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노조 "심폐소생술 등 조치 안해" vs 이마트 측 "119 지시따라 응급조치해"
사망원인 경찰 조사 진행 중, 사후 대책 조사결과 이후 조치

서울 구로구 이마트 구로점
서울 구로구 이마트 구로점

지난달 28일 무빙워크를 수리하던 근로자가 사망한 이후 3일만에 또다시 40대 이마트 직원이 근무 중 목숨을 잃었다. 사망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놓고 이마트에서 그간 누적돼왔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밤 10시33분 서울 구로구 이마트 구로점 24번 계산대에서 캐셔업무를 보던 직원 권모씨(47)가 돌연 쓰러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도 남양주의 이마트 다산점에서 노동자 이모씨(21)가 무빙워크 수리 중 사망한 지 고작 3일 만에 벌어진 일이라 충격이 더 크다. 

마트노조에 따르면 이날 권씨는 계산대에서 업무를 보던 중 돌연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권씨가 쓰러진 당시 이 매장에는 보안 담당자를 포함해 수많은 관리자들이 있었지만 이 중 심폐소생술에 나선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단지 보안 담당자가 나서 권씨의 옷 단추를 풀고 몸을 주무르는 등의 소극적 대처만 했을 뿐이었다.

결국 보다 못한 매장의 한 고객이 나서서 1~2분간 심폐소생술을 한 것이 전부였다. 안타깝게도 119구급대가 도착하기까지 약 10여분간의 ‘골든타임’ 동안 이마트 측은 어떠한 응급처치를 하지 않은 셈이고, 구급대에 의해 병원에 옮겨졌지만 권씨는 이내 사망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생명을 살리기 위한 제대로 된 응급처치만 했더라도 권씨는 사망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일이었다.

마트노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바로 얼마 전 3월28일 이마트 다산점에서는 무빙워크를 수리하다 사망한 하청업체 직원은 단 한명의 보조 인원·안전장치도 갖추지 못했으며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받지 못했다”며 “곧바로 이어진 이마트 안전사고로 충격이 더욱 크다”고 밝혔다. 

전수찬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위원장은 “대형마트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위급상황이 발생할 시 수많은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곳인데도 이마트에는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안전관리자가 단 한 명도 없었고, 큰 매장에 제세동기도 한 대뿐이었다”고 비판했다. 

마트노조 김기완 위원장도 “회사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마트에서 입대를 앞둔 21세 청년과 한 여성 노동자가 허망한 죽음을 맞이했다”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해외에서 인건비 절감을 위한 무인계산대를 알아보고 다닐 것이 아니라 당장 자기직원들의 안전문제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트노조 유종철 조직부장은 "안전 요원이 있다하더라도 파견업체 정규직 1명이 고작이고, 나머지는 알바직인데 안전교육이 미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마트 측은 안전불감증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측 관계자는 “매장 내 관리 직원들은 119와 통화하면서 초기 응급처치를 했고, CCTV에 상황 조치하는 장면을 현재 경찰 측에서 확보하고 있다”며 "사고 원인은 조사 중에 있어 현재 뭐라고 답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사망자 보상문제나 재발방지 대책은 경찰 조사 이후 결과에 따라 행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자세한 사망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고 설명했다.

마트노조는 노동자와 고객의 생명을 위협하는 이마트의 안전 불감증을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며 즉각 대응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마트노조는 2일 발인을 마치는대로 오후 2시 이마트 구로점에서 추모 및 이마트규탄행동을 진행하고, 저녁에도 시민추모촛불문화제를 개최하기로 했다. 각 지회별로 매장 앞에서 1인 시위도 진행할 예정이다.

2009년 이마트 구로점에 입사한 권씨는 이 곳에서 올해 근무 10년차가 된 베테랑 직원에 속한다. 남편과 두 딸을 둔 권씨는 평소 지병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가슴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진 것에 대해 경찰은 유가족과 직장 동료를 상대로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 등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권씨의 발인은 2일 오후 1시 30분경 서울 구로구 고대구로병원에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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