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 측 "초고속 승진 아냐" "승진 후에도 경영일선 부각 아냐"
부사장 승진 후 경영일선 참여에 부담 크다는 시각도 나와

동부그룹의 새이름 DB그룹과 김남호 DB그룹 부사장(사진편집)
동부그룹의 새이름 DB그룹과 김남호 DB그룹 부사장(=사진편집)

동부그룹에서 사명을 바꾼 DB그룹의 올해 첫 인사에서 보험금융연구소 김남호(43) 상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준기 전 그룹회장의 외아들인 김남호 부사장이 지난해 1월 상무 승진 후 1년만에 부사장 자리에 오른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김 부사장이 경영 전반에 걸쳐 전면에 나서는 시점이 다가온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아버지인 김 회장이 최근 여비서 성추행 사건으로 미국에 도피 중인 상황에서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한 발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DB그룹 측은 "DB손보 등 그룹내 임원 직제에서 전무직이 없다는 점에서 바로 부사장 승진은 이상한 것이 아니며, 1년 만의 고속 승진도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입장이다.

DB그룹 관계자는 "타 기업의 오너 자제들에 비해 결코 빠른 승진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에도 당분간은 경영 일선에 부각되지는 않을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DB그룹 금융연구소가 금융계열사의 중장기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볼때 상무 승진 후 1년만에 또다시 초고속 승진을 할 정도로 가시적 성과는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서도 관계자는 "금융연구소에서 김 부사장의 업무성과를 잘 모르면서, 초고속 승진한 것에 대해 말들이 많다"며 "일일이 승진 이유와 업무 성과를 공개할 이유가 없다"며 일축했다.

올해 만 43세인 김 부사장은 경기고와 미국 웨스트민스터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워싱턴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동부제철 차장으로 2009년 입사해 부장까지 지내다가 2013년 동부팜한농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5년에 동부생명(현 DB생명)으로 이동하고, 동부팜한농(현 팜한농)은 2016년 LG화학에 매각됐다. 

김 부사장이 DB금융연구소 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작년 인사에서 임원(상무)으로 승진하면서 본격 경영을 예고했다. 김 부사장은 DB손보 지분 9.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지난해 김준기 전 회장이 사퇴를 결정하면서 승계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재계는 내다봤고,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해 승계 윤곽은 더욱 구체화됐다. 

DB그룹은 재무건전성 악화로 여러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현재는 금융을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하고 있다. 

DB손보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총자산 48조원 규모인 국내 손해보험업계 3위로 DB생명, DB캐피탈 등 다른 금융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DB손보는 DB금융투자 지분 25.08%와 DB생명보험(99.83%), DB캐피탈(87.11%), DB자동차보험손해사정(100%) 등 주요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수익은 17조원을 넘겼고, 당기순이익은 5300억원대를 기록했다. 

김남호 부사장을 최대주주로 하는 DB그룹 지배구조 현황
김남호 부사장을 최대주주로 하는 DB그룹 지배구조 현황

김 부사장은 다른 재벌오너 2세들과는 달리 일찌감치 지분확보를 해둔 상태다. 

김 부사장은 DB그룹의 핵심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 부사장은 DB손보 지분율을 김 전 회장이 가진 5.94%보다 많은 9.01%를 보유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김 부사장과 김 전 회장, 김주원씨, DB김준기문화재단의 총지분은 23.10%다. 

또 김 부사장은 금융부문과 더불어 DB그룹의 주축인 제조업을 맡고 있는 DB Inc의 지분도 18.2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 전 회장과 모친 김정희씨, 누나인 김주원씨 등 특수관계인이 23.24%를 보유해 오너 가족의 지분율이 41.45%에 이른다.

이처럼 이미 그룹 핵심계열사 최대주주인 김 부사장이 부사장 자리에 오른 것을 두고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와 일선에서의 경영 참여가 시작된 것으로 보는 그룹 안팎의 시각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다른 재계 2세들에 비해 승진이 다소 느린 편이었지만, 최근 2년 새 초고속 승진을 했다"며 "현재 전문경영인인 이근영 회장이 그룹 경영을 맡고 있으나 오너가 아니기 때문에 결국 김 부사장을 중심으로 후계 구도를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 부사장의 경영 일선 참여가 부사장 승진만으로 쉽게 결정될 수만은 없다는 시각도 있다. 

부친인 김 전 회장이 지난해 회장 재직 시절 여비서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됐고, 미국 도피 중에 검찰의 소환조사에 불응하면서 3차례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이달 말 비자가 만료되면서 귀국과 동시에 검찰조사로 체포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러면서 올해 75세의 고령이 된 김 전 회장의 지분 승계를 위한 비용 마련도 김 부사장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3년 후인 2021년부터 새로 도입되는 보험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에 DB손보와 DB생명은 회계기준을 맞춰야 하므로 그야말로 중장기적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 

앞으로 IFRS17이 도입되면 국내 보험사들은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자본 확충에 나서야 한다. 보험업계에 새로 적용될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에서는 보험부채를 원가로 평가하는게 아니라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DB그룹이 재무건전성 악화로 여러 계열사 매각과 강도높은 구조조정 등의 시련을 겪은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부사장이 DB금융연구소에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중장기 발전 전략 성과를 내놓지 못한 것도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서는 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DB그룹은 김 전 회장이 48년만에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꿔 이근영 전 금융감독원장이 회장직을 맡고 있다. 

지난해 동부에서 DB로 사명을 바꾼 DB그룹은 DB손보, DB생명, DB금융투자, DB자산운용, DB저축은행, DB캐피탈 등 금융계열사와 DB라이텍, DB Inc 등 전자·IT(정보기술) 계열사, DB하이텍, DB메탈 등 소재 부문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DB김준기문화재단, DB프로미농구단 등도 운영 중이다.

한편 김 전 회장은 슬하에 1남1녀가 두었는데 이 중 장녀 김주원씨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진 주원씨는 최근 뉴욕의 한인 호스트바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다리를 다쳤다며 업소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을 한 현지 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이 소식을 전한 현지 언론은 주원씨가 미국에 거주하면서 2년 전부터 연하의 남친에게 학비를 대주며 법대대학원을 다니게 하는 등의 순애보가 널리 회자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사고 당일에는 주원씨가 선물한 고급자동차를 놓고 남친과 '내가 사준 것이니 내차' '내 명의로 된 내것'이라며 말다툼을 벌였다는 것이다.

주원씨는 DB 사명 변경 전인 동부화재 한 회사에서만 지난 2015년 41억7000여만원, 2014년에는 28억여원을 배당금으로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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