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한국서부발전 압수 수색 및 관계자 수사 중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사장 취임사 "청렴·공정" 무색 해

공기업인 한국서부발전(사장 김병숙)이 최근 직원의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임원의 뇌물수수 혐의와 사장 인사 비리 의혹이 연이어 터져나와 여론의 뜨거운 질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공기업의 도덕성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있다.

사장 인사 비리 사태 이후 선출된 김 사장은 지난 3월 취임식에서 “편법과 특권, 반칙을 저지르는 부정비리 척결 등 청산해야 할 적폐가 없는지 살펴보고 청렴·공정한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사장의 취임사가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부정비리 의혹이 터져나왔다.

◇ 경찰, 수천만원 뇌물 수수혐의로 한국서부발전 압수수색

충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3일 한국서부발전의 핵심 사업장인 태안화력 터빈부를 전격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품수수 의혹에 연루된 차장 A씨의 휴대전화와 공사 관련 자료 등을 압수, 분석해 A차장을 임의동행 형식으로 충남지방경찰청에서 조사했다.

이날 경찰은 태안화력과 A차장의 집인 충남 태안군 태안읍에 있는 사택 아파트와 해당 사업의 원청업체가 있는 강원도 강릉시에 형사를 급파해 동시에 3곳에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던 태안화력 1호기 탈황성능 개선 공사의 닥트 설계 변경 과정에서 한국서부발전 A차장이 해당 업체로부터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압수수색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 결과를 토대로 A차장 등 관련자들을 불러 해당 의혹이 사실인지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뇌물수수 의혹 액수가 수천만원대로 크고 해당 직원이 차장급 인사인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또 다른 직원들이 연루 됐을 가능성이 있어 수사가 A차장의 주변 인물들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서부발전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이 어렵다"며 “현재 A 차장 이외의 주변 인물들이 수사를 받은 바는 없다”라고 밝혔다.

◇ 2016년에도 한국서부발전 임원 뇌물 받아 징역형

한국서부발전 본부장인 B씨는 지난 2016년 뇌물수수 혐의가 확인 돼 올해 5월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이를 두고 혐의가 확인돼 외부로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 5월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손현찬)는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한국서부발전 기술본부장 B씨에게 징역 3년과 5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또 김 전 본부장이 받은 뇌물 성격의 금품 4500만원도 추징했다.

앞서 지난 2월 대구지방검찰청 특수부(박승대 부장검사)는 한국서부발전 기술본부장 B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뇌물수수)로 구속 기소했다.

B씨는 지난 2016년 2월부터 4월까지 브로커 ㄱ씨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4500만원의 대가성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B씨는 “경북 김천의 한 연료전지 발전업체로부터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높은 단가에 사겠다”는 내용의 ‘구매의향 공문’을 발급해 달라는 청탁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검찰은 “해당 연료전지 발전업체는 연료전지 발전소 건립를 추진하고 있었다”면서 “한국서부발전으로부터 REC를 높은 단가로 구매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을 경우, 발전소 건립을 위한 대출이 보다 쉬워져 또 다른 금품로비의 동기가 될 수 있다”고 기소의 배경을 설명했다.

기후변화협약 등에 따라 국내 발전 자회사인 한국서부발전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의무였다. 발전 자회사는 자체 설비를 갖춰 신재생에너지를 발전하거나, 관련 설비를 갖춘 사업자로부터 REC를 조달할 수 있다.

◇ 사장 인사 비리까지…비리 백화점?

지난해 9월 한국서부발전 임원추천위원회가 정하황 사장 후보자의 면접점수를 조작한 것이 감사원 조사와 검찰의 수사로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바 있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한국서부발전 사장 인사에서 임원추천위원회 실무 담당인 C처장이 정 사장 후보자의 면접 점수를 조작한 것이 검찰 조사 결과 확인돼 C처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해임됐다.

2016년 10월 서부발전 사장 후보를 평가하는 임원추천위원회 면접심사에서 정 후보자는 낮은 점수를 받아 6명 중 4위였다. 최종 사장 선정은 3위 안에 포함된 후보자 중에서 나와 정 후보자는 선정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인사 담당자인 산업부 ㄴ서기관의 압력으로 C처장이 채점 결과를 조작해 정 후보자는 3위 안에 포함됐고, 최종적으로 정 후보자는 서부발전 사장에 임명됐다.

당시 정 사장은 박근혜 정부 실세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대구 계성고 선배로서 서부발전 사장에 유력하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와 관련 한국서부발전 관계자는 “당시 한국서부발전 실무자의 재판 결과가 나온 후 해임 조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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