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이 사무국 역할, 전국 경제단체 실무진 회의...문재인·경총 비정규직 전면충돌 직후 작성
경총 “해당 보고서 논의·검토 없어, 내부 실무진 참고자료로 공식자료 아냐”

지난 2월 9일 박병원 경총 회장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40회 전국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전국 경제단체들의 실무진 모임인 경제단체협의회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공약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장문의 문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경총이 비정규직 문제로 전면 충돌한지 불과 4일 된 시점이었다. 

1일 재계 등에 의하면 경제단체협의회는 지난달 30일 ‘신정부 대선 공약 분석 및 경영계 의견’이라는 45쪽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해 실무진 회의에서 검토했다는 것. 

일자리, 노사 문제, 경제, 복지 등 30개의 세부항목으로 구성된 이 보고서의 상당 부분은 비정규직 등 고용 문제의 경우 기업의 자율적 의사가 중요하다는 재계의 입장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화 등을 추진 중인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배치된다. 

1989년 출범한 경제단체협의회는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5단체 및 75개 업종단체, 15개 지역단체로 구성돼 있다. 별도의 조직이나 구속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기마다 각 경제단체의 팀장급 실무진들이 모여 노동문제 등 재계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경제단체협의회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과 정면 배치되는 입장을 담은 장문의 보고서를 작성해 파장이 이는 이유는, 불과 4일 전에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면 충돌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김영배 경총 상임부회장은 경총이 서울시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개최한 경총포럼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민간 부분까지 확산되면 기업 경쟁력과 일자리 창출 여력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노동시장이 경직돼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 정책에 비판적 견해를 드러낸 바 있다.

바로 다음날인 26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경총 측 발언에 대해 문 대통령이 “정부 정책을 심각하게 잘못 이해하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당사자인 경총은 진지한 성찰과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경총의 입장에 대해 즉각적으로 강도 높은 수준에서 정면 반박한 것으로, 박병원 경총 회장이 직접 청와대 관계자들을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하면서 김 부회장의 발언 의도를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총은 노사문제를 담당하기 때문에 경제단체협의회의 사무국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번 문서도 경총 실무진들이 주도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총은 1일 “경제단체협회 회원을 대상으로 신정부 노동정책 방향에 대해 보고했을 뿐 언론에서 다룬 ‘신정부 대선공약 분석 및 경영계 의견’ 보고서는 논의되거나 보고·검토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해당 보고서는 실무진 내부적으로 경영계 의견 수렴에 참고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작성 중이었던 검토자료일 뿐 공식적 자료가 아니며, 취재에 협조한 실무자가 자신의 의견을 담아 전달한 자료일 뿐 경총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완성한 자료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경총 측은 현재 정부 정책에 대한 건의서 작성을 위해 업계로부터 광범위한 의견을 수집 중이며, 차후 기업의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정부와 국회에 건의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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