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능 회장 등 LG 총수일가 14명 약식기소 됐다가 법원 정식 재판에 회부
탈세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홍기 재경팀장 LG생건 부사장 승진 최고재무책임자로

LG그룹이 최근 2019년 임원인사를 실시한 가운데 150억원대의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LG그룹 총수 일가가 정식 재판을 받게 됐다. 승진 인사 명단에 총수일가 탈세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검찰 기소된 김홍기 LG 재경팀장(전무)이 들어 있는 것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LG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김 전 팀장을 계열사인 LG생활건강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여전히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를 맡긴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말이 나온다.

LG 측은 검찰 조사 중이며 혐의가 입증된 것도 아니어서 승진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형사13단독 박주영 판사)은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 된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LG그룹 총수 일가 14명을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공성봉 판사에게 배당됐다. 구본능 회장은 지난 6월 LG그룹 신임 회장이 된 구광모 회장의 생부이자 고(故) 구본무 회장의 동생이다.

(왼쪽부터) LG그룹 고(故)구본무 회장, 고광무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왼쪽부터) LG그룹 고(故)구본무 회장, 구광모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앞서 검찰은 LG그룹 총수 일가가 계열사 주식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150억원대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로 재무관리팀장 2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구 회장 등 14명은 양벌규정에 따라 약식 재판에 넘겼다.

지난 9월 28일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수사부(최호영 부장검사)는 고 구본무 전 회장의 동생 미정씨 등 14명의 총수 일가와 김홍기 전 팀장(전무) 등 지주사인 (주)LG의 전·현직 재무관리팀장 등 모두 16명을 156억원의 탈세 혐의로 기소했다. 

이때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14명은 탈세 지시 여부가 드러나지 않아 조세범 처벌법 위반 혐의로만 약식 기소됐지만, 김 전 팀장 등 두 팀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조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런데 법원은 이 사건의 법리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직권으로 약식 기소된 총수 일가를 정식으로 재판에 세우겠다는 것이다. 법원은 징역형 선고가 필요하다고 판단되거나 반대로 무죄, 면소 등을 선고해야 할 경우 직권으로 사건을 정식 재판에 회부해 심리할 수 있다.

서울지방법원 관계자는 이들의 재판 회부에 대해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는 못하지만, 벌금형 약식명령을 발부하기에는 부적당하다고 판단해 정식 재판부로 회부한 것"이라고 밝혔다. 

LG생활건강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사장으로 승진한 김홍기(56) 전 LG 재경팀장(전무)
LG생활건강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사장으로 승진한 김홍기(56) 전 LG 재경팀장(전무)

약식 기소는 정식 재판 없이 서류만으로 형을 정하며, 처벌은 벌금형에 그친다. 

국세청은 앞서 지난 4월 이같은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로 LG사주 일가 10여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의 ㈜LG 지분 상속을 앞두고 실시한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와 LG상사를 세무조사 과정에서 이같은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국세청의 고발에 따른 검찰 조사 결과 총수 일가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대주주 및 친인척끼리 지분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거액의 세금 탈루 혐의가 확인됐다.

관건은 LG상사 지분을 보유한 총수 일가 구성원이 그룹 지주사인 ㈜LG에 지분을 매각할 때 특수관계인 간 주식거래가 아닌 것처럼 꾸며진 시기가 김 부사장이 재경팀장으로 재직할 때였다. 당시 총 156억원의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도록 한 혐의가 적발된 것이다. 

대주주 및 친인척끼리 지분을 사고파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 부사장과 함께 재경팀 소속 임원인 하범종 전무 역시 불구속 기소됐다.

김 신임 부사장은 1962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LG그룹에 입사해 LG화학 금융담당, LG하우시스 CFO를 거쳐 LG 재경팀장을 맡아왔다. 하 전무는 1968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 학사, LG화학 재경임원 상무를 거쳐 LG 재경임원으로 4년 근무했다.

총수 일가 재판 회부와 탈세 관련 기소된 승진 인사에 대해 LG그룹 측은 수 일동안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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