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우호적 분위기 조성 행보
대북공조 강조하면서도 북한과 대화 필요성 강조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미국 CBS 디스 모닝(This Morning)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일요경제] 한·미 정상회담을 9일 앞둔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새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번 미국 언론과 인터뷰는 대북 정책에 있어 미국 정부와 궤를 같이 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등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외교 이벤트를 앞두고 우호적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 "대화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아무런 전제 조건 없는 대화를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조야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과 '조건없는 대화'에 나서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것을 불식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에 대한 압박·제재와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읽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이 비핵화를 하기 전 북한과 대화를 한다는 구상은 미국의 정책과 근본적으로 배치된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미국의 정책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배치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새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간 대북 정책에 근본적 차이가 없음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단계로 북한의 핵·미사일을 동결시키고 2단계로 완전한 핵 폐기를 유도하는 단계적 핵 폐기론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단계적인 접근방법의 필요성은 미국 내에서도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발언 내용은 한미 간 대북 정책 기조가 일맥상통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군은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지난 13일 의식불명 상태로 송환됐으나 19일 사망하자 미국 내에서는 대북 강경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점도 읽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웜비어 군 유족에게 조전을 보내 위로한 데 이어 CBS와의 인터뷰에서도 미국인과 유족의 슬픔을 위로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웜비어 학생이 사망에 이르게 된 아주 중대한 책임이 북한 당국에 있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라며 북한을 '비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나라'라고 표현하면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는 인권을 무시하는 북한 당국의 처사를 묵과하면서까지 대화에 나서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점을 천명함으로써 미국인의 공감과 신뢰를 얻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우리 정부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존중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이처럼 문 대통령은 상호 신뢰와 유대감에 바탕을 둔 한·미간 대북 공조를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대화할 필요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국제 사회가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라서 해왔던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한 때는 '김정은과 함께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할 수 있다', '김정은과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영광스러울 것이다' 라고 말씀하신 바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저보다 훨씬 더 많이 나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 공동의 목표를 함께 이뤄낼 수 있다면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과 제가 대통령에 재임하는 동안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보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문제에서 최우선 순위에 둔 것이 북핵 문제인데 그것은 역대 미국 정부가 하지 않았던 일"이라며 "그 점을 대단히 높이 평가하고 그런 트럼프 대통령의 자세 덕분에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친밀감을 드러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발행된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 연기 논란과 관련해 "환경영향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우리가 배치를 연기하거나 결정을 뒤집는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사드 레이더 시스템과 2개의 발사대를 배치했지만, 환경영향평가를 포함한 정당한 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드 배치 결정은 전임 정부가 한 것이지만 나는 그 결정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명확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 배치 연기 논란이 악재로 떠오르자 미국 조야의 의구심을 불식하기 위한 언급으로 받아들여진다.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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