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 119, 올해 하반기 ‘갑질 50건’ 발표
직장 내 괴롭힘 처벌 위한 근기법 제정 필요

올해도 직장 내 갑질은 만연했다. 특히 기업 오너들부터 상사들까지 이들의 여러 엽기적인 갑질 행태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 직장인 A씨는 대표이사 때문에 회식자리에 참여하는 것이 두렵다. 직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폭음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냉면 사발에 술을 섞어 억지로 먹이는가 하면, 중국집에서는 다 먹은 짜장면 그릇에 술을 부어 마시도록 한다.

#. B씨는 회사에서 ‘고구마를 안 뒤집었다’는 이유로 상사에게 혼이 났다. 신입사원인 B씨는 상사가 먹을 옥수수와 고구마의 껍질을 까서 구워야 했는데 고구마를 제때 뒤집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또 B씨는 상사의 흰머리 뽑기, 안마, 상사가 먹다 남긴 음식 먹기 등의 ‘갑질’을 받아왔다. 결국 갑질에 시달린 B씨는 1년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올해 하반기에 접수한 황당한 직장갑질 사례를 23일 발표했다. 이들은 7월 1일부터 12월 22일까지 이메일로 접수한 1403건의 직장갑질 제보를 ‘노예’, ‘여성’, ‘갈취’, ‘폭언’, ‘황당’ 등으로 분류하고 이 가운데 50개의 사례를 공개했다.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직장 내에서 폭언 등의 갑질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직장인 C씨의 상사는 C씨가 작성한 서류에 틀린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커터칼을 들어 C씨의 왼손을 붙잡으며 손가락을 자르려고 했다. C씨가 상사에게 따지자 ‘내 손이 아니고 네 손이니까 괜찮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레스토랑에서 주방일을 하는 D씨는 사장으로부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가슴을 맞거나 목이 졸리고 욕설을 들었다. 결국 D씨는 정신과에서 급성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다.

여성의 경우 성폭력을 겪은 이에게 2차 가래를 하거나, 임신·육아휴직을 계획하는 여성에게 폭언을 한 사례도 접수됐다.

D씨는 상사에게 '내가 결혼만 안 했으면 너 어떻게 해보고 싶었다', '연애하자' 등의 성희롱을 받아 본사에 신고했지만 상사로부터 '무고죄로 고소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또 다른 상사에게 '왜 본사에 얘기해 일을 크게 만드냐, (가해자가) 아내에게 뭐라고 얘기하겠냐' 등의 2차 가해를 했다고 한다.

유치원 교사인 E씨는 ‘임신 계획 중이라 퇴사하겠다’고 직장에 밝히자, 상사에게 ‘퇴사하면 블랙리스트로 만들어서 동종업계에 뿌리겠다’라는 협박을 들었다.

이밖에도 직장갑질 119는 '직원에게 대표의 밭에서 난 옥수수 수확과 판매를 지시한 일', '근무외 시간에 단체 카톡방에 100개 이상의 메시지를 보내고 확인이 늦었다고 괴롭힌 일' 등의 사건을 하반기 '갑질 50'으로 선정했다.

직장갑질 119는 "하반기 제보 사례를 살펴본 결과 지난해 언론에 크게 보도됐던 장기자랑과 김장 동원은 6개월 동안 각 2건으로 상당히 줄어들었다"며 "하지만 폭언과 폭행, 괴롭힘, 잡일 강요 등은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임금체불 제보가 25%라면 잡일과 괴롭힘 제보는 각각 14%, 13%로 10건 중 3건은 현행법으로 처벌하기 힘든 사례였다”며 “직장 내 괴롭힘은 권력관계에서 벌어지는 만큼 근기법으로 규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직장갑질 119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산업안전보건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오는 27일 본회의에 통과돼야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개정안은 직장 내 괴롭힘을 정의해 피해자를 보호하고(근기법 개정안),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지원을 정부 책무사항에 포함하며(산안법 개정안), 정신적 스트레스로 이한 질병을 업무상재해 인정기준에 포함한다(산재보험법)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황당한 갑질을 당해도 신고할 곳을 찾지 못해 고통 받고 있다”며 “올해 국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직장 갑질로 고통 받는 직장인들의 공분이 대한민국 적폐 1번지 국회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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