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확인되면 최소 1천억원 세금 부과될 수도

30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일요경제=심아란 기자] 금융당국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관련 의혹에 대해 재점검에 나설 전망이다. 이 회장이 차명계좌를 이용한 게 사실로 확인되면 최소 1천억원에 이르는 세금이 부과될 수도 있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대상 종합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조4000억원 규모의 이 회장 차명계좌 처리와 관련해 질문하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감독원과 협의해 계좌인출, 해지, 전환 과정을 다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 위원장은 "당시 금감원 검사를 받은 금융기관들이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점검하겠다"면서 "그동안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던 종합편람, 업무해설 일관성도 정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박 의원이 검찰 수사나 금감원 검사과정,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차명계좌로 확인된 경우 이를 비실명자산으로 보고 금융실명제법 5조에 따라 원천징수세율을 90%(지방소득세 포함하면 99%)로 하는 데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최 위원장은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최 위원장은 "유권해석을 바꾼다기보다 재확인하는 것"이라며 "삼성 차명계좌 관련 금융위가 사전에 안내하거나 조력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기존에는 차명계좌라도 명의인 실명계좌면 이 계좌에 든 자산은 실명재산이라고 포괄적으로 해석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수사당국 수사나 금감원 검사, 국세청 세무조사 등 공적기관에서 차명계좌로 확인된 경우 '비실명 재산'으로 유권해석 할 방침이다.

이에 금융위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금융당국은 사후에 객관적 증거에 의해 확인된 차명계좌는 차등과세 대상이라는 원칙을 유지해왔다"면서 "국감서 금융위원장 답변은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차등과세 대상이 되는 차명계좌를 보다 명확하게 유권해석 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수사, 국세청 조사, 및 금감원 검사에 의해 밝혀진 차명계좌는 금융실명법 5조의 차등과세 대상"이라며 "이에 대해 과세당국이 유권해석을 요청하면 차등과세 대상임을 분명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위가 이같이 유권해석을 하면 국세청은 과세를 검토하게 된다.

앞서 박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의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이 회장이 지난 2008년 삼성 특검에서 확인된 차명계좌를 실명계좌로 전환하지 않고 4조4000억원을 되찾아가면서 세금과 과징금 등을 회피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 의원은 "소멸시효를 어떻게 따지느냐에 따라 부과액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면서 "최소 1000억원 내지 수천억원이 과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금감원의 검사결과 2008년 특검 측이 검사를 요구한 이 회장의 1199개 계좌 중 2개는 중복계좌였으며 나머지 1197개 중 176개는 검사 당시 위법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남은 1021개 중 1001개는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후 개설된 것으로 실명전환 및 과징금 징수대상이 아니며 금융실명제 시행 전에 개설된 20개 계좌는 실명으로 개설됐거나 가명으로 개설 후 실명전환의무 기간 내 이미 실명전환이 완료됐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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