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신체 몰래 촬영한 임원, 명백한 사진 증거 나와도 1달 넘게 징계위 없어
성추행한 것으로 의심되는 직원엔 명확한 증거 없이 수사 의뢰 않고 해고

최근 미국계 한국시티은행(대표 박진회)에서 한 남자 직원이 동료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심을 받고 회사에서 해고 당했다. 해고된 직원은 사측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당국에 조사를 의뢰하지 않은 채 여직원과 목격자의 증언만을 토대로 자신을 해고해 억울하다며 현재 해고무효소송을 진행 중에 있어 이 사건은 조만간 수면위에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이로부터 약 3개월 전에는 차장급 간부 직원이 여직원의 특정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한 성추행 사건도 있었지만 이 경우는 여러 여직원의 다리 사진 등 명백한 여러 증거에도 불구하고 1달이 넘도록 징계위원회조차 열지 않았다. 사측에서 간부급 직원과 일반 직원을 차별했다는 논란도 있어 형평성 문제가 지적된다.

시티은행 내에서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성추행 사건이 반복적으로 계속 터져 나왔지만 사측은 성추행자를 곧바로 형사고발조차 하지 않아 ‘제식구 감싸기’ 혹은 '쉬쉬하며 조용히 해고'하는 식으로 사건을 덮으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씨티은행의 직원 임모씨는 올해 3월 15일 사측으로부터 해고를 당했다. 직원들과의 회식 중 동료 여직원 김모씨를 노래방에서 성추행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김씨는 임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주변 동료들과 사측에 알렸고, 임씨는 성추행 사실을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씨티은행은 피해 당사자인 김씨와 주변에 있었던 회사 동료 이모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조사를 한 결과대로 징계위원회에서 임씨를 최종 해고 처리했다.

그런데 해고된 임씨는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사측을 상대로 해고무효 및 수천만원의 손해배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임씨는 당시 자신은 김씨를 성추행하지 않았고, 김씨의 일방적 진술과 목격자의 확실하지 않은 진술에만 지나치게 의존한 채 자신의 결백함에 대해서는 심각히 고려하지 않고 자신을 해고했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다.

특히 임씨는 사건이 불거진 뒤 김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김씨의 주장이 허위라는 내용을 보내 해명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주장을 했지만, 묵살된 채 결국 해고를 당했다며 억울한 부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회사측에서 뚜렷한 근거도 없이 자신을 해고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시티은행은 당시 노래방의 CCTV(폐쇄회로) 영상도 확보하지 않고 임씨가 성희롱을 했다는 결론을 내린 데에는 김씨가 성추행 사실을 사측에 보고한 뒤 즉각 조사했고,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임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또 임씨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보이는 사진 자료 등도 참고해 신중히 징계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진 자료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시티은행 측은 성추행 사건이 밀폐된 공간에서 직접적 목격자가 없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일차적으로 피해자의 진술이 중요한 자료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사건보다 3개월 전에 발생한 간부직원 A씨의 몰카 사건은 사내 여직원들의 특정 신체 부위를 촬영해 저장한 다수의 증거 사진이 있었지만 시티은행은 한달이 넘도록 징계위원회조차 열지 않았고, 해고 대신 대기발령 격인 직위해제를 조치했다. 직위해제 조치는 일선 업무에서 배제되긴 하지만 언제든 업무에 복귀할 수도 있는 상태에 해당한다.

지난해 9월 말경 A씨는 근무시간 중 자신의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해 여직원의 특정 신체부위를 촬영해 직원들에 의해 현장에서 적발됐다.

당시 몰래 촬영을 시도하던 A씨의 이상한 낌새를 느낀 여직원 B씨는 팀장(부장급)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렸고, 해당 팀장이 나서 A씨를 추궁한 끝에 휴대폰에 저장된 다수의 사진들을 발견했다.

당시 A씨의 휴대폰 사진 앨범에는 사내 여직원들로 추정되는 여성의 다리 사진 등이 대거 저장돼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티은행 측은 겉으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직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직원들은 현장에서 덜미가 잡힌만큼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진실공방이 길어질 사안이 아닌데도, 철저한 조사를 이유로 징계위원회조차 즉각 열리지 않은 점 등 사측의 미온적인 태도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간부직원이 근무시간 도중에 이 같은 범죄행위를 일삼았다는 것에 대해 직원들은 더욱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일요경제>의 취재가 이어지자 은행이 관계당국에 형사고발을 했다고 하지만 이마저도 직원들이 고발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시티은행 관계자는 "경찰 고발은 담당직원이 했다"고 밝히고, 이어 "사안이 보고된 즉시 행정휴가(피해자 분리, 조사진행, 사무실 출입금지 등) 조치 후 두달 후인 11월에 징계 퇴직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거가 명백하고 사안이 엄중함에도 간부직원에게는 두달에 걸쳐 미온적 태도를 보이다가, 회사 밖에서 벌어진 일반직원의 노래방 성추행 사건은 회사 자체적으로 판단할 증거가 부족했음에도 수사당국에 조사를 의뢰하지 않고 징계위원회에서 해고 조치를 했다. 

이에 대해 시티은행 관계자는 "노래방 성희롱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직접 형사 고소를 했다"고 밝혀, 사측의 책임은 비켜가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와 관련 관계자는 "직급과 직위에 관계 없이 위규 사항에 대한 필요한 조사와 조치를 하고 있다"며 "두 사안 모두 형사 절차와는 별개로 은행 내 조사와 징계 절차가 진행 돼 각 사건에 절차상 차이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미루어 혐의가 확정된 후 해고하는 것이 맞다는 지적에는 "수사 결과 등이 나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상 조직 내에서 성추행·횡령·뇌물수수 등 비위에 연루된 직원에 대해서는 고소 및 고발을 통해 수사를 의뢰하고, 업무에서 배제하되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혐의가 확정되기까지 해고 등의 중징계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각에서는 시티은행 조직내 벌어진 일련의 성추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지만,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사건에 대한 사측의 조처가 간부직원과 일반직원 간 형평성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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