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
일각, 줄어든 세수 보전에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혁신금융 비전'을 선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혁신금융 비전'을 선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중 코스피와 코스닥 주식에 대한 증권거래세 세율이 0.05%포인트 인하된다. 또 국내 주식이나 해외 주식 중 어느 한쪽에서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양도차익에 대해 내년부터 연간 단위로 손익 통산이 허용된다.

정부 당국은 증권 투자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장 줄어드는 세수를 보전할 구체적인 방안 없이 성급하게 정책을 내 놓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모험자본 투자 확대와 투자자금의 원활한 회수를 지원하고자 증권거래세율을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선 올해 상반기 내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주식에 대한 세율은 현행 0.3%(농어촌특별세 포함)에서 0.25%로 각각 낮아진다. 

코넥스 상장주식은 세율이 0.3%에서 0.1%로 0.2%포인트 더 큰 폭으로 낮아진다. 금융위는 "코넥스시장의 경우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자금 회수시장으로서 기능을 활성화하고자 인하 폭을 더욱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비상장주식도 세율이 현행 0.5%에서 0.45%로 0.05%포인트 인하된다. 시행시점은 내년 4월을 목표로 추진된다. 기재부는 "상장주식은 증권거래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올해 상반기에 시행할 예정이고 비상장주식은 증권거래세법을 개정해서 내년 4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963년 첫 도입 이후 폐지와 재도입을 거쳐 지난 1996년부터 현행과 동일한 세율을 적용해온 증권거래세는 상장주식 대주주에 대한 양도소득세 확대 방침과 맞물려 이중과세 지적이 제기돼왔다.

또 국내 증권거래세율은 주요국보다 높다는 의견도 있었다. 미국과 일본은 증권거래세가 아예 없고 중국·홍콩·태국은 0.1% 수준이다.

게다가 주식 투자로 손실을 봐도 증권거래세를 내야 하는 데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도 이어져 왔다.

이런 문제 제기에 따라 정부는 증권거래세율 인하와 더불어 국내 주식이나 해외 주식 중 어느 한쪽에서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경우 국내 및 해외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연간 단위로 손익 통산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의 손익을 통산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는 소득세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또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확대와 연계해 거래세와 주식 양도소득세 간 역할 조정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 주식,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 간 발생하는 손익통산 허용 여부 ▲ 양도손실 이월공제 허용 여부 및 방안 ▲ 단기 투기매매 방지 및 장기투자 유도방안 등이 검토 대상이다.

정부의 이같은 정책 추진을 관련 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자본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22일 혁신금융 추진 방향과 관련 "단기 거래대금이 증가하고 증권사 투자은행(IB) 영업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신동하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에 증권거래세율 인하가 시행되고 양도소득세 강화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은 내년 중에 마련되기 때문에 세제 선진화 방안 발표 전까지 단기 거래대금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실제로 2017년 우정산업본부의 차익거래에 대한 거래세 면제 이후 코스피 시장의 차익거래 비중이 1%에서 6%까지 상승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혁신·벤처기업 투자에 대한 건전성 규제를 완화하면서 증권사 입장에서는 투자자산 선택지가 넓어졌다"며 "우선주 발행 한도 확대, 상장 활성화 방안 등 검토와 함께 코스닥 기업공개(IPO)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점도 증권사들의 IB 영업환경에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장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면 수조 원대 세수가 사라질 수도 있고 현재 정부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거둔 증권거래세금은 약 8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번 증권거래세 0.05%포인트 인하에 따른 세수감소분은 매년 1조4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고, 중장기적으로 거래세와 자본이득세 간 역할조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즉 거래세를 내리는 대신 주식 양도소득세를 올리겠다는 것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당장 줄어들 세수 1조4000억여원을 어디서 보전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 거래비용이 줄면 투기 자본들이 증권 시장에서 활개를 쳐 증시를 혼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증권거래세 인하 등 자본시장을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좋지만 먼저 정책 추진으로 인한 세수감소 및 투기 자본 감시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우선 마련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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