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으로부터 편법으로 받은 167억원, 현재 2조원대로 불어나

이부진 호텔 신라 사장(좌),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우)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남편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이 제기한 재산분할요구를 피하기 위해 지난 20일 이혼 및 친권자 지정 소송에서 편법 상속을 인정하는 길을 택했다.

그러나 이부진 사장의 이같은 선택으로 그가 소유한 삼성 SDS 주식 158만주는 범죄 수익 대상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특정 재산범죄 수익 환수법, 이른바 '이재용 법'이 통과되면 이 사장이 보유한 삼성 SDS 158만주에 해당하는 금액 3000억원은 범죄 수익으로 인정돼 환수당하게 된다.

최근 <뉴스타파>는 이 사장이 법원에 제출한 준비 서면 내용을 입수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원고 이부진 사장은 그의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부터 다액의 돈을 증여받아 삼성물산 주식 및 삼성 SDS 주식을 취득했고, 이후 부친의 뜻에 따라 이 사장의 재산을 회사가 유지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피고 임우재 전 고문이 이 사장 재산의 유지 관리에 관여할 여지 자체가 없었다는 게 요지다.
 
임 전 고문은 지난 2015년 이 사장이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신청한 이혼 조정 및 친권자 지정 소송과는 별개로 1조 2000억원대의 재산분할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임 전 고문은 이 사장이 삼성물산 주식 및 삼성 SDS 주식 등의 자산을 불려오는 과정에 자신의 공이 있었다는 점을 이유로 재산분할소송을 제기했다.

임 전 고문은 이 사장과 결혼하기 3년 전인 1996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던 이 사장의 건강이 회복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결혼 후에도 이 사장의 시댁 식구들이 삼성그룹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숨어 살아온 점을 강조했다. 이를 근거고 임 전 고문은 이 사장의 재산을 축적하는데 기여한 공이 커 재산분할을 요구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이 사장 측의 준비 서면을 보면 부친 이건희 회장은 1995년부터 당시 만 25살이던 이 사장에게 2년여에 걸쳐 총 167억 1244만원을 증여했고, 이후 회사의 주식 관리로 1조 7046억원 가량(준비서면 제출 시점인 2017년 1월 20일 종가 기준)으로 불어났다. 현재 시가를 적용하면 이 금액은 6개월 만에 2조 745억원으로 늘어난 셈이다.

당시 임 전 고문 측은 재산분할소송에 대해 “이혼을 피해 가정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뿐 돈을 바라고 낸 소송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 사장이 편법 상속을 스스로 인정하면서 임 전 고문의 재산분할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이 사장이 부친으로부터 편법 증여를 통해 받은 종잣돈 등으로 헐값에 매입한 삼성SDS 주식 158만주가 재산 환수 대상에 오를지 여부가 주목된다. 삼성SDS 주식을 취득하게 된 과정도 이 사장 측이 제출한 준비 서면에 자세히 나와 있다.

이 사장은 삼성SDS 주식을 300만주 정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3000억원 가치에 해당하는 158만주는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헐값에 매입하면서 취득한 분이다. 이미 과거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 배정 사건’으로 한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2009년 8월 법원이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김인주 등 측근에게는 유죄 판결을 내렸으나 이부진 등 3남매가 불법 행위로 취득한 재산은 몰수하지 않았다.

박영선 의원이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인 지난 2월 28일에 재차 발의한 ‘특정 재산범죄 수익 환수법’이 통과되면 이부진 사장의 삼성SDS 주식 158만주는 환수 당하게 된다. 해당 법안은 50억원 이상의 횡령 배임이 선고된 사건에서 그 범죄 수익을 소급해 환수하는 법안이다.

이에 호텔신라 측은 <일요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부진 사장의) 개인적인 사정이라 따로 답변하거나 그런 건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에 판결난 1심 소송은 과거 이부진 사장에 의해 제기된 이혼 조정 및 친권자 지정 소송의 바로 그 1심이다. 당시 이 사장이 승소했으나 임 전 고문의 변호인단이 ‘재산 관활권’ 위반을 이유로 무효를 주장하면서 서울 가정법원 가정4부(권양희 부장판사)로 이송돼 다시 1심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두 사람이 이혼하되 이 사장은 남편인 임 전 고문에게 86억원을 지급하고, 친권과 양육권 역시 이 사장에게 주도록 했다. 자녀 면접 교섭권은 한 달에 한 차례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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