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고문 실태를 담은 미 상원 정보위원회의 보고서가 10일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CIA의 고문 내용이 물고문에 성고문까지 온갖 반인도적 방법을 동원했음에도 유효한 테러 정보는 얻지 못했다는 게 보고서의 요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인권국가라는 미국의 이미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게다가 CIA 고문이 자행됐던 시기에 집권당이었던 공화당측이 "CIA 고문은 테러범을 잡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었다며 반발해 여야 간 갈등도 고조되는 형국이다.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상원 정보위원장이 공개한 'CIA 고문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9·11 테러' 이후 유럽과 아시아의 비밀시설에 수감된 알카에다 대원들에게 가혹한 고문을 가했다.
 
공개된 고문의 잔혹함 때문에 미 정부는 보고서 공개에 앞서 외국 대사관이나 군 기지 등에 대한 경계태세를 전방위로 강화했다.
 
고문 실상에 자극받은 테러 단체들의 미국을 타겟으로 한 공격을 우려한 것.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CIA 고문 보고서 공개로 전 세계의 미국 시설과 미국인들에 대한 위협이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보고서 공개로 오바마 행정부 및 민주당과,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 간의 갈등도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에서 "미국이 9·11 테러 이후 했던 일부 행동(CIA 고문)은 우리의 가치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국가안보 이익에도 부합하지 못했다"며 조지 W. 부시 공화당 정부 때 이뤄진 '치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공화당과 부시 행정부 당시 각료들, CIA 전직 수장들은 "고문은 테러범을 잡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앞서 7일 CNN 인터뷰에서 "CIA 직원들은 애국자들"이라며 CIA를 옹호했고, 딕 체니 전 부통령도 10년 전 이뤄진 CIA의 잔혹한 행위에 대해 "전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IA는 상원 정보위 보고서에 맞서 자신들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내용을 담은 별도 보고서 공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IA 고문보고서를 둘러싼 양측 간 갈등이 심화될 경우 미 정치권은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안개 속 정국으로 빨려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미국의 인권개선 압박에 강력히 반발해 온 중국과 북한이 CIA 고문 보고서를 바탕으로 대대적인 역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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