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회장 “법인분할, 한국철수 사전포석으로 무조건 단정 못 해”
한국GM 부사장 “철수와 관계 없어…장기 정상화 계획 여전히 유효”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2일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2일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은행이 한국GM의 법인 분할 강행에 대해 취소소송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산은은 올해 말로 예정된 한국GM에 대한 약 4000억원의 추가 자금지원도 철회할 수 있다면서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한국GM의)법인분할이 강행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GM은 지난 19일 주주총회를 열어 국내 연구·개발(R&D) 법인분할을 의결했는데, 2대 주주인 산은은 한국GM 노동조합에 가로막혀 주총에 참석하지 못했다. 

산은은 당시 한국GM의 주총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봐서 본안소송에서 다뤄볼 생각”이라면서 법인분할이 산은의 주주권을 침해하는지 판단하려면 한국GM의 사업계획을 알아야 하는 만큼, 소송을 통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산은이 한국GM에 출자하기로 한 8100억원 중 절반을 지난 6월 집행했으며, 나머지 절반은 12월 31일까지 집행하게 돼 있다고 설명하며 “정책적 판단에 따라 (집행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산은은 지난 4월 GM과 한국GM의 ‘10년 유지’를 조건으로 7억5000만 달러(약 8100억원)를 출자하는 정상화 방안을 합의했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나머지) 3억7500만 달러를 납부하지 않으면 (한국GM에서) 10년간 생산하겠다는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된다”며 “주안점이 10년간 생산을 계속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지금 마저 집행하고 계약을 완전하게 만들어 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GM이 법인분할의 구체적 목표와 사업계획을 제시하지 않은 채 분할을 강행할 경우 소송은 물론 출자금 집행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보인다.

그는 소송 목적에 대해서도 “내용을 얼마나 충분히 확보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본안소송을 하면서 (한국GM에) 구체적 자료제출 압력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한택 금속노조 한국GM지부 지부장(왼쪽부터)과 최종 한국GM 부사장이 22일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사진-연합뉴스)
임한택 금속노조 한국GM지부 지부장(왼쪽부터)과 최종 한국GM 부사장이 22일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사진-연합뉴스)

이 회장은 법인분할이 산은이 확보한 ‘비토권(거부권)’ 대상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종 한국GM 부사장은 “거부권 대상이 아니라고 이해한다”고 답변했다.

다만 이 회장과 최 부사장은 한국GM의 법인분할이 한국시장 철수의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모두 부인했다.

이 회장은 “철수라고 단정하는 데 동의를 못 한다”며 “‘한국GM의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면’이라고 전제를 달아 (찬성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인 분할을 사전적으로 좋다, 나쁘다고 예단할 필요가 없다”며 “외국의 경우 법인을 분할하고 생산시설을 닫은 사례가 있지만, R&D 법인을 분할하고 경쟁력이 강화돼 생산을 유지한 사례도 많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GM의) 이른바 ‘먹튀’라는 건 산업은행이 출자한 8100억원을 날리고 GM이 투자금을 다 빼간다는 얘기인데, 적어도 (철수할 경우) GM도 4∼6조원의 손실을 보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최 부사장도 ‘고용유지 약속을 지킬 것이냐’는 물음에 “한국GM이 수립한 장기 정상화 계획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우회적으로 답변하면서도 ‘법인분할이 한국 철수와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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