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연합노동조합 세스코지부 “고용부, 부당노동행위를 방임” vs 사측 “방법·장소 규정 없고, 절차상 문제 없다”

지난 2월 20일 민주노총에서 방역업체 세스코 직원이 노조설립과 회사 측의 부당행위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장면.

[일요경제] 국내 해충방재소독 전문 업체 세스코가 올초 최저임금 위반과 노동조합 설립 추진 방해 등의 논란을 겪은데 이어 교섭요구사실 공고 이행 여부를 놓고 노사가 또다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세스코지부는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동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가 세스코의 부당노동행위를 방임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노조는 “세스코가 현행법을 위반하면서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부정하고 있다”면서 “세스코를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세스코 노동자들은 올해 1월 노조를 설립한 뒤 3월 회사에 교섭을 요구했다. 세스코는 본사와 8개의 본부, 82개 지사가 있는데 사측이 본사에만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에 따르면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교섭요구를 받은 날부터 7일간 교섭요구사실을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 게시판 등에 공고해 다른 노조와 근로자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사용자가 교섭요구사실의 공고를 하지 않거나 다르게 공고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할 수 있다.

세스코 노조는 사측이 본사 엘리베이터 앞에만 A4용지로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부착한 것은 부적절하므로 전 사업장에 공고할 것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교섭절차를 이행하지 않자 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하고 본사에 항의 방문했다.

그러나 이후 사측이 본사 로비 쪽에 A4용지 한 장으로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부착했다는 것이다.

노동위원회는 노조로부터 시정 요청을 받으면 10일 이내에 그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 이에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심문 회의를 개최해 세스코 측이 교섭절차(교섭요구사실 공고)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사측에 전 사업장에 공고할 것을 명령했다.

이 같은 판결에 세스코는 재심을 신청하면서 반발했다.

그러나 이어진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심문회의에서도 초심을 유지하면서 사측에 노조법 시행령에 따라 교섭요구사실을 모든 사업장에 공고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서울지노위와 중앙노동위의 판정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 9일 “교섭요구사실을 본사 엘리베이터 앞과 본사 외부 공용공간에 게시한 바 있고, 노조를 포함해 교섭요구 노조 확정공고도 이행했다”며 “중앙노동위 재심결정문의 경우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하는 방식에 관한 다툼으로 부당노동행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노조에 통보했다.

노조 관계자는 <일요경제>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는 사측의 아전인수격 해석"이라고 비판하면서 "회사가 교섭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노조의 노동3권을 억압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교섭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은 사측이 노조를 교섭 대상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노조는 노사가 교섭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야 할 때 법적 효력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만약 교섭 중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에는 노조 측에서 쟁의행위 등을 통해 사측에 의견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진행하려면 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해야 한다.

그런데 사측이 교섭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노조가 교섭 당사자로의 지위가 없어 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노동부에서도 사측의 잘못을 확인했는데 세스코는 중앙노동위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넣은 상태이다.

노조법 제70조 제2항에 따르면 노동위원회의 중재재정 또는 재심결정은 중앙노동위원회에의 재심신청 또는 행정소송의 제기에 의해 그 효력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에 노조 관계자는 “세스코는 행정소송을 할 때 하더라도 중노위의 판결을 이행한 다음에 해야 하는데 이를 어겼기 때문에 현행범이다”라며 “현재 노동부에 고소했으니 노동부는 즉각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세스코 측 관계자는 <일요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교섭절차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측 관계자는 “현행 노사관계법령에는 공고의 방법이나 장소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복수노조인 회사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모든 노동조합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본사에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했다”고 설명했다.

세스코 본사는 지사 직원들이 업무 및 교육 목적으로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교섭요구사실 공고의 장소로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이어 행정소송 건에 대해서는 “교섭 공지의 방식에 대한 노동조합의 이의제기가 있었고 이에 대한 명확한 법적인 해석을 받고자 법원의 판단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회사 차원에서 근로자의 여건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7월 초에 노조와 교섭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며 "앞으로도 노조는 물론 전 직원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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