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2000명→600명' 급감…수당도 50% 삭감

[일요경제=심아란 기자]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은 개인영업점포를 전면 폐쇄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경영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의 일방적 조치로 특수고용노동자인 보험설계사 대부분이 일자리를 잃고 남은 설계사들은 수당이 반토막 났다. 이에 보험설계사 노조는 정부 및 금융당국에 불공정한 ‘갑질’ 횡포를 당하는 부분에 대한 철저한 감시·감독과 재발방지책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주주인 현대차그룹의 유상증자 시기도 불투명해 현대라이프의 경영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보험인권리연대노동조합 현대라이프생명 지부(이하 보험설계사 노조)는 현대라이프가 일방적으로 영업점포를 폐쇄하고 보험설계사의 영업수당을 50% 삭감해 생존권을 앗아갔다며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한 노조는 전국에서 총회 및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보험설계사 노조 관계자는 “공정위와 금융감독원은 보험설계사에 대한 현대라이프의 불공정행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조치를 취해 보험업계에 불공정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현대라이프는 위촉 계약을 맺은 보험설계사들이 '수수료 50% 삭감'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해촉 처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라이프 보험설계사 노조
현대라이프는 위촉 계약을 맺은 보험설계사들이 '수수료 50% 삭감'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해촉 처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라이프 보험설계사 노조

현대라이프는 2012년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이후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누적 순손실이 2270억원(6월 말 기준)에 달한다. 이에 현대라이프는 올해 6월부터 9월 말까지 전국 75개의 영업점포를 모두 폐쇄하고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개인영업 부문을 축소하고 법인영업에 주력해 경영위기를 타개할 계획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현대라이프 영업점포가 사라지면서 2000여명이었던 보험설계사가 600여명으로 대폭 줄었다.

이에 회사는 600여명의 설계사 중 150명을 선발해 ‘블루FP’라는 직책을 줬다. 이들은 영업점 폐쇄로 인한 관리자의 부재를 대신해, 다른 설계사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그러면서 회사는 남은 450여명의 설계사들에겐 재택근무를 요구했다. 그러나 설계사들은 주로 영업을 해야 하는 업무특성상 교육 담당자 및 관리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재택근무를 통한 영업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한다.

이에 보험설계사 노조 관계자는 “‘블루FP’ 등의 직책을 주는 건 회사의 ‘보여주기식’ 조치에 불과하며 결국엔 보험 설계사들이 직접 일을 그만두게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험설계사들이 회사와 위촉계약을 맺을 때 계약서에는 ‘개인 사정상 그만둘 때 잔여수당을 받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이 관계자는 “설계사들은 현재 회사가 영업점포를 전부 폐쇄한 바람에 일거리가 사라져서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회사가 이를 자발적 퇴사로 여겨 해당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 잔여수당이 최대 3-4억원에 이르는 설계사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측이 수수료 삭감에 동의하지 않는 보험설계사를 해촉하겠다고 통보했다”며 “점포 폐쇄로 불편을 느끼고 계약을 취소하는 고객도 있어 보험설계사들이 받았던 수당까지 환수될 위기에 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회사는 설계사들이 해촉 처리가 되면 잔여수당을 포기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점포 폐쇄 및 수당 삭감 등을 통해 강제로 해촉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보험설계사는 일반 정규직 직원과 달리 특수고용노동자로, 이들 노조는 법외노조다. 따라서 이들이 회사와 공식적으로 대화할 경로가 아직까지는 없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판단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생명보험사의 경영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보험업법상 위법행위로 간주하기 어렵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이어 본지는 현대라이프 측에 입장을 요청했으나 관계자와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한편 2021년부터 보험업계의 자본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현대라이프는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대주주인 현대차그룹으로부터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2대 주주인 대만 푸본생명에 단독 증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현대라이프는 빠른 시일 내에 자본확충은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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