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명령위반 사실일 경우 형사입건 등 엄중 조치"
주말엔 3000여명 시민들 김씨 추모제 참석해 "내가 김용균이다" 외쳐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故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범국민 추모제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22/2018122200954.html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故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범국민 추모제에서 참가자들이 "내가 김용균이다"를 외치고 있다.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故 김용균씨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던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가 사고 직후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진 상황에서도 컨베이어벨트를 운영한 정황이 드러나 공분이 일 것으로 보인다.

21일 고용노동부(장관 이재갑)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사고가 발생한 발전소 9·10호기에 대해 근로감독관의 작업중지명령 이후에도 컨베이어를 가동하였다는 논란과 관련 작업중지 명령 이후 사업장에서 컨베이어를 가동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노동부는 가동한 컨베이어는 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가 아닌 다른 컨베이어였다고 설명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작업중지 명령 위반 여부 등 사실관계를 조사해 명령 위반이 사실로 확인되는 경우 형사입건 등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또 현재 시민대책위가 사고발생 사업장의 작업중지 명령 범위를 9·10호기에서 1~8호기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사항과 관련 노동부는 “9·10호기와 1~8호기와 컨베이어의 구조 및 형태가 상이하고 전면작업중지 시 옥내저장탄의 자연발화로 인한 화재와 이에 따른 유해가스(CO가스 등) 발생 등으로 작업자 및 인근주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며 “다만 사고원인조사 및 특별감독 과정에서 안전상의 급박한 위험요인을 인지한 경우에는 1~8호기에 대한 작업중지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노동부에 의하면 실제 9·10호기와 IGCC에 대한 작업중지 명령 이후인 15일과 18일 9·10호기와 IGCC로 저장탄을 공급하는 옥내 저탄장에서 연료탄이 자연 발화했다.

아울러 노동부는 1~8호기의 위험요소에 대해서도 ▲가동 중 낙탄처리 작업금지 ▲ 설비 정비작업은 정지상태에서 작업 ▲비상정지장치 재정비 ▲컨베이어벨트 구동부에 접근하여 이상소음 판단 금지 등 4건의 시정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노동부는 사고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의 정신적 충격을 치유하기 위한 대책도 운영 중이다.

노동부는 이달 14일부터 산재트라우마 전문상담센터를 통해 사고발전소 및 하청 전직원 159명을 대상으로 산재트라우마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77명에 대해 충격도검사 및 심리안정화 교육을 실시했고 전문상담이 필요한 대상자 37명을 선정해 상담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민대책위가 자체적으로 선정한 상담대상자 50명에 대해서도 대책위와 향후 추진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말인 지난 22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시민들은 "내가 김용균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었다. 시민들은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차라리 나를 죽여라”고 외쳤다.

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와 민주노총 소속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 및 3000여명의 시민 등은 “지난 11일 오전 3시20분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석탄운송 관련 작업을 하다가 연료공급용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한 채 발견된 김씨를 기리기 위해 추모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추모제 무대에 선 발언자들은 "죽음의 외주화가 김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석운 시민대책위 공동대표는 “화력발전소에서 지난 10년간 12명의 노동자가 작업 도중 사망했다”며 “30년 전 한 해 230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죽는 상황이 30년 후인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공동대표는 “김용균씨 죽음은 구조적 살인으로 지난 10년 동안 산재사망사고를 일으킨 사업장 사장 중 실형을 받은 사람이 0.5%에 불과하다”며 “산재사망에 대한 처벌을 제대로 하고 원청 책임을 키워야 반복되는 비극을 막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1월 제주 음료공장에서 현장 실습을 하다 숨진 19살 이민호군의 아버지 이상영씨도 무대에 올랐다. 그는 “민호 영정사진이 걸린 지 채 1년이 되기 전에 삼다수 사망사고가 있었습니다. 채 두 달이 지나기 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다시 사망사고가 일어났고요. 56년을 살며 나라에서 하라는 것은 모두 다 했습니다. 그런데 나라가 저에게 해준 것이라곤 꽃봉우리에서 피지 못한 젊은 제 자식을 앗아간 것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추모제 무대에 올라 죽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이제 너가 바라던 걸 하나씩 이루며 너를 지키지 못한 것을 속죄하며 살아가겠다. 비록 우리 아들은 원통하게 갔지만 아직도 아들 동료들은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하루라도 빨리 위험에서 벗어나길 바랄 뿐이다. 다시는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나라가 책임있게 행동하길 바란다. 돈이나 권력보다 인간의 가치가 존중받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날 추모제는 오후 6시40분경 마무리됐다. 시민들은 청와대로 행진하며 "내가 김용균이다, 문재인 대통령 만납시다"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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