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회장, 긴급 이사회 소집 직접 영입한 이 부회장 쳐낼까?
이 부회장, 회사 지분율 2위로 사건 휘말린 권 회장 경영권 위협

KTB투자증권 최대주주인 권성문 회장이 경영권 방어 차원의 '마지막 카드'를 빼들었다. KTB투자증권은 4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긴급 이사회를 갖는다. 사진은 왼쪽부터 권성문 회장, 이병철 부회장, 최석종 사장
KTB투자증권 최대주주인 권성문 회장이 경영권 방어 차원의 '마지막 카드'를 빼들었다. KTB투자증권은 4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긴급 이사회를 갖는다. 사진은 왼쪽부터 권성문 회장, 이병철 부회장, 최석종 사장

소용돌이에 휘말린 경영권 분쟁 내홍을 겪고 있는 KTB투자증권이 4일 오후 5시 서울 강남 모처에서 긴급 이사회를 긴급 이사회를 연다. 

권성문 회장이 소집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긴급 이사회는 '경영 현황 점검'이 안건이지만 최근 권 회장이 횡령·배임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경영권을 위협받자 경영권 방어 차원의 마지막 카드를 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증권가에선 위기에 처한 권 회장이 현재 경영을 맡고 있는 이병철 부회장과 최석종 사장 등을 쳐내기 위한 해임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번 긴급 이사회를 소집한 것이 아니냐는 견해가 많다.

최대주주인 권 회장이 2대 주주인 이 부회장과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 검찰 수사로 경영권에 위협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권 회장은 회사 출장비를 업무적인 출장이 아닌 미술품 구매나 개인목적 출장에 가족을 데려가면서 회삿돈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금융감독원은 권 회장에 대해 미술품 구매와 개인 목적 출장에 회삿돈 6억~7억원을 사용한 혐의 2~3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또 권 회장은 지난 8월 개인회사의 직원을 폭행한 뒤 이를 무마하기 위해 수천만원의 합의금을 준 사실도 뒤늦게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10월 말부터 권 회장을 특별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몇 차례 소환조사하고, 지난달 22일 KTB투자증권 본사와 권 회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높은 수사를 벌여왔다. 

금융사 지배구조법상 금융회사 최대주주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대주주 자격이 박탈할 수 있다. 검찰 수사로 기소되면 재판 결과에 따라 경영권과 최대주주 지위를 박탈당할 수 있다.

이 부회장과 최 사장은 부동산·항공 등 대체투자 확대를 통한 KTB투자증권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지난해 권 회장이 영입했다.

권 회장이 사건 사고에 휘말린 동안 이 부회장은 KTB투자증권에서 입지를 강화해왔다.

이 부회장은 작년 3월 KTB투자증권 지분 5.8%를 확보해 주주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린 뒤 꾸준히 자사주를 사들여 올해 9월 기준으로 16.39%의 지분을 확보한 2대주주가 됐다.

현재 권 회장의 지분은 21.96%로 이 부회장과의 지분 격차는 5.57%포인트로 좁혀졌다. 권 회장의 실제 의결권 주식은 20.22%다. 게다가 이병철 회장(14.00%)은 추가로 지분을 매입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 영입 당시 권 회장의 지분보다는 적은 20%까지만 지분을 매입하기로 약속했지만 지분율이 엇비슷한 상황에서 두사람 간에 경영권을 두고 미묘한 입장 차이는 곧 경영권 분쟁으로 언제든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권 회장 측이 이번 이사회를 긴급 소집했다는 이런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함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현재 KTB투자증권의 이사진은 총 7명이다. 권 회장과 이병철 부회장, 이 부회장과 함께 영입된 최석종 사장, 임주재 김앤장 고문, 김용호 김앤장 변호사, 정기승 전 현대증권 감사, 이훈규 전 법무법인 원 고문 등이다. 이번 이사회 소집은 임주재 김앤장 고문이 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김용호 변호사, 이훈규 이사는 권 회장의 추천으로 사외이사가 됐고, 이사회 소집을 발의한 임주재 이사는 권 회장과 대구 계성고와 연세대 동문으로 지연, 학연으로 연결됐다.

다만 정기승 이사는 이 부회장과 함께 사외이사로 새로 영입됐다.

사실상 권 회장의 이번 긴급 이사회 소집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마지막 카드로 풀이된다.

금융업계에서는 "KTB투자증권은 권 회장과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설이 나돌기 시작하면서 부서간 업무와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며 "어떤 식으로든 두사람 간의 경영권 정리는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말했다.

이번 긴급 이사회가 '경영 현황 점검'으로 명시됐지만 상황에 따라 사외이사들이 어떠한 입장을 표할 것인지를 두고 KTB투자증권 내부조차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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