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계획도 없이 10억원 들여 구매했나

최근 LF푸드가 인수한 수제버거 프랜차이즈 크라제버거가 2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가맹사업 직권취소 처분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로 인해 '운영계획도 없이 10억원을 들여 망해버린 상표권을 매입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LF가 100% 지분을 보유한 LF푸드는 지난달 삼양의 관계사 나우IB캐피탈로부터 크라제버거의 상표권을 인수했다. 업계는 인수규모를 10억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LF관계자도 “그 정도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크라제버거의 사업이 채 시작되기도 전인 2일 크라제버거 가맹사업이 정보공개서 변경등록 미이행을 사유로 직권 취소됐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특성상 상표권은 가맹본부의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수입을 가져다 주는 근거로 사용된다. 최근 가맹본부들은 유통마진보다 로열티를 통한 수익을 추구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상표권의 가치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는 가맹본부의 ‘통행세’ 수취나 ‘갑(甲)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질타와 무거워진 공정위의 처벌 등 유통마진의 극대화로 포장된 불공정거래행위가 곧바로 실적악화로 연결되는 사례가 몇 차례 반복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7월 정우현 전 미스터피자 회장이 원부자재 유통과정에서 통행세를 받다 구속 수감됐다. 또 굽네치킨과 bhc는 원부자재 공급가격을 높여 받거나 할인행사 강요 등의 행위에 대해 공정위로부터 불공정거래 혐의로 조사받은 바 있다.

또 같은 달 공정위는 가맹점에 구매를 강제하는 '필수품목'의 마진과 유통과정 등의 정보를 상세하게 공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 대책’을 내놓았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매출액·이익 기반 로열티로의 수익구조 전환, 물품구매의 사회적 경제 실현 등으로 가맹사업 구조가 선진화된 비즈니스모델로 전환하기를 당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 달 27일 가맹본부사들이 주축이 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로열티 제도를 확산해 가맹금 징수를 위한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자간 협의를 협회가 지원하겠다는 자정혁신안을 내놓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유통마진 위주로 구성됐던 가맹본부의 수익구조가 갑질과 착취로 변질돼 소비자들의 반발과 경쟁력 악화를 가져왔다”며 “가맹본부의 수익을 브랜딩과 상표권에서 기인하도록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크레제버거 상표권 매입 후 LF푸드의 행보는 주목의 대상이 됐다.

구본걸 LF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신규사업을 검토해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서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8월 LF푸드의 대표이사 자리에 구 회장의 동생이자 3년간 대표이사 자리를 맡아온 구본진 사장 대신 프랜차이즈 전문가로 알려진 윤종국 전 SPC GFS 전무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해 크라제버거 가맹사업의 부활이 점쳐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라제버거는 가맹사업정보를 변경 등록하지 않아 결국 가맹사업 직권취소 처분을 받았다. 직권취소를 받은 가맹본부는 가맹점 모집과 개설이 불가능하다.

현재 크라제버거의 가맹사업 본부인 크라제인터내셔날은 연락조차 닿지 않는다. 크라제인터내셔날의 가맹사업 연락처는 없는 번호로 안내된다.

따라서 상표권을 인수한게 패착이라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새 브랜드를 띄우기보다, 망한 브랜드를 살리는 게 훨씬 더 힘들다고 한다. 한 번 망한 브랜드로 낙인이 찍히고 나면 다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일이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한 창업 전문가는 “쉐이크쉑의 성공을 보고 LF푸드가 크라제버거를 인수했다면 시장에 대한 분석이 부족한 결정”이라며 “트랜디한 소비자를 타겟으로 한 수제버거 시장의 특성상 크라제버거는 신선하지도 않고, 이미 망했던 브랜드라는 오명을 벗기도 어려워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LF 관계자는 “상표권 인수 이후 크라제버거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남아있는 크라제버거와 크라제맥스 매장과 관련해서도 “우리(LF푸드)는 상표권만 인수했을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편, 아직 운영되고 있는 크라제버거 매장은 가든파이브 이마트점과 곤지암리조트점, 김해국제공항점, 제주중문점 등 총 4곳으로 확인된다. 이들 매장의 제품의 품질과 안전을 담보할 가맹본부가 명확하지 않아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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