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배임·횡령과 탈세는 분리해서 심리·선고해야"
간암 병 보석 이 회장, 아파도 떡볶이는 먹어줘야?

24일 KBS는 올해 초 서울 마포역 인근 술집 앞에서 이 전 회장이 누군가와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이 전 회장의 전 측근이었다는 제보자는 KBS에 “8시 반에 들어가서 새벽 4시까지 매일 술을 마신다”고 말했다. 또 KBS는 지난 여름 서울 신당동의 한 떡볶이집에서도 이 전 회장의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사진-KBS 보도 캡쳐)
24일 KBS는 올해 초 서울 마포역 인근 술집 앞에서 이 전 회장이 누군가와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이 전 회장의 전 측근이었다는 제보자는 KBS에 “8시 반에 들어가서 새벽 4시까지 매일 술을 마신다”고 말했다. 또 KBS는 지난 여름 서울 신당동의 한 떡볶이집에서도 이 전 회장의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사진-KBS 보도 캡쳐)

400억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호진(56) 전 태광그룹 회장이 또다시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됐다. 이로써 이 전 회장은 2심 재판만 3번째 받게 되는 셈이다. 이 전 회장의 재판이 반복되면서 다소간 감형이 이뤄지고 있는 모양새가 나타나 최근 불거진 태광그룹 정관계 인사 전방위 로비 의혹을 연결지어 다양한 의혹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3년6개월 및 벌금 6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환송했다.

서울서부지법→서울고법→대법원→서울고법→대법원까지 5번 재판을 받았고, 다시 고법으로 돌아가 6번째 재판이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이 전 회장이 선임한 변호사는 전직 대법관 2명을 비롯해 대부분 법원과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 113명(중복선임 제외 77명)에 달했다. 

이번 재판에서 재판부는 이 전 회장에게 적용된 조세포탈 혐의를 횡령·배임 등 다른 혐의와 별도로 심리·선고해야 한다며 원심이 이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선고해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대법 3부는 이 전 회장의 횡령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대해서는 판단을 그대로 유지해 인용했다. 다만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 원심이 일부 절차적 위법이 있었다고 판단, 항소심으로 사건을 또다시 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이 금융사지배구조법 32조 1항에서 규정하는 '금융회사인 몇몇 주식회사의 최대주주 중 최다출자자 1인'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적격성 심사대상인지 아닌지를 확정한 후 적격성 심사대상에 해당하면 조세포탈 부분에 대한 죄는 금융사지배구조법에 따라 경합범 관계에 있는 다른 죄와 분리해 심리·선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전 회장은 실제보다 적게 생산된 것처럼 조작하거나 불량품을 폐기한 것처럼 꾸미는 방식으로 생산품을 빼돌려 거래하는 이른바 '무자료 거래'로 총 421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검찰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회장은 이 과정에서 2004년 법인세 9억3000여만원을 포탈한 혐의도 받았다.

1·2심은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보고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항소심은 다른 배임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1심이 선고한 벌금 20억원에서 10억원이 줄어든 금액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횡령 액수를 다시 정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 환송했다. 재판부는 "무자료 거래로 횡령한 것은 섬유제품 자체가 아니라 그 판매 대금인데 원심은 제품을 자체를 횡령했다고 보고 횡령액을 판단한 것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2번째 항소심은 대법원 취지에 따라 206여억원을 횡령액으로 다시 산정하고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6억원으로 감형했다. 2004년도 법인세 포탈 혐의도 포탈액 9억3000여만원 중 공제받을 수 있었던 액수를 제외한 5억6000여만원만 유죄로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에도 조세포탈 혐의를 문제 삼으면서 또다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 환송했다.

한편 2011년 1월 구속기소 된 이 전 회장은 간암과 대동맥류 질환을 이유로 그해 4월부터 구속집행이 정지됐다가, 이듬해 6월 보석이 허락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대법원의 이번 판단으로 이 전 회장이 3번째 2심 재판을 받게 됨에 따라 이 전 회장은 당분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한편 금융정의연대·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황제 보석' 중인 태광 이호진 전 회장을 엄벌해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라"고 촉구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보석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사진-금융정의연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보석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사진-금융정의연대)

시민단체들은 KBS보도을 인용, "집과 병원으로 거주지를 제한하는 ‘병보석 기간’임에도 이를 위반하고 이호진 전 회장은 잦은 음주와 흡연, 심지어 떡볶이를 먹으러 신당동으로 가는 등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간암 3기’라던 이호진 전 회장의 주장이 무색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또 "이호진 전 회장이 고용한 변호사만 1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 화려한 변호인단 중에는 전직 대법관 2명도 포함되어 있어, 전관예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이호진 전 회장 일가가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정보기술(IT) 회사 ‘티시스’에 소속된 초호화 골프장인 '휘슬링락컨트리클럽'에서 전·현직 정·관계 인사들에게 전방위적으로 골프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태광그룹이 이들 유력 인사 4300여명을 접대 리스트에 올리고 오너 소유의 골프장 '휘슬링락컨트리클럽'에서 공짜 골프접대를 해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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