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이 설립한 롯데문화재단에 그룹 지원 집중…신격호 총괄회장 설립 재단 사실상 지원 끊겨
공정위, 대기업 공익재단에 ‘정조준’…롯데 “신생 재단에 지원금 집중한 것뿐”

서울시 송파구 잠실 소재 롯데월드몰
서울시 송파구 잠실 소재 롯데월드몰

수년간 지속됐던 롯데家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의 지배권을 잡으면서 그룹이 운영하는 공익재단들에 대한 지원과 위상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신 회장이 세운 롯데문화재단 쪽으로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급격히 이뤄지면서 롯데 역시 ‘대기업 공익재단이 오너 일가의 지배력 유지‧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공익재단으로는 롯데장학재단과 롯데복지재단, 롯데삼동복지재단, 롯데문화재단 등 4개가 있는데 최근에는 그룹 계열사의 지원이 롯데문화재단 쪽으로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장학재단은 신 회장이 지난 2015년 10월 클래식 등 문화사업 지원을 위해 롯데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설립 당시 신 회장이 사재 100억원을 출연했고, 롯데물산과 롯데쇼핑, 롯데호텔 등 3개 계열사도 각각 33억원대 현금을 내놓으면서 총 200억원이 현금으로 출연됐다.

롯데문화재단은 설립 1년만에 계열사의 주요 지분도 다수 보유하게 됐는데, 2016년 재단 결산서류에 따르면 롯데상사(0.38%), 롯데정보통신(0.68%), 롯데닷컴(1.03%), 코리아세븐(0.59%), 롯데케미칼(0.03%), 롯데칠성음료(우선주 1.18%) 등 지분을 갖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그룹 계열사의 대부분이 이 재단에 지원을 몰아주고 있다. 국세청 공익법인 결산서류에 따르면 2016년 롯데하이마트, 호텔롯데 등 계열사 25개가 46차례에 걸쳐 재단에 170억원을 현금으로 출연했다. 이 중 롯데케미칼이 45억원을 기부하면서 가장 많은 액수를 기부했다.

롯데문화재단에 대한 계열사 집중 지원은 신 회장이 그룹의 지배력을 장악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를 통해 그 해 재단 총 수입은 210억원에 달했지만 재단이 공익목적사업으로 지출한 돈은 총 수입의 43%인 90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이전에 신 총괄회장이 설립한 롯데장학재단과, 롯데복지재단, 롯데삼동복지재단은 그룹의 지원이 끊기다시피 했다. 

롯데장학재단은 재단 중 자산규모가 가장 큰 재단이고, 지배구조상 주요 주주로서 위상이 높던 곳인데 2016년에 받은 기부는 롯데월드 입장권 100매(150만원)가 전부였다.

이 재단은 1983년 신 총괄회장이 사재 5억원을 출연해 설립했는데 자산규모는 2016년 기준으로 1717억원에 달했다. 

또한 롯데복지재단과 롯데삼동복지재단도 활발한 공익활동을 펼쳤음에도 그룹 계열사의 기부금은 0원이었다. 

롯데복지재단은 2016년 총 수입이 10억원이었고, 고유목적사업에 지출한 금액은 수입보다 많은 13억원이었다. 롯데삼동복지재단은 같은 해 총 수입 16억원의 81%인 13억원을 고유목적 사업비로 사용했다.

이 3곳의 재단 대표는 신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이사장이 맡고 있다. 하지만 신 이사장은 2016년 7월 횡령 및 배임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구속수감 중이기 때문에 조만간 이사장 지위를 박탈당할 위기에 몰렸다. 

만약 신 이사장이 물러난 후 세 재단에 대한 지배력을 신 회장이 확보한다면 그룹에 대한 지배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신 회장이 최근 뇌물공여 혐의로 1심서 2년6개월의 실형 판결을 받고 수감됨으로써 '총수 부재' 사태를 맞은 것이 변수로 작용될 수도 있어 보인다.

또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 공익재단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면서 조사의 칼날을 대기업 공익재단으로 돌리고 있는 부분도 신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장학재단과 롯데복지재단, 롯데삼동복지재단은 이미 그룹 차원의 지원이 많이 이뤄져 자산규모가 넉넉한 상황이고, 그룹 내 지분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어 당분간 지원을 받지 않아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며 “반면 롯데문화재단은 설립된 기간이 짧기 때문에 그룹 내 지원을 받아야 적자 발생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롯데문화재단에 그룹 계열사의 지원이 많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와는 관련이 없다. 최근 지주사 체제 출범으로 지배구조가 이전보다 투명해졌다”면서 “대기업 공익재단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에는 성실히 응할 방침”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신영자 이사장의 지위 문제에 대해서는 그룹이 특별히 관여할 일이 아니다. 재단 측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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