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유수 시공사 대청공영 도산해 하청근로자 임금체불...피해자 “원청 현대건설에 책임 있다”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본사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10대 건설사 중 임금체불 규모가 4번째인 현대건설이 또다시 임금 미지급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다. 현대건설 하청 노동자들은 소속 시공사들의 연이은 도산에 임금체불의 책임이 원청인 현대건설에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결과 체불규모 면에서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 중 하나인 현대건설이 4위를 차지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협력업체 대청공영의 해체정리팀 근로자들은 5개 현장에서 총 21억 5700만원에 달하는 임금을 수개월 째 받지 못했다.

한 팀당 30여명으로 이뤄진 대청공영 해체정비팀 근로자 총 150여명은 고정 근로자로 등록돼 있지만 일이 있을 때만 현장에 투입되는 일용직이나 다름없다. 이들은 수개월 째 임금을 받지 못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청공영의 ‘현장별 공사대금 및 미수금 내역’ 자료를 살펴보면 창원 감계 힐스테이트 2차, 4차에서 각각 8억 3752억원, 3억 6130억원, 세종 힐스테이트 2차에서 5억 748만원, 가락시영 힐스테이트(재건축)에서 2억 7628만원, 파주 힐스테이트 운정에서 1억 4133만원 등 미수금이 남아있다.

대청공영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 대전·충남지역에서 시공능력평가액 1105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뛰어난 평가를 받았으나 실제로는 2015년부터 심각한 경영 악화로 사세가 기울었다. 급기야 지난해 9월 대청공영 대표 A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임금체불을 당한 하청근로자들은 더욱 난처해졌다.

또한 다른 건설사들은 하청근로자에 대한 체불임금 지급을 대부분 완료했으나 현대건설만 끝까지 버티고 있다는 게 피해 근로자 측 주장이다. 이에 피해 근로자들은 현대건설이 책임 지고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원청인 현대건설은 대청공영이 하청 근로자에게 적절한 임금을 지급할 것을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다는 것.

하청근로자들이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계동과 창원, 가락, 세종에서 집회를 열고 현대건설 측이 이를 해결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때 현대건설은 집회에 참가한 근로자 중 10명을 상대로 회사 법무팀에서 나서 업무방해 및 기물파손 죄로 고소·고발하기도 했다. 최근 공판에서 8명은 무혐의 판결을 받고, 2명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건설에서는 해체정비팀을 제외한 철근팀, 목수팀, 콘크리트팀 등 건설 근로자들은 체불 임금 문제가 해결된 상황이다. 그러나 해체정비팀의 경우 다단계 용역체계의 말단에 속해 시공사가 부도가 날 경우 임금을 받기 더욱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현대건설은 도의적 책임을 갖고 피해 근로자들과 협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일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저희가 법적으론 그게(지급 의무가) 없는데 도의적으로 다시 하청업체에 고용된 분이니다”며 “대청공영에 줄 돈이 남아있으니 바로 (피해 해체정비팀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월에도 경기도 광주 태전 힐스테이트 1, 2차 현장에서 현대건설의 협력사로 시공을 맡은 누리비엔씨도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최종 부도처리 됐다. 누리비엔씨의 건설 근로자 200여명은 올 10월 입주를 앞두고 아파트 공사를 다 마쳤음에도 두 달 치 임금 총 14~16억원을 받지 못한 상태다.

현대건설은 올 10월 입주 예정이었던 태전지구 힐스테이트 1차 단지를 누리비엔씨에 시공을 맡기고 공사비를 지불했다.

누리비엔씨에가 속한 충남지역의 건설노조 하동현 충남건설지부장은 “원청사가 있고 그 밑에 전문건설업체가 있고 그 밑에 오야지 노동자들 있는데, 전문업체가 부도가 나면 땡볕과 추위 속에서 일한 노동자들 노임은 다 뜯긴다”며 “실제로 원청사들이 하도급을 주면서 저가의 출혈경쟁을 시키다 보니 전문건설업체들은 직접고용하거나 합법적으로 일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현대건설 관계자는 “(누리비엔씨의 경우) 하루하루 일용직에게 돈을 다 주고 사장이 돈을 못 받은 격”이라며 “저희가 돈을 안줬다 그런 게 아니라 협력업체에 지급은 다 했다”고 말했다.

시공사의 도산이 출혈적 수주경쟁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저가 수주경쟁 때문에) 그럴 수도 있고 경영을 잘 못해서 그럴 수도 있다”며 “꼭 저가수주 때문만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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