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업소 공급용 다이아몬드EC와 비소매·업소용 유통채널 겹쳐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LG생활건강이 기존 업소 공급용 생수 다이아몬드EC가 있는데 ‘제주삼다수’의 유통 판권을 획득한 것을 두고 비전 없는 무모한 전략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제주도개발공사는 8일 삼다수 위탁판매권 우선 협상 대상자로 광동제약과 LG생활건강의 자회사인 코카콜라음료를 선정했다. 광동제약은 편의점 등 소매용 제품군 유통을, LG생활건강은 호텔, 유흥업소 등 비소매·업소용 제품군 유통을 맡게 된다.

광동제약은 2012년부터 소매용과 비소매·업소용 제품을 모두 판매해오다 LG생활건강에 판로를 빼앗겼다. LG생활건강은 5년 전 제주도개발공사가 소매와 비소매를 구분하지 않고 위탁판매권 입찰을 진행했던 당시에도 참여했으나 실패했다. 이번에 제주도개발공사가 소매, 비소매 제품군을 이원화해 위탁판매 입찰을 받으면서 드디어 LG생활건강이 결실을 이룬 것.

그러나 일각에선 LG생활건강의 삼다수 판권 획득이 적절한 전략인지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이 이미 호텔과 유흥업소 등에 납품하던 생수 다이아몬드EC의 채널과 향후 삼다수의 유통채널이 겹쳐 실적 향상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자중지란만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삼다수의 시장점유율도 과거에 비해 축소되면서 오히려 실적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난해 국내 생수시장에서 삼다수의 시장점유율은 41.5%로 1위를 지켜내긴 했으나 전년대비 3.6% 하락했다. 반면 농심의 백산수와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는 시장점유율이 전년대비 각각 2.3%, 2% 상승했다.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국내 생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삼다수의 퇴보는 좋지 않는 징후일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삼다수가 타 생수보다 비싸다는 인식에 다이아몬드EC로 LG생활건강과 거래하던 기존 거래처들에겐 오히려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22일 기준 네이버쇼핑을 통해 판매되는 삼다수의 최저가는 325원(500ml 1개 기준, 배송료 포함)으로 다이아몬드EC 최저가 293원보다 32원 비싸다. 10원이라도 단가가 싼 물건을 찾는 업주들 입장에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

한편 지난 2분기 LG생활건강의 음료부분 매출은 3757억원, 영업이익 45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4.3%, 28.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의 음료 부분 영업이익은 1149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 8809억원 중 13.2%에 달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