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인준 거부'에 강행보다 설득 우선…31일 표결 추진

[일요경제] "지금의 논란은 준비과정을 거칠 여유가 없었던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야당 의원들과 국민께 양해를 당부드린다. 이미 발생한 논란은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앞으로 인사를 위해 국정 기획자문위와 인사·민정수석실의 협의를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게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인 인사기준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해 주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5대 비리를 비롯한 중대 비리자들의 고위 공직 임용 배제 원칙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와 깨끗한 공직문화를 위해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제가 공약한 것은 원칙이고 실제 적용에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이 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만약 공약을 구체화하는 인수위 과정이 있었다면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사전에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렇지 못한 가운데 인사가 시작됐기 때문에 논란이 생기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논란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입장 표명을 한 이후 일부 야당에서 이낙연 후보자의 인사청문 절차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힌 가운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인준 불가' 입장이어서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 채택과 임명동의안 통과까지 순탄히 넘어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의 첫 인사청문회 대상이라는 점을 고려해 인준안 처리에 여야가 모두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설득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오늘 이낙연 국무총리 인사청문 절차와 관련해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면서 "내일 일정을 잡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이 오후 들어 이 후보자 인준 절차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민주당은 오전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를 찾아 여야 4당 원내대표에게 위장전입 관련 새로운 인사 기준을 설명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직접 인사원칙을 해명하면서 여야 간 대립 국면이 일부 해소됐다는 판단이다.

우 원내대표는 "야당이 문제로 삼은 것 가운데 대통령의 직접 언급과 위장전입에 대한 분명한 인사 기준 두 가지를 다 충족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당이 의총에서 문 대통령의 인준안 처리 요청을 수용할 수 없다는 당론을 정하면서 불씨는 남았다.

인준안 처리에 협조하기로 한 야당들과 민주당의 의석수를 합치면 보고서 채택과 본회의 표결을 밀어붙일 수는 있지만, 이 경우 출범 초기부터 '협치'를 강조해온 새 정부 기조와 달리 정국이 급랭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문제는 한국당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다. 그 부분은 우리가 설득해 나가야 한다. 임명동의안 처리 법정시한이 31일이기 때문에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절차에 따른 밑어붙이기식 강행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민주당은 다음날인 30일 여야 논의를 통해 인사청문특위를 소집하고 여야 합의를 통한 보고서 채택부터 재차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의총에서도 임명동의안 강행 처리에 대한 의견은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합의에 의해서 가는 것이 국민이 바라는 바다. 마지막 순간까지 한국당의 참여 속에서 보고서를 채택하고 본회의에서도 처리할 수 있게끔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31일 본회의까지 한국당이 인준 거부 뜻을 고수한다면 민주당이 국회법상 절차에 따라 인준안 처리를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다른 야당은 31일 처리하자고 얘기했지만, 한국당은 더 설득해야 한다"면서 "설득이 안된다면 그때 가서 판단하겠지만, 협상하는 입장에서 절차를 강행할 것은 아니다"고 거듭 언급했다.

한편 청와대가 '인사 배제 5대 원칙' 가운데 논란이 된 위장전입과 관련, 2005년 7월 인사청문제도 도입 이후 위장전입 관련자에 대해선 국무위원 인선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청와대의 입장 표명을 신호탄으로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도 새 인사검증 기준을 마련하기로 하면서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탈세, 논문표절 등에 대해서도 세부 규칙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야권을 중심으로 사실상 인사원칙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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