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지배구조연구소 “국민연금 참여 검토 5개월 소요, 올해 말 참여 전망”
최순실 게이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시 국민연금에 박근혜정부 외압 의혹 후 제정돼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문제가 논란이 된 후,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정됐지만 현재 참여 예정 대다수가 사모펀드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는 민간 주도로 작성해 자율적 도입을 권고했고, 29개사가 도입 예정 의사를 표명했지만 의미 있는 외연 확장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31일 대신지배구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제1호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기관 발표가 있었다. 28개사는 도입 일정을 담은 참여계획서를 발표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해당 기업 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등 주주 중심 경영을 확대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국제의결권자문기구인 ISS와 미국의 대표적 사모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 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불공정성을 문제로 합병에 반대했었는데, 박근혜정부의 압력으로 국민연금이 찬성했다는 의혹으로 불거진 바 있다. 

이후 금융위원회 TF를 중심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논의가 진행됐고, 재계의 반발로 금융당국이 빠지고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금융투자협회, 삼성자산운용, 연세대 경영학과, 한국외대 로스쿨, 네덜란드 연기금 등 스튜어드십코드제정위원회가 구성됐다.

연구소는 작년 12월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 후 처음으로 가입이 시작됐다는 점이 고무적이지만, 사모펀드(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상의 제약 없이 투자해 수익을 내는 펀드)가 대부분이라 실효성 등 외연 확장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및 참여 예정 의사를 발긴 29개사 중 사업·투자유형을 자산운용으로 밝힌 기관투자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2개사뿐이며, 다수가 사모펀드 위주인 PEF, 신기술금융투자, 창업투자회사로 분류된 기관투자자라는 것.

아울러 이달 23~25일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와 참여 예정 발표가 집중된 것도 한국산업은행의 PE펀드, VC펀드 위탁운용사 공고와 관계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산업은행은 선정 공고문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또는 예정기관을 평가해 반영하기로 했는데, PE·VC펀드의 경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른 대기업집단 및 주식시장 영향이 제한적이라 실질적 외연 확대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한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에 가장 클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큰 손’ 국민연금공단의 가입은 현재 도입 검토를 위한 용역을 공고한 상태로 용역기간 5개월을 고려하면 올해 말 가입을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소는 스튜어드십 코드 해설서 발간 지연도 확산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2월 13일 금융위와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예정기관 주요 기관투자자 간담회에서 세부 내용과 실무 이행방안을 담은 해설서 발간을 논의했는데, 다수의 기관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른 법률적 해석, 적용 불확실성 등 해설서를 기다리고 있지만 발간이 늦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일본 공적연금인 GPIF가 일본형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에 기여한 것 같이 국민연금도 산업은행이 선택한 가산점 부여방식을 도입해야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을 위해서는 관계법령 정비와 정부당국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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