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전 대통령실 실장,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 등 유력인사 대상 로비
공짜 골프 접대…태광 사주 받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주도?

강원도 춘천시 소재 휘슬링락 컨트리 클럽은 이호진 전 태광 회장(51.02%)과 아들 현준씨(44.62%), 부인 신유나씨와 딸 현나씨(각 2.18%) 등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정보기술(IT) 회사 ‘티시스’에 소속된 초호화 골프장이다.

태광그룹이 임태희 전 대통령실 실장 등 전·현직 정·관계 유력인사들에게 전방위적으로 골프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공짜 골프 접대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축으로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근 MBC '스트레이트'는 골프장 접대 리스트를 입수해 이와 같은 내용을 21일 보도했다. 태광그룹이 접대 리스트에 오른 정·관계 전·현직 인사 4300여명을 대상으로 그룹의 계열사인 골프장 '휘슬링락컨트리클럽'에서 공짜 골프접대를 해왔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이 직접 소유하고 있는 태광그룹 계열 '휘슬링 락'은 라운딩 1번에 1인당 최소 40만원, 식사 한 끼에 20만 원을 웃도는 최고급 골프장으로 회원권 가격만 무려 13억원에 달한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이 리스트에는 임태희 전 대통령실 실장,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 김종훈 전 의원,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 김수일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최규연 전 조달청장 등 무려 4300여명 인사들의 이름이 올라 있다. 태광그룹 측은 이들이 휘슬랑락에서 골프를 친 비용 대부분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방위적 골프 접대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중심이 돼 이뤄졌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기흥 회장은 리스트에 오른 이들 가운데 일부 인사들을 초청해 총 5차례 골프 비용을 결제했다. 그 중 4번은 170만원짜리 휘슬링락 골프 상품권을 사용했고 1번은 태광그룹이 150만원을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장이 사용한 골프 상품권은 시중에서 매매되지 않고 계열사에만 판매된 것으로, 태광그룹이 이 회장을 통해 유력 인사들을 관리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 회장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장인 김기유 사장과 종교(불교)를 통해 인연을 맺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로비 정황이 구체적으로 방송으로 통해 드러난 만큼 의혹은 쉽게 가라 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은 "자신의 임기 중에 수사한 재벌 그룹이 운영하는 골프장에 임기 후에 찾아갔는데 태광 소유인 줄 몰랐다"라고 궁색한 해명을 했다. 

특히 제작진은 "태광 이호진 전 회장은 비자금 조성, 회사 돈 횡령 등으로 구속됐지만 비자금이 정관계 로비에 쓰였는지 밝혀지지 않았다"며 "심지어 구속 직후 형 집행 정지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가 구치소에 있던 기간은 6년 동안 단 63일, 그 사이 자산은 3배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016년 태광그룹의 보험 계열사인 흥국화재는 휘슬링락에서 판매하는 김치를 지나치게 고가를 적용, 구매해 임직원들에게 복지혜택을 목적으로 제공해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흥국화재는 임직원 설 명절 선물로 19만5000원(10KG)에 해당하는 김치를 구매해 줬다. 당시 시중에서 김치 10KG는 5만원에서 10만원 정도에 구매 가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고가라는 지적이 나왔다.

'스트레이트' 진행자인 배우 김의성 씨는 “겉으로는 최고급 골프장, 이렇게 포장돼 있지만 태광 오너의 거대한 지갑으로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로비 통로로 이렇게 두 가지로 쓰였던 것”이라면서 “골프장에서 김치를 만들어 계열사에 비싸게 판다? 이건 뭐 창조경제라고 해야 하나?”라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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