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 대란 마무리되자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표면적 이유
일각선 박삼구 회장 겨냥한 주주 비판 방어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제기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지난 7월에 불거진 기내식 대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것이 이유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사장의 갑작스런 사임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겨냥하고 있는 주주들의 비판을 방어하려는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최근 박삼구 회장에게 사의를 표하고 곧바로 짐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지난해말 그룹 인사에서 재선임돼 임기가 1년6개월가량 남았지만, 최근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기내식 문제가 해결되자 자신의 소임을 다 했다고 판단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창립 첫해인 지난 1988년 판매관리·국제선판매담당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008∼2013년 에어부산 사장을 역임하고, 2014년부터 아시아나항공 사장을 맡아 왔다.
김 사장은 지난 3년간 아시아나항공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경영정상화에 대한 노력을 기울였고, 지난해 말 4조570억원에 달하던 차입금을 지난달까지 3조1914억원으로 줄여 불안한 재무구조를 대폭 개선했다.
또한 영업부문 전반에서도 고른 실적을 내면서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역대 최고치인 1조6429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의 사임이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다.
그의 사임은 표면적으로는 기내식 대란에 대해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 이유이지만, 그 이면에는 박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는 주주들의 비판을 방어하기 위한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적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이 오는 12일부터 대형 기내식 업체인 게이트고메코리아(GGK)로부터 기내식을 공급받기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김 사장이 퇴진을 결정한 것은 김 사장이 사전에 박 회장과 퇴진시기를 조율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또한 지난 8월 16일 아시아나항공 주주 8명이 박삼구 회장 및 현직 이사 3명을 상대로 기내식 업체 변경과 관련해 704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는 등 기내식 대란으로 인한 여파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것도 김 사장의 사임이 ‘꼬리자르기’라는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7일 김 사장의 후임으로 한창수 아시아나IDT 사장을 선임했다.
한 사장의 이임으로 공석이 된 아시아나IDT 사장에는 박세창 아시아나항공 전략경영실 사장이 임명됐다.
아시아나항공의 한 신임 사장은 1986년 그룹에 입사한 후 1988년 아시아나항공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그는 2005년부터 아시아나항공 재무담당, 관리본부, 전략기획본부 및 경영지원본부 임원을 거쳤고, 2015년 3월부터는 아시아나IDT 사장으로 옮겨 아시아나항공의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차세대 IT 운영 시스템 도입에 주력해왔다.
아시아나IDT의 박 신임 사장은 박삼구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지난 2002년 아시아나항공 자금팀에 입사해 그룹 전략경영본부, 금호타이어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고, 2016년부터는 전략경영실 사장과 아시아나세이버 사장 및 그룹 4차 산업사회 태스크포스(TF)를 총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