100명 이상 있었는데 이중 70%를 차지하던 중국 관련 마케터들이 할 일이 없어졌다”며 “(회사는) 급여 주기도 힘드니까 무급휴직이나 희망퇴직도 몰아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관광통역 안내사 100% 실업자로 전락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 문경숙

1만 명에 이르는 국내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들은 이제 완전한 백수신세가 됐다. 중국어 관광통역안내사 문경숙 씨는 “민간 외교관 이름으로 중국인 관광객 상대로 한국 문화와 역사에 자신감을 가지고 보람차게 일해 왔다”며 “그러나 이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일언반구도 대책이 없는 것이 가장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저가 관광으로 특화된 후 관광통역안내사들에게는 상품판매의 의무가 반강제적으로 지어졌다. 매출이 저조한 경우 가이드인 관광통역안내사들이 벌금을 물어야 한다. 문 씨는 “저희는 한국이 너무나 좋은 나라라 홍보하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 약장사로 전락했다”며 “회사에 들어가게 되면 모든 눈치를 우리에게 준다”고 토로했다.

문 씨는 “관광통역안내사들은 4대 보험 적용도 보장받지 못하고, 돈을 제대로 못 받아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고 전했다. 관광통역안내사의 경우 노동법이 정하는 근로자에 속하지 않아, 이들이 부당함에 소송을 진행하려 해도 특수근로자성노동자로서 민사를 진행해야 해 부담감이 크다.

◇홍대·이대·신촌 노점상들 ‘하루 5000원’ 벌어

서울을 방문한 중국인들이 자주 찾는 이화여대(이대), 홍익대(홍대), 신촌 등지에서 장사를 하던 노점상은 중국인 여행객으로 문정성시를 이뤘으나 이젠 하루 5000원 벌이로 전락했다. 더욱이 노점상에서 판매되던 공산품의 경우 중국 보따리상이 들여오는 것들이 많아 중국의 여행 제한 조치 이후 상인들이 물건을 들여오는 통로마저 차단됐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서부노련 연대사업국장의 김두환 씨는 “외국인들은 오면 홍대, 이대는 무조건 들린다. 이화라는 말이 중국인들한테 부를 가져다준다는 의미라 이대 정문에서 항상 사진을 찍고 간다”며 “매출의 50~60%는 중국인 매출이었다”고 호황기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이제는 거리를 따라 들어차 있던 상권들이 공실로 변했다. 김두환 씨는 “이대 앞 상권이 화장품, 노점상으로 바뀌었었는데 공실이 생기게 되니 거리가 한산해지고 (미국) 할렘가 느낌이 난다”며 “작년 11월부터 매출 타격이 시작되고부터 (노점상인들은) 하루 12시간 일하고 5000원 팔고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동대문, 명동 일대도 중국인 관광객이 빠져 점포들이 공실로 변하고 노점상들도 짐을 싸서 떠났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중부지역장 우종숙 씨는 “저도 작년 4월 이후로 장사가 잘되니 통역사를 두고 일을 해왔는데 올해 1월부터는 물어놓고 있는 것밖에 안 된다”며 “조선족, 중국국적 통역사들이 인간적으로 괜찮은 사람들인데 내가 어렵다고 하루아침에 자를 수 없지 않나”고 전했다.

먹거리를 팔던 노점상인들은 봄이 오면서부터 여름을 걱정했다. 겨울엔 따로 식품을 저장하지 않아도 괜찮았으나 날이 더워지면 음식이 상하기 때문에 그날그날 처분해야하기 때문이다. 김두환 씨는 “그분들은 벌써부터 봄쯤 되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지 않나 해서 식당 주방 설거지나 서빙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중부지역장 우종숙

유통업 마지막 단계인 소매점 및 소매점에 납품하는 대리점들은 통계에 잡히지도 않고 있어 이들은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얼마나 타격을 입었는지 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사무국장 배재흥 씨는 “저희가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조사할 여건도 안 되는데, 피해는 입고 있지만 피해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자영업 종사자들이 많다”며 “고용을 감축하고 정리하는 점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배 씨는 정부가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피해 받는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에 허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배 씨는 “지난 3월 30일 정부가 긴급지원금 5400억원 중 소상공인을 위해 1000억원 예산을 배정했고, 한 자영업자당 7000만원까지 해주겠다”면서 “그러나 그것은 대출이었고, 소상공인은 거치기간도 없다”고 억울한 심정을 드러냈다. 기업 대출의 경우 2년 거치, 5년 상환 조건이라도 있으나 소상공인의 경우 대출 받는 순간부터 갚아나가야 한다.

배 씨는 “가계부채 절반이 자영업자 부채인데, 거기에 또 빚을 얻으라고 하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며 “지원금을 대출형식으로 한다는 발상자체가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돈놀이 하는 게 아닌가”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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