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구심점 포부…선거제도 개혁에 매진
지방선거 당면 과제…카리스마 공백은 부담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일요경제] 정의당의 새 대표로 이정미 원내수석부대표가 11일 선출됐다.

이 신임 대표는 이번 동시당직선거에서 7172표(56.05%)를 득표, 5624표(43.95%)를 얻은 박원석 전 의원을 꺾었다.

이 신임 대표는 심상정 상임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를 잇는 차세대 리더로서 원내 유일 진보정당인 정의당의 더 큰 성장을 견인해야 할 막중한 책무를 지게 됐다.

이 신임 대표는 해직 노동자로 노동운동에 투신하다 진보정당에 합류, 10여 년간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을 거치며 당 지도부 일원으로 잔뼈가 굵은 정치인이다.

당내 최대 계파의 지지를 받아온 이 대표는 원내수석부대표로 맡으며 현직 의원 프리미엄을 쌓았고, 활발한 대내외 활동과 대중적 인지도로 일찍부터 당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막상 선거가 시작되자 지난 대선을 전후해 대거 유입된 신규 당원들의 성향을 파악하기 어려워 결과를 속단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왔고, 이달 초 추혜선 대변인과 김종대 원내대변인이 경쟁자인 박원석 후보를 지지하면서 판세가 '백중지세'를 이뤘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이 대표는 계파에 매달리기보다는 당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 행보로 선거 페이스를 유지했다. 특히 이 대표는 비정규직, 농민, 여성, 성 소수자, 청년 등 정치에서 소외된 이들을 대변하는 '얼굴 있는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며 '촛불 민심'에 부합하려 노력했다.

이 대표는 취임 후 원내에서 개헌 논의를 계기로 한 선거제도 개혁에 매진할 계획이다.

최근 5%를 웃도는 지지율을 기록 중인 정의당은 국회 의석의 2%에 그치는 현실을 직시하고, 승자 독식의 기존 소선거구제를 비례성이 높은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아울러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 등에 후보를 내어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는 것도 당면 과제다. 이번에 당권에 도전했던 박원석 전 의원이 지방선거 출마를 숙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당내 차세대 리더십 발굴에도 심혈을 기울일 전망이다.

그는 막연한 외부 인재 영입보다는 당 안에서 '제2, 제3의 이정미'를 찾고, 이를 통해 정의당의 새로운 면모를 드러내는 전략을 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심상정 상임대표의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과도기적 침체나 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은 이 신임 대표가 고려해야 할 위험 요소로 거론된다.

정의당 관계자는 "대선에서 200만 표 넘게 얻은 정의당은 새로운 성장의 주춧돌을 마련한 상황"이라며 "당원들의 참여와 열정, 무엇인가 해보겠다는 의지가 표출되고 있어 차기 당 대표 앞에 놓인 조건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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