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 제기' 성열오 대표 "손해배상청구액 9조원대"
하나은행 "원고 측 주장 명확하지 않아…무고죄 등 법적 대응"

함영주 행장이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돼 CEO 리스크로 홍역을 앓고 있는 KEB하나은행(행장 함영주)이 중소기업의 기술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한 혐의로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에 피소돼, 중소기업 기술을 탈취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하나은행 측이 특허심판원에 청구한 '권리범위확인심판'도 이미 한차례 '각하' 결정이 나와 하나은행의 법정 공방에 난항이 예상된다.  

‘핀테크’ 지식재산권 전문회사인 금융디오씨(대표 성열오)는 하나은행이 자사의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지난 2016년부터 하나은행을 상대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금융디오씨는 자사가 보유한 발명특허 ‘인터넷을 이용한 부동산 담보대출 계약 중개방법’과 ‘인터넷을 이용한 부동산 손해보험 계약 중개방법' 등 4건에 대해 하나은행이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해, 자사의 기술을 탈취했다며 지난 2016년 7월 대전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성열오 금융디오씨 대표는 "하나은행이 지난 2011년부터 자사의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해 손해가 막심하다며 하나은행을 상대로 9조2944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금융디오씨 측 소송대리인단이 법원(대전지방법원 민사12부)에 제출한 준비서면을 보면, 하나은행은 금융디오씨의 특허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해 9조2944억원의 영업이익을 얻은 것으로 추산된다.

추산액은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 시스템 상에 집계된 지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각 연도별 하나은행의 부동산담보대출 채권잔액에 한국 금융회사의 평균 예대마진율을 곱해 산정됐다.

예대마진이란 대출금리에 예금금리를 뺀 값을 말하며 통상 시중 은행들은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비용(고객에 지급하는 예금 등의 이자 비용)과 예금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대출해 주고 벌어 들인 이자 수익(대출을 통해 벌어들인 이자 수익)의 차액으로 영업이익을 낸다.

대리인단은 하나은행이 지난 2011년 출시한 인터넷 아파트 담보 대출인 이른바 '원클릭 모기지' 시스템 사용으로 인한 수익액 전부를 금융디오씨 측의 피해액으로 봤다. 준비서면에서 대리인단은 금융디오씨 측의 피해액은 부동산담보대출채권 잔액에서 인터넷 담보대출 비율을 곱한 금액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리인단은 하나은행 측이 전체 대출에서 인터넷 담보대출의 비율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히 추산할 수 없다며, 우선 하나은행이 금융디오씨에 3억원의 손해를 일부 배상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측은 지난 2018년 5월, 이 사건과 관련해 특허심판원에 '소극적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특허심판원은 그해 8월, 이 심판 청구에 대해 심결 각하 판결을 내렸다.

금융디오씨 측 소송대리인단이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특허심판원은 하나은행 측이 자체 개발해 사용 중이라 주장하는 '원클릭모기지' 시스템이 금융디오씨 측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 기술과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하나은행이 특허심판원에 제기한 '소극적권리범위확인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대전지방법원으로 돌아왔다.

이후 금융디오씨는 대전지방법원 판결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아, 조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올해 1월 서울중앙법원으로 사건 이송을 신청했고 지난달 27일 이 신청은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 등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한 점, ▲당사자 등의 관할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점, ▲기타 이 사건에 관한 현재까지의 심리 정도 등 이 사건 심문 과정에서 나타난 일체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면, 신청인의 신청대로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하는 것이 현저한 손해 또는 지연을 피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된다"며 이송 결정 사유를 밝혔다.

성 대표는 "하나은행에 대한 특허침해 손해배상 소송 사건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이송돼, 특허심판원의 심판 종결 통보 내용에 따라 신속한 판결이 이루어 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소송 건과 관련 하나은행 관계자는 "원고(금융디오씨) 측 주장이 명확하지 않다"며 "고소 등을 통해 당행 및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점에 대해 향후 무고죄 등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디오씨 측이 대전지방법원 민사12부에 제출한 의견서 등 서류(자료-금융디오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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