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연구원 ‘사드문제가 자동차업계에 미친 영향과 향후 대응전략’ 보고서
2012년 중·일 영토분쟁과 비교, “일본 업체보다 기술 부족-중국 로컬업체 성장 가속 원인”

2012년 영토분쟁으로 인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중국 시장 판매 감소 피해보다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한 올해 우리나라 업체들의 판매 감소가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우리나라는 사드 배치, 일본은 영토 분쟁으로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 감소 피해를 입었지만, 일본보다 우리나라의 피해가 최대 2배나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업체들은 일본 업체보다 기술력이 부족한 가운데 중국 현지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해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선진국과의 기술적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기술 추격이 심화되면서, 일종의 ‘넛크래커’ 현상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설 자리가 더 큰 폭으로 줄어들거나 정치적 문제에 대한 회복 속도가 더디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한국산업연구원은 ‘사드문제가 자동차업계에 미친 영향과 향후 대응전략 - 2012년 중·일 영토분쟁과 비교’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12년 중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에 의해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받은 영향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사드 배치 문제로 받은 영향과 유사한 측면이 많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2012년 일본 정부가 중국과의 분쟁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위오다오)를 국유화하면서 중국에서 강력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유발했는데, 당시 9~11월 중국 내 일본 자동차 판매는 각각 -41.1%, -58.0%, -37.0%로 감소한 후 빠르게 회복됐다는 것.

사드 배치로 인한 우리나라 자동차 판매 감소는 경제 피해가 최고조에 달한 올해 3~5월 각각 -52.7%, -65.1%, -65.1%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비슷한 정치적 갈등이지만 한국 자동차 업계의 감소량이 일본의 감소량보다 최대 2배나 높았다.

연구원 측은 이런 격차가 중국 로컬 자동차 브랜드의 경쟁력이 가격뿐만 아니라 품질과 안전성 등에서 크게 상승했고, 정치적 문제로 타격을 받았던 2012년 일본 자동차 기업들에 비해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들의 브랜드 이미지와 경쟁 차종 차이 등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로컬 브랜드들과 직접 경쟁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정치적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중국 내 판매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세계 자동차 브랜드 가치 순위 현황

실제 2009년부터 올해 5월까지 중국 자동차 시장의 국가별 점유율을 살펴보면, 중국은 44.3%에서 44.7%로 큰 변동이 없었다. 독일은 14.1%에서 20.2%로 상승했고, 일본은 21.3%에서 17.4%로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7.9%에서 작년 5월 8.4% 정점을 보인 후 급격이 하락해 4.0%로 반토막으로 줄었다.

세계 자동차 브랜드 가치 순위의 경우 우리나라 현대자동차는 작년 10위에서 올해 12위로 2계단 순위가 내려갔다. 반면에 중국 업체들은 100위 안에 올해 기준 지리(Geely) 24위를 최상으로 모두 15개 업체들이 포함됐으며, 신규 포함 업체만 하발(Haval) 30위 등 4곳이었다.

1~10위의 상위권은 도요타, BMW, 메스세데스 벤츠, VW, 닛싼, 포드, 혼다, 아우디, 포르쉐, 쉐보레 등 일본과 미국, 독일 기업들이 차지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들의 낮은 브랜드 이미지와 중국 브랜드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저가격, 고품질 전략을 추진할 뿐만 아니라 SUV를 중심으로 중국 현지에 맞는 모델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디자인이나 기능의 확실한 차별화가 필요하다”며 “2012년 당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판매 감소 원인을 단순한 정치적 문제뿐만 아니라 경쟁력 약화로 보고 가격 인하와 더불어 중국 시장에 적합한 모델 개발 등 중국 현지화 노력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자동차 업체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품질관리와 단가 인하, 신기능 부품 개발 등이 필요하다”며 “전속적 거래에서 탈피해 중국 로컬 자동차 업체 등 새로운 고객 발굴이 요망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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