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조현민의 ‘미국국적 가지고 6년간 진에어 등기임원 재직’ 문제 삼아
면허취소시 1900여명 근로자 실직 위기…‘정부 조치는 책임회피용’ 지적도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지난 2012년 7월 17일 오전 진에어 취항 4주년을 맞아 김포발 제주행 항공기에 탑승, 청바지 유니폼을 입고 객실승무원으로서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지난 2012년 7월 17일 오전 진에어 취항 4주년을 맞아 김포발 제주행 항공기에 탑승, 청바지 유니폼을 입고 객실승무원으로서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진그룹 계열의 저가항공사 진에어가 항공법 위반으로 정부로부터 면허 취소를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존폐 위기에 놓였다.

이는 최근 ‘물벼락 갑질’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미국 국적자임에도 대한민국 국민만 가능한 항공사 등기임원을 맡았던 것 때문이다.

진에어의 면허 취소는 아직 검토 단계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진에어에서 근무하는 1900여명의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주 김현미 장관 주재로 차관, 실‧국장들이 모인 가운데 비공개 대책 회의를 열고, 진에어에 대한 항공 면허 취소를 논의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미 법무법인 세 곳에 법리 검토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만일 조씨의 진에어 등기이사 재직 사실을 문제 삼아 진에어의 면허를 취소해도 된다는 판단이 나오면 공청회 등을 거쳐 면허 취소 작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조씨는 조 에밀리 리라는 이름의 미국 국적자임에도 지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6년간 진에어 등기임원을 맡아왔다.

이 기간 동안 조씨는 진에어 등기이사를 비롯해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상무, 대한항공 여객마케팅부 상무, 진에어 마케팅부 부서장, 진에어 마케팅본부 본부장,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전무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항공사업법과 항공안전법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이 등기이사직을 수행할 경우 면허 취득 결격 사유로 명시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 점을 문제 삼았다. 

문제는 진에어에 대한 면허 취소가 이뤄질 경우 대량실직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진에어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의 수는 지난달 기준으로 1929명에 달하는데, 이들은 면허 취소가 이뤄질 경우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된다.  

업계에서는 진에어 직원들이 면허 취소 후 대한항공으로 흡수되는 것도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진에어는 2008년 1월 23일 대한항공의 자회사 격으로 출범했지만, 지난 10여년간 대한항공과는 별도의 조직과 기능으로 분리돼 운영돼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국토부의 진에어의 면허 취소 논의에 대해 조씨가 6년 동안이나 진에어 등기이사로 활동했던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면서 이제 와서 책임 회피를 위해 이 같은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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