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망치로 건물주 살인미수…한국사회 단편인가?
[데스크칼럼] 망치로 건물주 살인미수…한국사회 단편인가?
  • 신관식 기자
  • 승인 2018.07.05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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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족발 사장, 건물주와 오랜 임대료 갈등 못참고 범행 저질러
현행 임대차보호법 미비점 지적, 현시대의 '을' 모습일 수도
임대료 문제로 화를 못참고 둔기 폭행을 벌인 궁중족발 사장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사진-YTN뉴스 캡처)

최근 점포 임대료 갈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건물주와 임차인 간의 싸움이 살인미수까지 이르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달 7일 서울 강남의 한복판 거리에서 임차인 김모(54)가 건물주 이모(60)씨에게 둔기를 휘둘러 심각한 상해를 입혔다. 검찰은 '본가궁중족발' 사장인 김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평소 점포 임대료 문제로 갈등을 겪던 이들은 급기야 몸싸움으로 번졌고 화를 못참은 김씨는 건물주에게 둔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혔다. 

지난 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이진동 부장검사)는 3일 김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7일 오전 8시20분쯤 강남구 압구정로 거리에서 건물주 이씨에게 둔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손등과 어깨 등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날 이씨를 향해 자신이 운전하던 차량으로 돌진하다 행인을 치어 전치 8주의 상해를 입혔다. 이어 김씨는 자신의 차량에 싣고 있던 망치를 꺼내 도망치는 이씨 머리와 어깨 등을 망치로 때려 전치 12주의 상해를 가했다. 검찰은 김씨가 살인의 고의를 갖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김씨와 이씨는 궁중족발 가게가 들어선 서울 종로구 상가의 임대료 인상 문제를 두고 2016년부터 갈등을 빚어왔다. 2016년 1월 이 건물을 사들인 이씨가 보증금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월세를 297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각각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고 한다. 김씨가 반발하자 이씨는 명도소송을 내 승소했고, 지난해 10월부터 12차례에 걸쳐 부동산 인도 가처분신청 집행을 시도했지만 김씨를 비롯한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등의 반발로 무산되다 지난달 4일에 집행이 완료됐다. 법원 명령으로 건물을 강제집행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다치는 일도 있었다.

김씨는 사건 당일 오전 이씨 소유 건물로 이동하며 통화하던 중 이씨가 “구속시키겠다”고 욕설하며 협박하자 이에 격분해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을 수사한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9일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임대료 갈등이 심하더라도 망치로 폭력을 휘두른 이유를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이같은 비극 뒤에는 미비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점포 임대료 문제로 갈등을 빚던 서울 종로구 서촌 ‘본가궁중족발’ <br>
점포 임대료 문제로 갈등을 빚던 서울 종로구 서촌 ‘본가궁중족발’ 

상가임대차보호법은 건물주의 권리를 인정하되 세입자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으로, 현행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올해 1월 개정된 시행령에 따라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기존 9%에서 5%로 낮췄다. 

하지만 이는 계약기간 5년까지만 해당할 뿐 5년이 지나면 건물주가 임대료를 그 전보다 몇 배씩 올려도, 재계약을 거부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궁중족발’의 임대료를 둘러싼 건물주 이씨와 김씨의 갈등도 이 ‘5년’이라는 보호기간 제한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기 전인 2009년 당시 서울 종로구 서촌에 문을 연 ‘궁중족발’이 힘들게 장사를 해오다 2014년께 이른바 ‘뜨는 동네’로 이름이 알려지자 김씨는 빚을 내 리모델링을 하고 2년간 열심히 장사를 했왔다. 그런데 갑자기 바뀐 건물주가 4배 가까이 임대료를 올렸고 그게 안되면 '나가라'는 것은 김씨에게는 폭탄과 다름 없었을 것이다.

이같은 상가임대차보호법의 한계 때문에 갈등을 겪는 곳은 비단 ‘궁중족발’만의 일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동산 시세나 임대료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에 이견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당연히 세입자에게 임대료 인상을 요구할 권리는 건물주에게 있다. 

그러나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웃어넘길 수 없는 말처럼 법의 미비점을 이용해 터무니 없는 임대료를 요구한 것은 분명히 법적 근거를 마련해 제한을 둬야 할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모두 22개가 계류중에 있다. 핵심 내용으로는 임차인의 계약갱신 청구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 권리금 보호대상에 전통시장 포함, 자치단체에 상가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 설치, 재건축·철거시 임차인 퇴거보상제 및 우선임차권 도입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난달 국회의 드루킹 특검 공방 속에 처리가 무산된 실정이다.

이번 정부 들어 다각적인 경제민주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 논란만큼이나 소인상소상공인들의 임금 부담을 상쇄해줄 수 있는 상가 임대료 제한 정책도 마련돼야 한다.

자신의 가게 건물주를 찾아가 망치로 폭력을 행사한 이번 궁중족발 김씨의 문제는 단순히 한명의 억울한 상가 임차인이 저지른 살인미수 사건이 아닌 2018년 한국 사회의 ‘을’들을 상징하는 인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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