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역할 및 선진화 방안 세미나> 성승제 박사 “단순한 법제도만으로 해결할 수 있음에도 그것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아 장식품으로 전락”

지난 9일 오후 2시 국회입법조사처와 경제민주화정책포럼 공동 주최로 ‘공정거래위원회 역할 및 선진화 방안’ 세미나가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을 두고 정무위원회에서 표결이 진행되던 날 국회입법조사처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역할과 선진화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돼 주목 받았다.

지난 9일 오후 2시 국회입법조사처와 경제민주화정책포럼 공동 주최로 ‘공정거래위원회 역할 및 선진화 방안’ 세미나가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발표와 토론은 권오승 전 공정거래위원장(서울대 법전원 교수)의 사회로 총 2부에 걸쳐 진행됐다. 제1주제 발표에 한국법제연구원 성승제 박사, 토론에 박재규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장, 강지원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이성구 파이낸셜뉴스 경제연구소장이 참여했다.

제2주제 발표에는 김두진 부경대 교수, 토론에는 유선주 공정거래위원회 심판관리관, 서정 창의법률사무소 변호사, 이동원 충북대 법전원 교수가 참여했다.

세미나 개회사에서 이내영 국회입법조사처 처장은 “공정위가 흔히 경제검찰로 불린다”며 “조직의 독립성과 전문성, 투명성,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절차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이번 세미나의 개최 의미를 밝혔다.

환영사에서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경제민주화정책포럼 공동대표)는 “(공정거래위원장 청문보고서 표결과 이 세미나가) 우연히 날짜가 겹쳤는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종적으로 누가 되던 간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말하는 만큼 공정위가 단순히 경제검찰에서 더 나아가 우리사회의 공정거래질서에 있어 사회 전반적으로 컨설팅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축사에 나선 박주선 국회부의장(자유한국당)은 김상조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과 관련해 “정부와 국회의 견해가 다르다”고 표현하며 반대 입장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그는 “김상조 후보자의 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공정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고 재벌계획을 제대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에 많은 연구와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김 후보가 가야 한다고 한다”며 “그런데 이 논리를 전제로 한다면 우리나라 공정위 개혁위는 재벌구조에 대한 역할에 대해서 상당히 미미하지 않았냐는 회고적인 반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다중대표소송제 있어도 장식품에 불과...스튜어드십코드 핵심 쏙 빼고 논의돼

‘공정거래위원회 구성과 조직의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한 1부 발표에서 성승제 박사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장식품’으로 전락한 현행 법제도에 대해 질타하며 입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성 박사는 “한국에서 많은 법제도가 있는데 대부분이 장식에 불과한 것 아닐까 생각했다”며 “우리가 그런 걸(법제도) 채택했다고 주장하면서 그것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도록 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 박사는 다중대표소송제가 법의 장식품으로 전락했고, 스튜어드십코드의 경우에도 도입 과정에서 핵심 요건은 무시되고 결국 도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먼저 성 박사는 다중대표소송제의 도입이 원산지인 미국에서는 “소송에 이르는 진입 과정을 간편하게 해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에서는 도입하는 과정에서부터 (마찰을 빚었고) 결국 도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1981년 하버드 로(law) 저널의 로버트 클라크 하버드 로스쿨 교수의 글을 눈여겨 볼만 하다고 전했다. 로버트 클라크 교수는 ‘미국은 그것(다중대표소송제도와 같은 법)이 이미 1세기 전에 확립되어 왔던 원칙이고, 오늘날 다만 그 부작용을 무마하는 차원에서 법을 완화하는 장치가 도입된 것’이라고 명시한 것.

성 박사는 다중대표소송제도를 차용한 한국의 경우 1971년까지 다중대표소송제도가 한 건도 제기된 바 없다며 장식품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성 박사는 “단적인 예로 삼성전자와 같은 경우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기업이기 때문에 소수주주권이 만분의 1로 완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만분의 1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려면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에 지금보다 주가가 낮았을 때만 해도 500억원 이상을 보유해야만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스튜어드십코드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 박사는 “반대가 매우 심한 상태에 있는 핵심 요소 2가지 조항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스튜어드십코드의 원래 번역대로라면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는 없다”고 봤다.

특히 “공개적 공시를 요건으로 하는 것이 핵심인데 공개적이라는 단어 자체는 생략돼 있다”며 “단순한 법제도만으로 해결할 수 있음에도 그것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직 장식품으로 사용해왔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었던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지난 9일 오후 2시 국회입법조사처와 경제민주화정책포럼 공동 주최로 ‘공정거래위원회 역할 및 선진화 방안’ 세미나가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공정위 위원회 독립성 확보...대통령·국회·행정부와 견제 및 상호공조 필요

법제도와 관련한 성 박사의 문제제기에 토론 참석자들은 공정위 구성과 조직에서 문제의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박재규 경쟁정책국장은 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발의된 법안들이 “위원회의 독립성, 신뢰성 제고를 위해 나와 있다”며 서로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국장에 따르면 지난해 6월 23일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등은 상임위원을 기존 5인에서 7인으로 증원하고, 임기 연장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4일 발의한 법안은 위원회를 현 국무총리 소속에서 대통령소속기관으로 변경, 9인 전원 상임위원화, 위원의 국회 및 대법원장 추천, 부위원장 폐지, 사무총장 신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23일 비슷한 내용으로 법안을 발의해 상임위원원을 7인으로 증원하고 상임위원을 국회 추천으로 임명, 로펌 출신 인사의 임명을 제한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박 국장은 상임위원 증원에 대해 "현행 체제가 개편돼야 하고, 위원회의 독립성 강화와 사건처리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상임위원 외부추천 및 임기연장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강지원 입법조사관은 공정위의 독립성 제고와 관련해 입법의 우선순위 설정 방법에 따라 제도개선의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강 조사관은 이를 임명권자인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 정치권(국회)으로부터의 독립, (조직법적 측면이 아닌 실질적 측면에서) 행정부로부터의 독립 측면에서 살펴봤다.

강 조사관은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제도개선에 있어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회 구성을 참고할 것을 제안했다. 방통위 위원회 구성원 5인 중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지만, 나머지 3인은 국회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고 있다. 특히 국회 추천 몫 3인 중 여당 1인, 야당(교섭단체의 지위를 가진 당)이 2인을 추천하도록 배분하고 있다.

강 조사관은 “공정위는 시장경제에 대한 적정수준의 정부 개입, 즉 규제의 균형점이 어디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기관”이라며 “방통위와 마찬가지로 지나친 이념적 편향성을 가급적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한 조직 속성”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책 추진과 관련해서는 장기적인 정책목표를 위한 정치권과 경쟁당국의 상호공조는 어느 정도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강 조사관은 “경쟁당국과 입법부 간 엄격한 독립성이 요구될 경우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어려워져 공정위가 추구하는 경쟁 정책에 대한 입법부의 이해를 얻는 것 또한 힘들다”면서도 “단기적인 정파적 이익을 위해 경쟁정책이 옳지 않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방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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