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3억 사건, 조직적 위증"…라응찬·위성호 등 신한 전·현직 10명 수사
"남산 3억 사건, 조직적 위증"…라응찬·위성호 등 신한 전·현직 10명 수사
  • 이재형 기자
  • 승인 2018.11.0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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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횡령 등 고소 당하고 회사 쫓겨난 2인자 신상훈, 대부분 무혐의
과거사위 "검찰 위증 알고도 방치, 검찰권 남용도 의심 돼"

신한은행 측이 2008년 이상득 전 의원 측에 3억원을 건넸다는 이른바 '남산 3억원' 의혹 등과 관련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는 신한금융그룹 조직 내 파벌싸움을 통한 경영권 확보를 위해 라응찬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을 축으로 조직적 위증을 한 정황과 검찰권 남용이 의심되는 사정을 발견하고 이와 관련 검찰에 수사를 권고할 방침이다. 

과거사위는 재판 과정에서 위증한 것으로 보이는 라 전 회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위성호 현 신한은행장(당시 신한지주 부사장) 등 신한금융 전·현직 임직원 10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권고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과거사위는 이날 이 사건의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을 무리하게 기소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2010년 신한금융그룹 라 전 회장 측이 신 전 사장을 배임과 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하면서 이른바 ‘신한사태’가 촉발됐다. 당시 경영권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그룹 내 1인자인 라 전 회장이 이 전 행장 등과 함께 그룹 내 2인자인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을 ‘찍어내기’ 위해 신 전 사장을 고소·고발했다는 뒷얘기도 나왔다.

라응찬 신한금융그룹 전 회장(좌)과 위성호 신한은행장(우)
라응찬 신한금융그룹 전 회장(좌)과 위성호 신한은행장(우)

이 때 ‘남산 3억원’ 의혹이 불거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인 2008년 2월 라 전 회장 지시로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후 서울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성명불상자에게 3억원을 전달한 진술이 나왔는데 일부 시민단체들이 이 돈의 수령자로 이 전 의원을 지목했지만 검찰은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해 관련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전 행장이 3억원을 누군가에게 전달한 점이 파악됐고, 신한은행 직원으로부터 "이상득 전 의원에게 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도 나왔지만 돈이 최종적으로는 어디를 향했는 지는 확인하지는 못했다.

과거사위는 당시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라 전 회장 등이 “의혹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라고 위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라 전 회장 측이 오히려 신 전 사장에 대해 16억원의 비자금 횡령 혐의로 고소하자 검찰이 돈의 용처 등도 제대로 규명하지 않고 무리하게 기소했다고 지적했다.

신 전 사장이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 명의를 도용해 경영자문료 15억6600만원을 비자금으로 횡령했다는 게 신한은행 측의 고소 내용인데 이 돈의 용처도 제대로 규명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기소했다고 과거사위는 보고 있다.

2013년 2심 재판부도 판결문을 통해 “(라 회장 측이 주도한) 고소 경위나 의도에 있어 매우 석연치 않은 사정이 엿보일 뿐 아니라 고소 내용 중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된다”며 검찰 기소에 무리가 있음을 지적했던 바 있다.

실제 신 전 사장은 6년간 재판 끝에 지난해 3월 대부분 공소사실에서 무죄를 인정받았다.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

신 전 사장은 언론에 “사실관계가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면서도 “사조직이 공조직을 이용해 차도살인(借刀殺人)을 한 것인데 이런 일은 이번으로 끝나야 한다”고 말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라 전 회장 측이 신 전 사장 자신과의 갈등 문제에 대해 공조직인 검찰의 손을 빌려 없는 죄를 만들려고 했다고 주장하며 “나 외에도 관련 수사로 직장을 떠나는 등 고통을 받은 임직원들이 많이 있다”며 “그 사람들에 대해서도 적절한 위로와 치유가 꼭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관련자들을 조사해 처벌하는 것보다 사실관계가 명확히 규명됐으면 좋겠다”면서 “(내가 횡령했다는 16억원의) 돈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과거사위는"재판 과정에서 신한금융 전·현직 임직원들이 신 전 사장에게 불리한 거짓 증언을 조직적으로 한 사정을 파악하고도 방치하는 등 검찰권 남용이 의심되는 사정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당시 수사팀이 신 전 사장 혐의와 관련해 명의를 도용당했다는 이희건 명예회장을 조사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신 전 사장이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적 용도로 썼다는 경영자문료 중 상당 금액이 라 전 회장 변호사 비용 등에 사용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라 전 회장을 혐의없음 처분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과거사위는 ▲시민단체 고발에 따라 위 행장의 위증 혐의 수사가 최근 참고인 조사를 마치는 등 진행 중인 점 ▲일부 위증 혐의의 공소시효가 1년도 남지 않은 점 ▲혐의가 인정될 경우 사안이 중대한 점 ▲조직적 허위증언에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배경에 검찰권 남용이 의심되는 점 등을 수사권고 결정 배경으로 들었다.

과거사위는 "검찰의 신속하고도 엄정한 수사를 통해 신한금융 관련 사건의 진상이 명백히 규명돼 책임 있는 조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제개혁연대는 2013년 3월 남산 3억원 의혹과 관련해 신한은행 직원이 증언한 3억원의 수령인을 이상득 전 의원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전 의원과 라 전 회장 등을 고발했으나 검찰은 이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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