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대금 인상 요구 요건 확대…대·중소기업간 상생 생태계 조성
전속계약, 보복행위, 부당경영 간섭 법에 명시

향후 대·중소기업간 힘의 불균형 문제가 일정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7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하도급법을 설명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7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하도급법을 설명하고 있다.

중소 하도급업체가 대기업 등 원사업자에게 각종 경비 인상분에 대한 하도급 대금 인상 요청 방안을 담은 '하도급법 개정안'이 마련돼 향후 대·중소기업간 힘의 불균형 문제가 일정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7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하도급법을 설명했다.

◇ 인건비 포함 하도급 대급 인상 요청 요건 대폭 확대

지난해 4월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에 의하면 공급원가 상승분이 하도급대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은 54%에 달했고 이 중 인건비(노무비) 상승분이 잘 반영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기업은 48%나 됐다.

개정된 하도급법에 따르면 중소 하도급업체가 대기업 등 원사업자에게 하도급 대금을 올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요건이 대폭 확대된다.

현행 하도급법은 계약기간 중 원유·철광석과 같은 ‘원재료’의 가격이 오르는 경우에만 하도급대금을 올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정된 하도급법에 의해 앞으로는 ‘인건비(노무비)’나 전기요금·임차료 등 각종 ‘경비’가 오르는 경우에도 하도급대금 증액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인건비·경비 등 공급원가가 상승하는 경우 거래의 당사자인 개별 하도급업체는 그 상승 정도에 관계없이 원사업자에게 대금 증액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한편 하도급업체가 원사업자에게 직접 대금을 인상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점을 감안해 중소기업협동조합이 하도급업체를 대신해 요청·협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이에 따라 하도급업체나 조합으로부터 대금 증액 요청을 받은 원사업자는 10일 이내에 협의를 개시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그 협의를 거부하거나 10일 이내에 협의를 개시하지 않는 경우에는 시정명령·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조치를 받게 된다.

한편 하도급업체나 조합의 대금 증액 요청에 대해 원사업자가 수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공정거래조정원 등에 설치된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의 도움을 받아 하도급업체들이 대금을 증액 받을 수 있게 된다.

김 위원장은 “이번 개정 법령이 시행되면 이러한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개정법에 부당경영 간섭 명시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하도급업체에게 같은 경영정보를 요구하는 행위는 법에 명시돼 금지된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재료비·인건비 지급내역이 기재된 원가정보▲다른 사업자에게 납품하는 물품의 매출정보▲거래처 명부와 같은 영업관련 정보▲제품생산·판매계획과 같은 경영전략 정보 등이다.

반면,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확산 등을 위해 2차 이하 협력사의 경영여건이나 소속 노동자의 근로조건이 개선되도록 대기업이 1차 협력사를 독려하는 행위는 하도급법에서 금지하는 ‘경영간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하도급거래 공정화지침’에 명시했고, 이 지침도 17일부터 시행된다.

◇ ‘전속거래(專屬去來) 강요’ 행위의 금지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하도급업체로 하여금 자신과만 거래하도록 강요하는 이른바 ‘전속거래(專屬去來) 강요’ 행위와 하도급업체에 대해 기술자료를 해외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행위도 법으로 금지된다.

그동안 원사업자들은 공공연히 자신의 거래상 편의를 위해 하도급업체들을 대상으로 ‘전속거래 강요’나 ‘기술수출 제한’ 행위를 해왔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그러한 행위들이 금지됨으로써 중소 하도급업체들은 거래선을 다변화할 수 있게 되고 사업활동을 보다 자유롭게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올해 하반기에 공정위는 전자·기계·운송 등 41개 업종의 전속거래 실태에 대해 서면조사를 실시할 계획”을 밝혔다.

조사대상은 ▲전체거래 중 전속거래가 차지하는 비중▲하도급업체의 전속거래 강요행위 경험여부 등이다.

공정위는 각 업종별로 이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거래구조 개선을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 보복행위에 대한 규제 강화

개정법은 하도급업체가 원사업자에 대해 공정위에 신고 및 분쟁조정을 신청하고 서면실태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원사업자가 거래단절 등 보복하는 행위 이외에도 공정위 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보복하는 행위도 새로운 위법행위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종래에 ▲기술유용, ▲하도급대금 부당결정·감액 ▲부당 위탁취소, ▲부당 반품행위에 만 3배 손해배상제가 적용되었는데 앞으로는 ▲보복행위도 그 적용대상에 추가됨에 따라 보복행위로 피해를 당한 하도급업체는 그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받을 수 있게 된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공정위는 새롭게 시행되는 제도들이 거래 현장에 안착되어 중소기업들이 거래관행 개선을 체감할 수 있도록 법집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중소기업의 권익이 더욱 두텁게 보호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제도 보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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