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심아란 기자]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에게 주먹은 가깝고 법은 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구조조정의 혼란을 틈타 하청노조에 대한 블랙리스트가 또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김종훈 무소속 의원(울산 동구)은 현대중공업에 블랙리스트를 철폐하고 하청노동자들에게 즉각 노조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며 이같이 말했다.

8일 김 의원은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와 함께 울산시의회에서 현대중공업 국정조사를 추질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김 의원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에서 십수 년을 일해 온 두 명의 비정규직 하청노동자가 성내3거리 20미터 교각 위에 올라 고공농성을 한 지 오늘로써 28일이 지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지금 이 시각에도 대량해고 구조조정 중단과 블랙리스트 철폐, 하청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절규하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의 하청노조 블랙리스트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2003년 하청노조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블랙리스트가 꾸준히 운용되고 있는 사례와 증거 및 증언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것.

특히 김 의원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03~2004년에 하청노조 조합원이 속한 업체를 위장폐업 시키고 블랙리스트에 올려 취업을 가로막기도 했다.

이는 2010년에 와서야 대법원에서 원청인 현대중공업에 의한 부당노동행위로 판결이 난 바 있다.

이에 김 의원은 "그러나 생계 때문에 이미 수백 명의 하청노동자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난 뒤였다"고 지적하며 "모든 하청노동자들에게 하청노조에 가입하면 업체가 폐업되고 블랙리스트에 올라 밥줄이 끊긴다는 공포가 각인됐다"고 우려했다.

적폐청산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만큼 노동적폐 1호인 '블랙리스트'에 철퇴를 내리려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김 의원의 입장이다.

김 의원은 원청 자본이 하청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원천봉쇄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원활한 착취구조를 통해 막대한 이윤을 남기기 위함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현대중공업그룹을 비롯한 조선산업과 대기업 전반의 노동계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해 각 정당의 국회의원들과 공동으로 대선 직후 대대적인 국정조사가 실시되도록 지금부터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김 의원은 이 과정에서 밝혀지는 사건들에 대해 당사자들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준비할 예정이다.

아울러 최근 3개월간의 대표적인 사례와 증거 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물론 향후 추가 증거자료를 공개할 것을 약속했다.

김 의원은 국정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증언대회 등을 통해 블랙리스트의 민낯이 낱낱이 폭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구속 됐듯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총괄 대표자들과 관련 책임자들은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