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올해 고액‧상습체납자 명단 공개…2억 이상 국세 1년간 체납자
전두환 전 대통령, 최유정 변호사 포함…올해 1조7천억원 징수·채권 확보

구진열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2018년 고액·상습체납자 7천 158명의 명단 공개 기준 및 항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구진열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2018년 고액·상습체납자 7157명의 명단 공개 기준 및 항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억원 이상 국세를 체납일로부터 1년이 넘도록 내지 않은 고액‧상습 체납자 수가 7000여명에 달했고, 체납액은 5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체납액이 가장 많은 개인은 부가가치세 250억원을 내지 않은 정평룡 씨였고, 기업은 299억원을 체납한 제조업체 화성금속이었다.

특히 재산을 공매 처분·추징당한 전두환 전 대통령과 100억원의 부당 수임료를 챙긴 최유정 변호사가 고액체납자로 실명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국세청은 5일 국세청 홈페이지와 세무서 게시판에 신규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을 공개했다.

명단 공개대상은 2억원 이상의 국세를 1년 이상 내지 않은 개인이나 법인이다. 공개대상 기준 금액과 체납 기간은 점차 확대·강화되는 추세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세 신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 공개대상자는 7157명이고, 이들이 내지 않은 세금은 5조2440억원이다.

공개대상자 중 개인은 5021명, 법인은 2136개였다. 

이 가운데 전 기업체 대표인 정평룡 씨가 부가가치세 250억원을 내지 않아 개인 체납액이 가장 많았고, 법인 중에서는 부가가치세 299억원을 체납한 화성금속이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올해 처음 명단이 공개된 인원과 체납액은 지난해보다 각각 1만4245명, 6조2257억원 줄었다.

지난해 공개 기준 체납액이 3억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되면서 공개대상 인원이 대폭 늘어난 영향으로 올해 감소 폭이 컸다.

지금까지 고액의 세금을 내지 않아 명단이 공개 중인 고액·상습체납자는 올해 처음 이름이 공개된 인원을 포함해 총 5만2000여명이다.

국세청은 지난달 20일 국세 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고액·상습체납 명단 공개자를 확정했다. 체납액의 30% 이상을 냈거나 불복청구 중인 경우는 공개대상에서 제외했다.

당초 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 공개 대상은 7158명이었지만 공개 직전 1명이 세금을 납부해 공개 명단은 1명이 줄었다.

올해는 전 전 대통령이 양도소득세 등 30억9000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 전 대통령은 검찰이 그의 가족 소유 재산을 공매 처분하는 과정에서 양도소득세를 부과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매로 자산이 강제 처분되더라도 과세당국은 이를 양도로 보고 세금을 부과한다.

재판 청탁 명목으로 100억원의 부당 수임료를 받았다가 징역형을 확정받은 최유정 변호사도 종합소득세 등 68억7000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 변호사는 상습도박죄로 구속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재판부에 선처를 청탁해 주겠다며 거액의 수임료를 챙겼다가 징역형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과세당국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최 변호사의 수임료 규모를 근거로 종합소득세 등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명단 공개자는 40∼50대가 62.1%를 차지했고, 주소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이 60.4%였다. 체납액 규모는 2억∼5억원 구간이 60.7%를 차지했다.

법인은 도소매·건설·제조업종이 63.7%였다. 체납액은 2억∼5억원 구간이 58.7%로 절반 이상이었다.

올해는 체납자 명단을 더욱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 화면을 지역·업종별로 구성했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국세청은 6개 지방국세청에 133명을 배치해 재산 추적조사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이들이 징수하거나 채권을 확보한 세금은 1조7015억원에 달한다.

지금까지 체납재산 추징을 위해 1만3233명의 출국금지를 요청했고 312건의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고의로 재산을 숨긴 체납자 206명은 체납처분 면탈범으로 형사 고발했다.

국세청은 체납자가 숨긴 재산을 제보해 체납 세금을 징수하는 데 도움을 준 신고자에게 최대 2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구진열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납부 여력이 있음에도 재산을 숨기고 호화롭게 생활하는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해서는 추적조사를 더욱 강화해 끝까지 징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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