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원 “직원들에 밤샘행군 등 강요…연차‧반차쓰면 인사평가 반영”
종교행사 강제, 성추행 임원 퇴사 후 복귀 등 또다른 갑질 폭로 이어져

대구광역시 중구 달성로 소재 크레택책임(주) 대구본사
대구광역시 중구 달성로 소재 크레택책임(주) 대구본사

대구의 중견 공구 유통회사인 크레텍책임이 직원들을 상대로 매년 단합대회 명목으로 진행했던 '극기훈련'의 수준이 ‘갑질 오브 갑질’이라는 내부직원들의 지적이 나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회사는 직원들의 도전정신을 기른다는 취지로 이 같은 훈련 등을 시켰다고 하는데, 최근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등에서 촉발된 직원 갑질 논란처럼 사회적 문제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회사의 극기훈련을 막아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는데, 대구의 중견회사 직원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강압적인 군대식 단합대회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작성자의 비교적 짧은 글에 '동의합니다'에 이어 달린 댓글들은 회사 측의 갑질에 대한 좀더 구체적인 내용들이 속속 올라왔다.

작성자는 “회사가 직원들 도전정신을 기르라는 뜻에서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낮까지 밤샘 행군과 다음 날에는 래프팅 등을 한다”며 “올해 초에는 10㎞ 마라톤에도 참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월요일 출근하는 직원들이 연차나 반차 휴가를 쓰면 일명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회장에게 보고하고 인사평가에 반영한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역 언론은 20년 넘게 도전정신을 길러준다며 좋은 기사로 실어 주지만 실제 직원들은 불만이 많다”며 “군대도 아니고 다른 방법의 단합대회도 있을텐데 회사의 강압적인 군대식 훈련을 법적으로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이 게시글에는 27일 현재 동의한다는 서명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올린 많은 사람들의 댓글에는 그동안 회사가 저지른 수많은 갑질을 토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댓글들을 보면 “전 직장이 여기였는데 솔직히 극기훈련 정말 힘들었다. 오죽하면 극기훈련 때문에 퇴사하고 싶을 정도”, “극기훈련, 마라톤 공지할 때 총무팀에선 항상 불참시 상여급 또는 인사에 반영된다고 말을 했다. 전 직원이 다 참석한 공지에서..." 등 회사의 극기훈련을 성토하는 내용이 많았다.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크레텍책임의 직원 갑질에 대해 지적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화면)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크레텍책임의 직원 갑질에 대해 지적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화면)

또다른 댓글에는 한 여직원이 극기 훈련 중 미끄러져 머리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자 구조헬기가 출동했는데, 회장이 아침 조회 때 이 일을 두고 인사부에게 인증샷을 왜 안찍었냐고 웃으며 얘기하는 것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크레텍 관계자는 "부상입은 여직원에 대해 좋아했다는 것은 악의적 표현이다"며 "청원에 올라온 내용에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회사가 강제로 종교활동에 참여하라고 강압했다거나, 회사의 월간 잡지인 ‘공구사랑’을 직원들에게 강매하거나 거래처에게 강매하기도 하고, 한 임원은 성추행을 저지르고도 징계를 받은 후 부장까지 진급했다거나 하는 등의 의혹을 잇따라 제기하면서 회사의 갑질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성추행 가해자는 현재 해고된 상태”라며 "당시 직원들과 인간적인 갈등이 있던 부분인데 내부적으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회사 직원들은 최영수 회장의 기행과 임원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익명의 한 직원은 "언젠간 터질 줄 알았습니다. 회장이야 워낙 유별난 분인걸로 유명하지만, 특히 문제는 회장 밑 중간경영자들입니다. 요새말로 틀딱이라고 하나요? 영세업자들 거래선 뺏기, 회사잡지 강제구독, 강요에 의한 각종 회사 행사 참여. 퇴사율이 70%가 넘는 이상한 회사. 노조 만든다고 가둬놓질 않나. 이거 대구판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입니다. 철저히 수사해야 합니다. 세무조사 해보세요. 탈탈 털릴겁니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댓글에는 "사장이 크리스천이라며 술은 겁나 들이붓고 크리스마스때도 일하며 추석과 설을 제외한 공유일도 강제적으로 업무하고 있습니다."라며 "각종행사나 창고 증설시 인건비 아끼려고 애사심 명목으로(돈 쬐금 줌 차라리 노가다 뛰는게 나음) 주말에도 강제 징용등등 하루죙일 얘기하라고해도 가능하며 소설책써도 5권은 나올 만한 곳이 바로 크레텍입니다. 이런 회사에 세금감사부터해서 싹 뜯어 고쳤으면 좋겠고 이런곳이 공구유통의 선두주자가 되는한 나라는 같은 꼴로 빠질겁니다. 회장과 두아들의 썩어빠진 마인드를 바꾸고 회사가 환골탈태 하길 바랍니다"라며 열악한 근로조건을 지적하기도 했다.

최영수 크레텍책임크레텍웰딩 회장
최영수 크레텍책임크레텍웰딩 회장

올해로 71세인 최 회장이 오늘날 3000억원이 훌쩍 넘는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의 주인이 되기까지는 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책임경영' 마인드가 한 몫했다. 

1971년 대구시 서구 원대동에서 작은 공구행상을 시작으로 ‘책임보장공구사’ ‘책임기업사’ ‘책임테크툴(주) 등의 이름을 거치며  업계 1위 기업이 되기까지 '책임'을 강조해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크레텍책임의 지난해 매출액은 3101억원, 영업이익 195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160억원을 넘겨 4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또 최근 매년 40억원이 이르는 법인세를 납부해 지난해에 `제51회 납세자의 날`을 맞아 모범납세자로 기획재정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렇듯 최 회장의 독특한 경영방식으로 외형적으로는 성공한 기업인, 공구업계 1위 기업을 일궈냈지만, 정작 회사의 일을 해주는 근로자들에게는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수직적인 기업문화가 수십년째 이어져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들어 직장내 갑질 문화를 근절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 회사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밖으로 새어나와 몇군데 언론에서 취재에 들어가자 그제서야 개선의 의지를 갖겠다고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 직원들은 이러한 회사 측의 변화를 곧이곧대로 믿으려 하지는 않는 눈치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직원은 <일요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 회사에서 7년동안 근무해왔지만 조직문화가 그래 왔심더"라며 "대구 여름이 전국에서 젤로 덥다 안합니꺼. 하루아침에 바뀐다면 대구 여름이 갑자기 시원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라예"라고 답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소위 '극기훈련'은 올해 없애겠다고 회사 측은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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