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행장 물망에 오른 내·외부 인사…의견 엇갈려

(왼쪽부터)손태승 글로벌 부문 겸 글로벌그룹 부문장, 정원재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장, 이동건 전 영업지원그룹장,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일요경제=심아란 기자] 우리은행 이사회는 손태승 글로벌 부문 겸 글로벌그룹 부문장에게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업무를 위임했다. 이 행장이 우리은행의 채용 비리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퇴를 결정한 것에 따른 후속 조치다.

5일 우리은행은 이사회를 열고 이 행장 사퇴 표명에 따른 업무 위양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상법상 사임 의사표시를 한 대표이사는 후임 대표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그 권리 의무가 있으므로 이 행장은 법적으로는 대표이사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이 행장은 상법 등 관련 법령상 대표이사로서 수행해야 하는 대내외적 법률행위로 업무수행을 최소화한다.

이에 따라 손 부문장은 이 행장이 수행하던 은행 경영 등 일상적 업무를 당분간 대신하게 된다.

사내이사가 아닌 손 부문장을 이사로 선임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가 필요해 이사회는 법적인 대행 체제가 아닌 일상 업무를 위임하는 방법을 택했다.

다만 후임 은행장이 취임할 때까지 본부장급 이상 임직원의 인사와 은행장 전결권의 50%를 초과하는 신규사업 등은 부분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손 부문장은 한일은행으로 입행해 전략기획부장과 LA지점장, 전 우리금융지주 미래전략담당 상무 등을 역임했다.

이에 이사회는 손 부문장이 전략과 영업, 글로벌 업무를 두루 경험해 조직안정화를 위한 업무총괄 대행 역할로 적임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이날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 안건은 다음 이사회로 미뤄졌다.

현재 우리은행 임추위는 이 행장과 우리은행 5개 과점주주(IMM PE·한화생명·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동양생명)를 대표하는 사외이사 등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정부는 우리은행을 민영화하면서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지분 중 29.7%를 매각했지만, 아직 18.52%를 갖고 있어 1대 주주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초 우리은행의 행장 선출 과정에서 '자율 경영'에 대한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로 임추위에 예보 측 비상임 이사를 제외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임추위에 예보 측 인사가 포함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긴급 상황인 만큼 1대 주주인 예보의 권한 행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 안건에서는 빠졌다.

이에 우리은행은 가까운 시일 안에 다시 이사회를 열고 후임 행장 선임을 위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차기 우리은행장에 대해서는 이동건 전 그룹장을 비롯해 김승규 전 지주 부사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또한 이 행장을 대신해 업무총괄을 맡게 된 손태승 부문장과 정원재 부문장 등도 후보로 거론되는 중이다.

이번 채용비리 이슈와는 별개로 그간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상업은행 출신과 한일은행 출신 간 계파 갈등 문제가 꾸준히 있었다.

이에 따라 차기 행장으로는 우리은행의 사정을 잘 아는 내부 인사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외부 인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현재 우리은행의 사외이사로 있는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회사 사장과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 등도 행장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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