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 등 특별 안건 결의 없이 이사회 마무리"
내년 3월 주총 앞두고 이사진 영입 물밑작업 신경전 거셀 듯

경영권 분쟁으로 관심을 모았던 4일 KTB투자증권 긴급 이사회가 특별 안건 결의사항 없이 그대로 마무리돼 경영진 내홍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경영권 분쟁으로 관심을 모았던 4일 KTB투자증권 긴급 이사회가 특별 안건 결의사항 없이 그대로 마무리돼 경영진 내홍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며 경영권에 위기를 맞은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이 소집한 긴급 이사회에서 관심을 모았던 경영권 분쟁은 표면에 드러내지 않은 채 특별한 결의사항 없이 싱겁게 끝났다. 하지만 갈등의 여지는 그대로 남아 있어 경영권을 둘러싼 힘대결은 물밑작업에서 승부가 날 것으로 보인다.

KTB투자증권은 4일 오후5시 서울 강남구의 팔래스호텔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이사회는 2시간 반 가까이 이어졌다. 

권 회장의 소집으로 이뤄진 이날 긴급 이사회는 현재 경영을 맡고 있는 이병철 부회장과 최석종 사장 등을 해임하기 위한 안건이 논의될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과는 달리 KTB증권 관계자는 “특별한 안건 결의 사항은 없었다”며 “경영 현황이 보고됐고 이사회도 원만히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겉으로는 갈등이 봉합되는 양상이지만 경영권에 대한 갈등은 그대로 남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해 KTB투자증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권 회장이 이 부회장을 영입한 이후 실제로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동안 권 회장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의 조사 대상이 됐다. 개인 목적의 출장과 미술품 구매에 회삿돈 6억~7억원을 써 특가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9월 금융감독원이 혐의를 포착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지난달 서울 여의도 본사 사무실과 권 회장의 도곡동 자택까지 압수수색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부하 직원을 발로 차는 폭행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갑질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런 와중에 이 부회장의 입지는 실적 개선과 함께 회사 지분율을 꾸준히 올려 2대 주주가 되는 등 한층 강화됐다.

올해 9월 기준으로 16.39%의 지분을 확보한 이 부회장의 지분율은 21.96%을 보유한 권 회장과 지분격차가 5.57%포인트로 좁혀져 있다. 게다가 실제 의결권 주식은 권 회장이 20.22%인데 비해 이 부회장 14.00%에다 앞으로 충분히 더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선 이번 긴급 이사회로 권 회장은 경영권에 위협이 되는 이 부회장을 해임하기 위한 반격의 자리가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7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의 무게추가 권 회장 측으로 기울었다는 판단에서다. KTB투자증권 이사진은 권 회장과 이 부회장, 최 사장 등 3인의 공동대표와 사외이사인 김용호 김앤장 변호사, 임 고문, 이훈규 법무법인 원 고문, 정기승 전 현대증권 감사 등 7명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이번 이사회에 이사진 7명이 전원 참석해 2시간 반에 걸쳐 집중 논의했지만, 최대주주인 권 회장과 2대주주 이 부회장의 지분 경쟁 구조와 지배 구조를 그대로 유지키로 결론이 났다.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한 이사는 "경영 상황 관련 리스크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우려했던 대표이사 해임안 등은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향후 분쟁의 불씨는 그대로 남겨진 상태다. 

권 회장이 선임한 이훈규 사외이사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돼 새로 영입될 후임으로 영입될 신임 임원 추천부터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긴급 이사회에서 경영진 내홍이 겉으로는 일단락됐지만 결국 KTB투자증권의 경영권 분쟁은 내년 주주총회에서 표대결로 다시 '혈전'을 치룰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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