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성향 장하성·김상조 이어 보수성향 김광두 기용…경제 컨트롤타워 내에서 견제와 균형 추구

장하성 정책실장이 21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인선 발표 이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일요경제=하수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재벌 저격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한데 이어 21일 대표적인 재벌 개혁론자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했다. 아울러 김동연 이주대 총장과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을 각각 신임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임명함으로써 새 정부 초대 경제팀의 윤곽이 드러났다.

특히 김상조와 장하성 두 교수의 경제팀 임명은 재벌개혁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장하성 교수에게 정부 출범 초반 경제정책을 총괄 기획할 청와대 정책실장직을 맡긴 점에서 재벌·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에서 중소·벤처기업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해 소득주도 성장을 이루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읽힌다.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보수성향 경제학자인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를 임명해 경제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보수층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그간 유명무실했던 자문회의에 힘을 실음으로써 경제 컨트롤타워 내에서도 견제와 균형을 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광두 부의장은 2012년 대선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공약 설계를 맡았다. 박근혜 정부의 싱크탱크 격인 국가미래연구원장 직을 맡기도 했다. 19대 대선 때는 김상조 후보자와 함께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의 뼈대를 완성하는데 일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국민경제 발전을 위한 전략과 주요 정책 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자문기구로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기구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7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경제 개혁 드라이브의 선봉에선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소액주주 운동'을 이끌면서 재벌의 부당내부거래와 기형적 기업지배구조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장 정책실장은 지난 1997년 참여연대에서 경제민주화위원장을 맡으면서 소액주주 운동을 시작했고, 1998년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소액주주로 참석해 13시간 동안 기형적 지배구조와 내부거래 문제를 성토해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까지 얻은 인물이다.

소액주주 운동은 소액주주들의 주식을 모아 재벌 대주주의 전횡과 부당 내부거래 등을 비판·감시하기 위한 운동으로, 장 실장이 주도한 소액주주 운동을 이어받은 사람이 바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다.

한편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지목된 김동연 총장의 임명에도 눈길이 쏠린다. 새 정부의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탄탄한 집행력으로 뒷받침할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후보자는 일찍부터 경제부총리 또는 청와대 정책실장 하마평에 올랐으며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국정 마스터 플랜인 '비전 2030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인물이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이어져 오는 새 정부의 경제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어, 문 대통령의 일자리·복지 공약 등 경제정책을 수행하고 관련 재원을 마련하는 데 이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을 받았다.

상고를 졸업하고 경제관료로서 최고위직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지만 정통 관료 출신인 점을 고려해 정책 기획 기능이 강조되는 청와대 정책실보다 조직 장악과 정책 집행력에 방점이 찍히는 경제부총리로 낙점됐다는 후문이다.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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