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피해직원 "주간회의 앞두고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최근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전 직원을 폭행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사회적 분노가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한국 국제협력단, 코이카 몽골 사무소장이 파견 계약직 직원들에 갑질을 하며 괴롭힌 정황이 공개돼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 국제협력단, 코이카는 한국국제협력단법에 근거해 지난 1991년 설립됐으며 상급기관은 외교부다. 코이카는 해외 개발도상국의 교육, 보건의료, 공공행정, 농림수산 등의 사업을 돕는 대외무상 협력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30일 MBC 뉴스데스크는 코이카 내부감사 보고서를 입수해 이를 보도하며 몽골 사무소 직원들이 현지 박 모소장의 고성과 욕설에 집단 우울증과 스트레스성 질환에 시달렸으며 급기야 한 직원은 자살 시도까지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MBC 측이 입수한 지난 7월 25일 작성된 보고서에 따르면 박 소장은 몽골 현지에 파견된 계약직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력적 행동을 일삼았다. 갑질을 당한 이들은 코이카의 각종 사업에 자문과 지원을 맡는 몽골 파견 직원들로 이들 대부분이 계약직이다.

갑질을 당한 직원들은 "업무 자체는 보람되지만 사무실에서 함께 생활하는 박모 소장의 욕설과 고성 때문에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보고서에는 "박 소장이 매일 한 번 이상 고성을 질렀다” “심할 땐 내용을 못 알아들을 정도였다” “수첩을 던지거나 책상을 찼다” 등 전·현직 직원들이 박 소장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진술들로 가득했다. 심지어 “주간회의를 앞두고 새벽까지 잠을 못이뤄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토로한 내용도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 직원은 2016년 몽골 현지를 찾은 복무점검팀과 상담했고, 지난해 봄 또 다른 직원은 귀국해 경영실장까지 찾아가 면담했다. 두 직원은 스트레스로 인한 종양과 급성 치질 등의 질병을 앓았지만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 결국 지난해 6월 또 다른 직원이 도로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를 했고 극심한 우울증 진단을 받고 퇴사했다. 현재까지도 이 직원은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코이카는 결국 내부감사를 진행해 지난 7월 박 소장에게 감봉 3개월, 8년 간 승진 불가의 보직해임 조치를 내렸다. 전언에 따르면 박 소장은 뒤늦게 이뤄진 감사에서 "직원들이 실수를 반복했을 때만 소리를 질렀고 욕설은 혼잣말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