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취득→인적분할→현물출자…오너일가 지분율 '뻥튀기'

#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다. 이후 회사를 지주회사와 사업자회사로 인적분할한다. 오너일가는 지주사와 사업자회사의 지분을 동시에 보유하게 된다. 이어 오너일가는 보유한 사업자회사의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해 지주사의 새 주식을 확보한다. 사업내용과 인적구성 등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지주사 전환 이후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3배 가량 '뻥튀기' 됐을 뿐이다. 또 지주사는 당초 취득한 자기주식에 더해 오너일가로부터 현물출자를 받은 지분 만큼 사업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두배 가까이 올랐다.

위 사례는 한진중공업그룹의 얘기다. 한진중공업그룹은 2007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한진중공업홀딩스(지주사)의 총수일가 지분이 이전 16.9%에서 50.1%로 3배나 급등했다. 이 과정을 통해 한진중공업홀딩스의 한진중공업 지분도 19.6%에서 36.5%로 두배 가까이 높아졌다. 한진중공업그룹은 이를 통해 총수일가→한진중공업홀딩스→한진중공업→다른 계열사로 이어지는 소유구조를 구축하고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A사는 한진중공업(자료-공정거래위원회)

에스케이(SK), 엘지(LG), 한진칼, 씨제이(CJ), 코오롱,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한라홀딩스, 아모레퍼시픽그룹, 하이트진로홀딩스, 한솔홀딩스, 현대중공업지주 등도 한진중공업처럼 인적분할·현물출자 방식을 이용한 지주회사 전환 과정을 거쳐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아졌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는 ‘2018년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을 발표해 이같이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재벌그룹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인적분할, 현물출자, 자사주(자기주식) 등을 이용해 총수일가와 지주회사의 지배력을 각각 2배씩 확대했다.

공정위는 총수가 있으면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그룹 19곳에 속한 지주회사 22곳의 경우 총수와 총수일가의 평균 지분율이 28.2%, 44.8%에 이를 만큼 총수일가 지분율이 집중되어 있다고 밝혔다. 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지 1년이 지난 19곳 가운데 12곳(63%)이 인적분할·현물출자를 했다고 덧붙였다. 한진중공업그룹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들 기업집단에서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평균 두배 이상 올라갔다.

더불어 공정위는 지주회사 전환 재벌그룹은 일반그룹에 비해 소유와 지배 간 괴리도 더 크다고 꼬집었다. 

소유-지배 괴리도는 총수일가의 소유지분율과 의결지분율의 차이다. 소유지분율은 총수일가가 직접 보유하고 있는 지분율이며 의결지분율이란 총수일가가 직접 보유하는 지분율에 계열사 계열사·공익법인·임원 지분율을 통해 간접적으로 행사하는 지분율이다.

지주회사 전환 재벌의 평균 소유-지배 괴리도는 42.65%포인트인 반면 일반그룹의 평균 소유-지배 괴리도는 33.08%포인트였다.

공정위는 지주회사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오너일가의 과도한 지배력 확대는 방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업집단국 지주회사과 소속 김이영 사무관은 "앞으로도 기업의 지주회사가 가지는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 지주회사 조직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계속하여 유지하더라도, 총수일가의 과도한 지배력 확대는 방지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지주회사 현황 발표 이후에도 지배구조 현황(11월), 채무보증 현황(12월) 등 대기업집단의 현황 정보를 지속적으로 시장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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