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내년부터 4년간 서울시 금고를 운용할 은행으로 선정됐다.

서울시 금고는 한해 관리자금만 32조원에 달하는데, 이번에 신한은행이 1금고, 우리은행이 2금고를 맡게 되면서 104년간 이어진 우리은행의 독점이 깨졌다. 

특히 신한은행은 2번의 실패 끝에 3번째만에 새로운 서울시 금고의 주요 금고지기가 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3일 금융·전산전문가·교수·공인회계사 등 12명으로 구성된 ‘서울시 금고 지정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내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서울시 예산과 기금을 운영하게 된다.

시금고는 ▲각종 세입금 수납 ▲세출금 지급 ▲세입·세출 외 현금 수납‧지급 ▲유휴자금 보관‧관리 ▲유가증권 출납·보관 업무 등 시 재정의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1금고는 30조원 규모의 서울시 일반·특별회계 관리를 맡고, 2금고는 2조원 규모인 성평등기금·남북교류기금 등 각종 기금을 관리하게 된다.

우리은행은 1915년 경성부금고 시절부터 85년 동안 수의계약 방식으로 독점적으로 서울시 금고를 맡아왔고, 1999년 서울시가 일반 공개경쟁 입찰 방식을 도입한 이후에도 20년 가까이 서울시 금고 유치에 성공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이번 입찰에서 2금고 유치에는 성공했지만, 1금고를 신한은행이 차지하면서 앞으로 자금 관리 규모가 대폭 줄어들게 됐다.

신한은행은 서울시 금고지기에 최근 10년간 두 번 도전을 했지만 실패했다가 이번 세 번째 도전에서 결국 새로운 서울시의 금고지기로 선정됐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은행 내에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는데, 이번 선정 과정에서 인천시금고를 포함해 20여개 지방자치단체의 금고를 운영해온 점을 서울시에 적극적으로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서울시는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한 곳의 은행을 지정하는 ‘단수 금고제’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서울시가 내년부터 시금고로 2개의 은행을 선정하는 ‘복수금고’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를 차지하기 위한 시중은행들의 치열한 쟁탈전이 벌여졌다.

주요 시중은행 중 기업은행을 제외한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은 1·2금고에 동시 지원했고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2금고에만 도전장을 냈다. 

서울시는 은행 이외 상호금융도 2금고에 입찰할 수 있도록 했지만, 새마을금고나 신협 등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시중은행들이 이렇게 서울시 금고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정부 교부금, 지방세, 기금 등을 끌어들일 수 있고 세출, 교부금 등의 출납 업무를 하며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서울시 공무원과 가족을 대상으로 영업해 부수적으로는 고객 확보 효과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