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복무제가 포함되지 않은 법조항 합헌불일치 결정
내년말 까지 대체복무제 도입 2020년부터 사법처리 사라져

28일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에 대해서는 합헌, 대체 복무제가 없는 병역법은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28일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에 대해서는 합헌, 대체 복무제가 없는 병역법은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병역법은 국민 4대 의무 중 하나인 국방의 의무를 강제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들에 대한 대체복무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병역법 88조 1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과 법원이 낸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 사건에 대해 재판관 4(합헌) 대 4(일부 위헌) 대 1(각하) 의견으로 합헌 결정하고, 대체복무제가 포함되지 않은 같은 법 5조 1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6(헌법불합치) 대 3(각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가안보 못지않게 '소수자의 목소리'나 '다양성의 존중'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이날 헌법불합치 결론을 낸 6명의 재판관은 “다수결을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 의사결정구조에서 다수와 달리 생각하는 이른바 ‘소수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반영하는 것은 관용과 다원성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참된 정신을 실현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남북 분단에 따른 국가 안보와 병역의 형평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됐던 병역의무가 '관용과 다원성' 요소가 고려되긴 이번이 처음이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다뤄졌던 지난 2004년과 2011년 등 과거 헌재 결정과는 근본적 차이점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 재판관들은 국가 안보와 양심의 자유를 조화시킬 수 있는 ‘대체복무제’라는 대안이 있는데도 도입을 미루는 것은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고 봤다. 대체복무제 논의가 시작된 것이 2000년대 초반이고, 2004년 헌재 결정 때는 대체복무제 도입이 권고됐지만 무산됐다.

판결에서 재판관들은 “대체복무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논의가 성숙했는데도 불구하고 오로지 개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국가의 중대한 임무 해태”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최소 1년6개월 이상의 징역형과 공무원 임용 제한, 인적사항 공개 등 막대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늦어도 내년 말까지는 병역법을 손질해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고 했다.

이번 헌재가 판결한 ‘대체복무제 없는 처벌은 위헌’판단과 함께 2019년 말까지 경과기간을 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수사·재판 중이거나 수감된 병역거부 당사자 ‘구제’가 어떻게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유죄가 확정돼 수감된 이들은 100여명(여호와의 증인 자체 집계)인데, 위헌 취지에 따라 법무부가 가석방이나 형 집행정지를 고려할 수도 있겠지만, 수감자 대부분이 형기(징역 1년6개월)를 상당 부분 채운 상태다.

그러나 관건은 이미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로, 하급심에서 최대한 선고를 미루면서 올해 하반기로 예상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판단을 기다릴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대해 헌재 관계자는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법원이 유죄 선고할 필요가 없어진다. 전합에서 판례를 바꿀 것으로 본다”고 했다.

헌재가 대체복무제 ‘데드라인’으로 국회에 제시한 2020년 1월1일 이후부터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사법처리가 사라질 전망이다. 다만 대체복무 희망자의 ‘양심’을 판단하는 절차와 과정에 치열한 논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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