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초대형 IB 5곳 지정 미래에셋·NH·삼성·KB증권도 포함…단기금융업 인가는 심사 중

금융위원회는 13일 정례회의에서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005940],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016360], KB증권 등 5개 증권사를 종합금융투자사업자(초대형 IB)로 지정했다. 다만 어음발행 등 단기금융업 인가는 한국투자증권만 단독으로 받았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정례회의에서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005940],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016360], KB증권 등 5개 증권사를 종합금융투자사업자(초대형 IB)로 지정했다. 다만 어음발행 등 단기금융업 인가는 한국투자증권만 단독으로 받았다.

[일요경제=심아란 기자]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구상한 지 6년 4개월 만에 초대형 투자은행(IB) 5곳이 출범한다. 다만 초대형 IB의 핵심사업인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는 한국투자증권만 단독으로 받아, 반쪽자리 출범이란 평가는 불가피하다.

금융위원회(금융위)는 13일 오후 정례회의에서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개 증권사에 대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 및 한국투자증권 단기금융업 인가'를 심의·의결했다.

금융위가 2011년 7월, 기업의 자금조달 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키우겠다며 초대형 IB 육성 계획을 발표한 지 6년 4개월 만의 출범이다.

초대형 IB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인적·물적 설비 ▲이해상충 방지 체계 등의 요건만 갖추면 지정될 수 있다.

이에 증권사 5곳은 해당 요건을 갖추기 위해 다른 증권사들을 인수·합병(M&A)하거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몸집을 불려왔다.

올해 6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미래에셋대우가 7조149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NH투자증권 4조6925억원, 한국투자증권 4조3450억원, 삼성증권 4조2232억원, KB증권 4조2162억원 순이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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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는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하고, 단기금융업을 위한 심사가 완료되지 않은 4개 증권사에 대해서는 심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증권선물위원회 및 금융위원회 심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4개사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 자본 건전성 등에 대한 심사가 진행 중이지만 연내 마무리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심사가 보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번에는 한 개 증권사만 단기금융업 인가를 했지만 금감원 심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다른 증권사도 인가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이번 인가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초대형 IB는 자기자본 200% 한도에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발행하는 등 단기금융을 할 수 있다.

단기금융의 최소 50%는 기업금융으로 운용해야 한다. 기업금융으로 분류되는 자산은 기업 대출·어음 할인과 매입, 발행시장에서 직접 취득한 기업 증권, 유통시장에서 취득한 코넥스 주식과 A등급 이하 회사채 등이 해당된다.

또한 자기자본이 8조원 이상이면 고객예탁자금을 통합해 운용하고 수익을 지급하는 종합투자계좌(IMA)와 부동산담보신탁 업무를 할 수 있지만 해당 요건에 부합하는 증권사는 아직 없다.

증권사 5곳은 우선 기획재정부에 외환업무 변경 등록 절차를 거쳐 초대형 IB로서 역할을 시작할 계획이다.

단기금융업 인가가 나지 않아도 초대형 IB로 지정되면 기업에 대한 환전 업무는 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환전업무와 발행어음 사업을 수행할 수 있고 다른 4개 증권사는 일단 외환업무만 진행하게 된다.

초대형 IB들이 본격적으로 기업금융에 뛰어들면 은행들과 경쟁할 수도 있다. 이를 이유로 은행권에서는 업무 권역 간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초대형 IB의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보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발행어음은 원리금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만기가 1년 이내로 짧다. 그러나 초대형 IB는 신생·혁신기업에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기업 단기대출에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들은 단기금융업 인가를 반대하기도 했다.

기업 대출은 지금까지 은행을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초대형IB 출범으로 증권사가 은행의 기존 업무를 침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은행연합회는 초대형 IB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의 용처를 축소하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한 뒤 인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금융투자협회는 "발행어음은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고 발행사의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되는 금융상품이라는 점에서 은행 예금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며 반박했다.

증권사의 특성상 조달자금은 주로 주식·회사채 등 발행물, 저신용등급의 회사채 투자에 쓰일 것이며 은행의 기존 업무와 겹치는 기업대출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금융투자협회는 초대형 IB 도입으로 모험자본이 25조원 가량 공급되는 효과가 있다며 조속한 인가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증권사 가운데 다음 초대형 IB 후보로는 메리츠종금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언급되고 있다. 6월 말 현재 메리츠종금증권은 자기자본이 3조1680억원이고 신한금융투자는 3조1503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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