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일요경제=소정현 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자 시절부터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핵심정책으로 제시했다. 취임 직후에는 인천공항공사를 직접 방문하여 비정규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지시하는 등 대선공약 실천을 위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비정규직은 크게 세 종류다. 온종일 일하는 전일제 근로자, 일정 시간만 일하는 시간제,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근로자로 나뉜다. 문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간접고용 근로자의 정규직 직접고용을 확약하면서 간접고용 근로자들도 이번 정부가 규정하는 비정규직의 범위에 사실상 포함됐다.

문재인 정부 비정규직 대책의 핵심은 고용안정이다. 정부는 우선 인천공항공사를 시발로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그간 공공부문은 1~2년 주기로 용역업체를 교체하면서 신규 용역업체가 기존 용역업체 직원들을 다시 채용하는 간접고용을 유지해왔다. 고용불안에 상시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신정부는 여기에 대대적인 메스를 들이댄 것이다.

문 대통령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고 있는 가운데 공기업에 근무하는 직원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다. 특히 공기업 내 비정규직 비중은 지난 5년간 3%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17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전체 직원 17만1659명 중 비정규직(무기계약직 등 포함)은 33.2%인 5만7031명에 달했다.

최근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이 확정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비정규직 비중이 무려 85.6%(6932명)이다. 한국마사회(81.9%,) 한국공항공사(68.4%), 한전KDN(54.3%) 등 전체 직원의 절반 훨씬 이상이 비정규직이었다.

한편, 양질의 인재를 길러내는 상아탑의 산실 대학의 비정규직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실정이다. 전국대학노동조합은 2016년 8월 전국 국립대학 37곳 조교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비학생조교’는 무려 32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정규직 전환 노동자들의 임금체계·수준은 기존 정규직과 다르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엄격히 따지면 고용형태에 따른 차등이 아닌 직군·직무에 따른 차등이다.

공공기관에서 무기 계약직의 형태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나선다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정규직 전환을 통해 일자리의 질, 나아가서 삶의 질을 제고한다는 ‘비정규직 제로 시대’의 취지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무기 계약직 노동자들은 일반 정규직의 60~80% 수준에 그치는 임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문재인 정부는 공기업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민간부분까지 정책적으로 확산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에 일정 기준 이상 비정규직을 고용한 대기업에 ‘비정규직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은 상식의 테두리 안에 있다. ‘비정규직 기준고용률’을 정한 뒤, 300인 이상 대기업이 이를 초과할 경우, 해당 기업에 ‘부담금’을 부가하는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은행권이 초기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하나의 밝은 실마리이다. 5월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무기 계약직과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문 대통령의 공약 제1호인 일자리위원회는 단순한 일자리 정책뿐만 아니라 기업·산업, 고용·노동 정책 전반을 총괄하면서 각 부처의 일자리 정책을 심의·조정·협의하는 기능을 갖는다. 일자리위원회는 취임 보름 안에 설치 근거가 되는 대통령령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켜, 자문위원회 성격으로 6월초 출범해 1차 회의를 열 것이 기정사실화 된다.

일자리 창출의 조기 연착륙을 위해서도 공공부분의 단기적 가시성과도 중요하지만, 안정적 성과를 꾸준히 담보하려면 민간부분까지 널리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소정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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