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합병, “양사 노조‧해외경쟁국 반대 극복해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난항에 빠졌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난항에 빠졌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과정이 순조롭지 않다.

지난달 말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관련 기본합의가 체결됨으로써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결정이 이뤄졌지만 반발이 거세다.

대우조선 노조(92.16%)와 현대중공업 노조(51.58%) 모두 반대 의견을 피력하며 파업을 결정해 안개 속에 빠졌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가 '포용'을 강조한 만큼 한국경제를 이끌었던 세계 1위 절대 강자인 조선업에 대한 기대감이 이번 합병에 담기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최근 정부가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스마트 공장 및 스마트단지 조성 등 산업  전반에 쇄신의 바람을 이끌고 있다.

조선업 역시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구조조정 등 해결책 찾기에 나선 결과, 대우조선해양이 어느 정도 괘도에 올라 제조업 경쟁력에 생존 의지를 담고 합병을 통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빅2체제로 세계 1위 탈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해양 '동종업계 매각반대' 대규모 집회
대우조선해양 '동종업계 매각반대' 대규모 집회

산업은행은 지난 2009년 한화그룹에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려다 실패한 경험이 있는 상황에서 다시 현대중공업에 매각에 나섰다.

대우조선해양 분위기는 임원급 모두 반대하는 입장이다. 합병 이후 자신들의 자리보존이 어렵기 때문이다. 부사장급들은 속을 내비치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는 정도다. 반면 젊은 직원들은 회사의 전체방향에서는 좋을 수 있지만 각 파트마다 합병 뒤에 올 실속 따지기에 혼란스럽다.

정성립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사임 전 회사 내 소식망을 통해 삼성중공업에 합병되기를 원했다는 말이 있다.

그나마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지역적인 거제를 기반으로 도모할 시너지 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했지만 문제는 삼성이 전혀 의지가 없었다.

업계 관계자 말에 따르면 삼성은 삼성전자와 바이오 등 주력사업 이외의 조선 사업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고 CEO 입에서도 그런 말들이 나돌 정도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국내 조선해양의 산업적인 큰 틀에서는 빅2 체제가 맞다”며 “시너지효과는 크겠지만 합병으로 가는 길에서는 노조와 해외 경쟁사들의 반대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50% 이상 현대중공업 노조가 반대하고 있지만 현대중공업의 속내는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유는 대우조선해양은 앙골라로부터 소난골 드릴쉽(원유 시추선) 2척의 인도대금 9000억원을 받을 것이 있다.

또 세계 조선사들이 LNG(액화천연가스)선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 제고가 가능해져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LNG(액화천연가스)선은 유조선(VLCC)에 비해 수익성이 매우 높고 특히 대우조선해양과의 수주경쟁이 치열한 만큼 경쟁자가 없어지는 셈이다.

그나마 지난해 국내 조선사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LNG선 수주가 있어 견딜 수 있었다. 전 세계에서 발주된 63척 중 현대중공업그룹이 24척과 대우조선해양이 17척을 합치면 41척이나 된다.

또한 국내 조선업계가 어려워진 이유 중에 하나가 지나친 경쟁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특히 해양플랜트 수주에서 외국 조선사들이 해양 밑 지형의 리스크 때문에 피할 때 국내 조선사끼리 치열한 경쟁으로 값만 내려 수주하고 이후 플랜트 사업 중 문제가 발생해 손해만 본 경우도 많았다.

현대중 임단협 찬반투표 개표결과 반수를 겨우 넘긴 51.58%가 파업을 찬성해 가결했다.
현대중 임단협 찬반투표 개표결과 반수를 겨우 넘긴 51.58%가 파업을 찬성해 가결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20년간 공기업으로 지내왔다”며 “조선경기가 살아날 때 합병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합병 시 우려되는 인원 감축 및 지역경제와 관련해서도 “지역주민과 정치권, 협력업제들은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침소봉대하면서 불안감을 표현한다”며 “이미 두 회사 모두 구조조정을 많이 했기 때문에 오히려 일감이 많아져서 각사별 수 천명씩은 뽑아야 생산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반면 실질적인 합병의 난관은 일본과 중국, 유럽연합 회원 국가들의 불공정 경쟁에 대한 문제제기다.

하나금융투자 박무현 애널리스트는 “두 조선소간 합병의 핵심은 ‘주력 선박들’과 ‘국내 방산분야’의 독과점 심사”라며 “(50% 넘는 점유율로) WTO 및 EU위원회 독과점 심사를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과 EU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우리정부의 조선사 지원과 관련해 제소한 이력이 있어 더욱 민감하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건이 국내 양사 노조들과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낸다면 국내상황이 좋아져 좀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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